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매달 선정하는 ‘이달의 좋은 방송보도’ 수상내역 확인 결과 JTBC가 1년 간 좋은 보도상을 싹쓸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언련은 2014년 6월부터 매달 학계·시민단체·언론계 인사 7명이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회의를 통해 수상작을 결정하고 있다. 특정 방송사가 1년 내내 좋은 보도를 싹쓸이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JTBC의 선전이 두드러졌다는 의미이자 공영방송의 저널리즘적 퇴조를 의미한다.

지난해 11월 JTBC는 <물대포 시연…그날과는 딴판>(11/17), <물대포 직접 맞아보니…그 위력은?>(11/17), <‘위헌 차벽’ 누구말이 맞나>(11/17) 등 민중총궐기 경찰 과잉진압 및 백남기 농민 관련 보도로 상을 받았다. 12월에는 <“중국군 유해 90구 잘못 송환” 의혹>(12/7) 등 국방부 외교 참사 고발 보도로 상을 받았고 올해 1월에는 <대통령의 서명운동 ‘장외전’ 논란>(1/19), <‘서명운동 일일보고’ 논란>(1/20) 등 박근혜 대통령 경제활성화법 입법촉구 서명운동 비판 보도로 수상했다.

▲ 올 한 해 보도된 JTBC 보도화면들과 손석희 JTBC보도담당사장(가운데). 디자인=이우림 기자.
2월에는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비판 보도로 상을 받았고, 4월에는 ‘어버이연합 게이트’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4월의 JTBC는 <일당 주고 탈북자 동원…보수단체 집회 논란>, <“엄마부대 탈북자 동원” 증언>, <‘전경련 뒷돈’ 파문 확산>, <“청와대와 집회 협의” 논란 증폭> 등 단독보도를 쏟아내며 전경련과 어버이연합 커넥션을 집중 추적했다. 5월에는 <서울 복판서 ‘지카 실험’ 추진>(5/11), <하루 수십 개 ‘생화학 실험’>(5/11) 같은 단독보도로 주한미군 생화학 실험을 폭로하며 수상했다.

6월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덮으려는 정부 비판보도로, 8월에는 미국의 사드 배치 의도를 파헤친 공을 인정받아 좋은 보도상을 받았다. 9월에는 검찰의 백남기 농민 사인 왜곡 의도를 드러낸 <“사망원인 다른 의견 강조하라”>(9/27) 보도로 수상했고, 10월에는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의 진상을 드러낸 <“최순실, 대통령 연설문 수정” 파문>(10/24) 보도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수상작이 없었던 3월과 7월을 제외하곤 모두 JTBC에게 상이 돌아갔다.

반면 이달의 나쁜 방송보도는 TV조선·채널A 등 종합편성채널과 KBS·MBC 공영방송의 몫이었다. 지난해 11월엔 <‘폭력’ 4명 중 3명 ‘복면’ 뒤에 숨었다>(11/25)라는 채널A 보도가 복면금지법을 촉구하며 집회의 자유를 부정했다는 이유로 나쁜 보도에 선정됐다. 12월에는 <“일 관광객 늘어날 것”…“혐한 감정 희석”>(12/29)이란 TV조선 기사가 일본인관광객 증가를 이유로 위안부 합의를 옹호했다며 나쁜 보도로 선정됐다.

▲ 1월25일자 MBC 보도화면 갈무리.
1월에는 MBC의 <남양주 출마 최민희 의원, ‘선거법 위반’ 논란 내사>(1/25) 보도가 “이유 없이 최승호·박성제를 해고했다”는 내용의 MBC 백종문 녹취록을 최 의원이 폭로한 데 따른 보복보도였다는 이유로 나쁜 보도에 선정됐다. 2월에는 <“무차별 감청 확대” “인권 보호 장치 마련”>(2/25) KBS 기사가 테러방지법 통과를 위해 노무현 대통령을 왜곡했다는 이유로 나쁜 보도에, 총선 직전이던 3월에는 북풍을 위해 한 달간 155건의 북한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는 이유로 역시 KBS가 나쁜 보도에 선정됐다.

4월에는 어버이연합 게이트를 철저히 은폐했다는 이유로 KBS와 MBC의 ‘무보도’가 나쁜 방송보도에 선정됐다. KBS는 4월 한 달간 1.5건, MBC는 1건 보도하는데 그쳤다. 5월에는 <‘한‧이란 경협’ 지원…6천억 원 MOU체결>(5/3), <“제2중동붐, 경제 재도약 계기 돼야”>(5/4) 등 보도가 박근혜 대통령의 ‘수행 언론’을 자처했다는 이유로 KBS가 나쁜 보도상에 선정됐다. 6월에도 KBS는 국가정보원 대변인을 자처했다는 이유로 나쁜 보도상에 선정됐다. 같은 달 채널A와 MBN은 박유천 관련 선정적 보도가 각각 18건과 13건에 달해 황색 저널리즘이란 비판을 받으며 나쁜 보도에 선정됐다.

7월에는 언론계를 휩쓴 ‘이정현-김시곤 녹취록’ 파문을 보도하지 않은 KBS의 ‘무보도’가 이달의 나쁜 방송보도에 꼽혔다. 8월에는 <조사 기간 논란인데…“3차 청문회 하겠다”>(8/23), <탈법 조사한다며 법 절차 무시 ‘좌충우돌’>(8/23)과 같은 기사로 세월호 특조위를 매도했다며 MBC가 나쁜 방송보도로 선정됐다. 9월에는 백남기 농민의 사인과 관련, 부검의 필요성만 강조했다는 이유로 TV조선이 나쁜 보도에 선정됐다. 10월에는 국정감사에서 부하 직원에게 “답변 하지 마”라고 명령한 고대영 KBS사장의 ‘국감 답변 거부 사태’를 보도하지 않은 KBS의 무보도가 나쁜 보도로 꼽혔다. KBS는 당시 <“수신료 현실화”…‘언론 자유 침해’ 논란도>(10/11) 기사를 내보내 뉴스를 사유화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 손석희 JTBC보도담당 사장. ⓒJTBC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JTBC의 수상 싹쓸이를 두고 “과거에는 KBS와 SBS에서 수상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싹쓸이는 처음이다. 타사는 JTBC와 비교할 수 없을 수준으로 좋은 보도를 거의 못했다”고 밝혔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1년 동안 사안별로 JTBC보다 나은 보도를 찾을 수 없었다. 3월과 7월에는 JTBC가 당연한 보도로 너무 자주 받는 것 아니냐는 경계 속에 (상을) 주지 않은 것”이라고 전했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공영방송의 경우 국민의 알권리를 완전히 차단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왜곡보도도 나쁘지만 의제를 가리는 것이 더 나쁘다”며 KBS·MBC의 무보도 행태를 비판했다. KBS와 MBC는 이 같은 무보도 프레임 속에 최순실게이트 국면에서 의제선점능력을 상실해 뉴스영향력이 크게 하락했다. 한국갤럽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어느 방송뉴스를 즐겨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45%가 JTBC라고 답했으며 KBS는 18%, MBC는 5%에 그쳤다.

민언련이 선정한 올해의 좋은 방송 보도상은 JTBC ‘최순실 게이트’ 관련 보도였으며, 올해의 나쁜 방송 보도상은 MBC 세월호특조위 폄훼 보도가 꼽혔다. 오늘날 JTBC의 선전이 MBC 출신 손석희의 결과물이며, 손석희가 떠난 2013년 이래로 MBC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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