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9일 조선일보 노동조합이 발행한 1246호 노보 1면은 올해 언론계를 설명하는 상징적 장면을 담고 있다. 이날 조선 노보 1면에는 ‘지금은 1976년? 2016년?’이란 글귀와 함께 대한민국헌법 제1조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와 제21조1항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를 비롯해 제10조, 제17조, 제18조 조항이 등장했다. 1976년은 박정희정권의 탄압으로 동아일보·조선일보 기자들이 대량 해직됐던 시기다.

▲ 9월9일자 조선일보 노보.
언론자유수준이 30년 전 군사독재정권시절로 후퇴했다는 조선일보 기자들의 분노가 담긴 이 노보는 조선일보 노보 역사상 전무후무한 편집으로, 당시 조선일보의 당혹감과 언론계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근혜정부는 이 시기 조선일보를 ‘부패 기득권세력’으로 규정하고 송희영 주필과 관련한 부패의혹을 터뜨리며 사주일가를 압박했으며, MBC와 연합뉴스는 청와대 대변인을 자처하며 조선일보 비판에 나섰다. 이 장면은 역설적으로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을 드러내는 단초가 됐다.

‘의도와 목적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조선일보가 한겨레와 JTBC의 기사를 인용함으로써 국정농단사태는 진보·보수의 프레임에서 벗어났다. 공영언론을 제외한 거의 모든 언론은 국정농단의 실체를 드러내는데 전력을 다했다. 마음에 안 들면 유력 보수신문마저 탄압했던 박근혜정부의 최후는 탄핵 심판이었다. 언론자유지수가 역대 최악(국경없는기자회, 70위)으로 떨어졌던 올해, 한국 언론은 역설적으로 언론자유와 언론신뢰도 회복을 위한 기회를 스스로 쟁취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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