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디어오늘에서 가장 많이 읽혔던 기사를 1위부터 100위까지 정리해봤습니다.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기사를 훑어보며 지난 1년간 한국사회를 관통했던 수많은 사건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16년 뉴스 키워드는 ‘세월호’, ‘최순실’, 그리고 ‘박근혜의 7시간’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에 한 발짝 다가갔던 문형구 기자의 ‘[단독]세월호에 제주해군기지 가는 철근 400톤 실렸다’(1위) 기사는 미디어오늘 창간 이후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정부와 무관한 단순 선박사고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또 한 번 증명한 기사로, 사회적 반향은 컸습니다. 문 기자는 ‘해경 해체는커녕 세월호 책임자들 줄줄이 승진’(9위), ‘[단독] “해수부 공무원이 세월호 유족 고발하라 제안했다”’(38위) 기사 등을 써내며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지속적으로 추적해왔으며, 현재 육아휴직 중입니다. 문 기자는 최근 SBS ‘그것이 알고싶다’ 세월호 편에 출연하기도 했는데요, 문 기자 내년에는 편집국에서 만나요.

뉴스에 대한 관심은 하반기에 쏠렸습니다. 최순실게이트 때문이죠. 1위~100위 기사 대부분이 하반기에 출고된 기사로, 박근혜-최순실-정윤회-최태민 등으로 이어지는 비선실세 국정농단과 관련된 내용이 많았습니다. ‘정윤회 문건에 “옛 애인 낳은 딸 어떻게 배척하나”’(3위), ‘조선일보 “최태민과 내연 관계로 동거” 왜 삭제했나’(6위), ‘“최순실 비밀통로로 청와대 출입, 경비들도 알고 있다”’(8위), ‘“극우보수와 최순실이 박근혜 사육해 대통령 내세웠다”’(16위)와 같은 기사를 비롯해 ‘박근혜와 최순실, 과연 누가 대통령인가’(13위)란 제목의 미디어오늘 사설도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대중은 그 어느 때보다 국정농단의 실체에 다가가길 원했습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알린 결정적 보도였죠, 10월24일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 보도가 터진 다음날인 10월25일자 미디어오늘 기사 ‘팩트는 대통령 하야를 요구한다’(21위)는 페이스북을 통해 널리 공유됐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통령은 스스로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대신 JTBC ‘뉴스룸’에 대한 신뢰와 영향력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요, 최순실 태블릿PC 보도 다음날 쓴 ‘어제 JTBC 뉴스룸 본방사수만 100만가구 이상’(71위) 기사 이외에도 ‘손석희 신뢰의 뉴스룸 뜨고 공영방송 불신 나락으로’(36위), ‘손석희 3년, 조중동 종편 프레임을 무너뜨렸다’(97위), ‘“청와대가 JTBC 최순실PC보도 막으려 했다”’(92위)와 같은 기사들이 높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공영방송 MBC는 JTBC와 정반대의 처지에서 대중의 분노를 샀습니다. ‘JTBC엔 “환호” KBS엔 “니들도 공범” MBC “...”’(69위) 기사를 비롯해 ‘“니네가 언론사냐” MBC는 왜 집회현장에서 쫓겨났나?’(48위), ‘“MBC로고 떼고 집회 중계, 쪽팔려서 눈물이 났다”’(57위)와 같은 기사는 MBC의 비참한 현실을 드러냈습니다. 오늘의 MBC를 만든 김재철 전 MBC사장 또한 현재 비참한 말로를 걷고 있는데요, 관련해 쓴 기사 ‘MBC 사장 김재철씨의 비참한 말로’(22위)의 경우 김재철 사장이 발끈해 미디어오늘에 항의전화를 한 적도 있습니다. ‘이진숙 사장, 세월호특조위 동행명령에 줄행랑’(73위) 기사도 MBC의 비극적 상황을 보여주는 희극적 장면이었습니다. 올해도 MBC담당 강성원 기자의 책상에는 MBC로부터 받은 소장이 수북하게 쌓였습니다.

올 한 해는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과 기자회견도 대중의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기자회견, 대본을 공개합니다’(7위), ‘해독불가 대통령 발언, 이게 대체 어느 나라 말인가’(10위), ‘박 대통령의 광복절 연설 자체가 총체적 난국이었다’(53위), ‘연출된 13개 질문 끝나고 “여기까지 받겠다”는 청와대’(60위) 등이 대표적이었습니다. 연출되는 기자회견과 알아들을 수 없는 대통령의 발언에 분노한 시민들이 결국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든 셈인데요, 시간이 흘러 대통령 연설문은 최순실의 작품이었고 대통령의 해독불가 발언은 조현병의 범위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까지 나온 상황입니다.

연출된 기자회견과 관련해선 청와대 출입기자들에 대한 비판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대통령이 다가오자 기자들은 움찔했다’(24위), ‘노무현 비판하던 청와대 기자들 박근혜엔 웃음만’(42위) 같은 기사였는데요,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청와대 출입기자 무용론이 많았던 해였던 것 같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드러나며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충격은 말할 것도 없었구요. 관련해서 지난 10월25일 출고된 ‘청와대 출입기자들 “저렇게 힘없는 표정 말투 처음 봤다”’(90) 기사가 많이 읽혔습니다. 올해 미디어오늘 기자들이 전화를 자주해서 청와대 출입기자들께서 바쁘신 와중에 많이 귀찮으셨을 텐데요, 내년에는 저희가 전화 안 하게끔 잘 좀 부탁드립니다.

이밖에도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다리를 꼬고 책상에 걸터앉아있는 조선일보 기자의 사진 특종 과정을 담은 기사 ‘“우병우가 다가오자 수사관들이 일어섰다’”(20위)와 ‘매국협정 논란 비공개 항의, 카메라를 내려놓은 기자들’(23위) 기사도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한 국방부 출입기자의 듣도 보도 못한 갑질’(78위) 기사 이후 문제가 된 언론사였던 뉴데일리는 국방부 기자단으로부터 퇴출 결정을 받았습니다. 공공기관장의 성폭력을 공론화시켰던 ‘성추행 논란 김형태 사장, 2년 동안 직원 76명 그만뒀다’(76위) 기사 이후에는 김 사장이 물러나기도 했습니다. 이 기사를 쓴 이하늬 기자는 김 사장이 물러날 때까지 기사를 계속 쓸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이건희 성매매 의혹, 언론이 심판대에 올랐다’(82위) 기사도 많은 분들이 읽었는데요, 어째 사태의 결말은 ‘흐지부지’인 것 같습니다. 2017년에도 미디어오늘 기자들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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