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역 MBC에 대한 정기감사를 진행하던 MBC 본사 감사국의 인사파동 배경이 드러났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윤길용 울산MBC 사장은 최근 3년간 자신의 인사권자인 안광한 본사 사장을 비롯해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 등에게 업무추진비가 아닌 회삿돈으로 수차례 선물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지역 MBC 사장은 본사 사장이 선임하지만 방문진 이사회에 사전협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윤 사장은 지난 3월 울산MBC 사장에 재선임됐는데, 그동안 본사 임원과 방문진 이사들에게 골프 접대와 함께 수시로 고가의 선물을 보낸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본사 감사국은 지난 11월14일부터 5일간 울산MBC에 대한 현장감사를 실시하면서 윤길용 사장의 업무추진비 한도 초과 등의 비위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감사인들이 울산MBC 측에 추가 자료를 요청하면서 ‘뇌관’이 터졌다. 윤 사장이 업무추진비 한도를 초과해 썼을 뿐 아니라 업무추진비 외 법인카드를 수시로 부적절하게 사용한 내용이 감사 과정에서 지적됐기 때문이다. 

▲ 윤길용 울산MBC 사장(왼쪽)과 안광한 MBC 사장.
복수의 본사·지역 MBC 관계자에 따르면 윤 사장은 지난 2014부터 올해 12월까지 MBC 안광한 사장과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과 김광동 이사, 임무혁 사무처장, 김삼천 정수장학회 이사장 등에게 지속적으로 선물을 보냈다. 선물 종류로는 한우와 홍삼 선물세트, 명품 넥타이 등이었고 1회 1인당 선물 구매비용은 20만~30만 원 선이었다.

윤 사장은 또 백종문 본부장, 김광동 이사 등과 여러 차례 골프를 함께 쳤는데 이 비용 역시 회사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입해 라운딩 비용 등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윤 사장은 과거 백 본부장과 1999년 5월12월 특별편성된 ‘PD수첩’ “만민중앙교회 이재록씨” 편을 함께 제작하기도 했다. 김광동 이사는 2009년 8월부터 8년째 방문진 이사를 하고 있다. 

윤 사장은 이들 외에도 지난해 7월9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벌금 2000만 원 형이 확정된 김재철 전 사장에게도 선고가 있기 바로 전날 한우 세트를 선물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날 윤 사장은 김장겸 MBC 보도본부장에게도 대외 선물 용도로 한우 세트를 보냈다. 올해엔 방문진 이사들 중 김광동 이사 외에 여권 추천의 권혁철 이사와 김원배 이사에게 선물이 전달됐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조능희)는 22일 성명 내고 “안광한 경영진이 MBC를 망치기 위해 시사·보도를 궤멸시키고, 드라마 낙하산 캐스팅을 자백하더니 이젠 비위를 감추려고 감사실을 초토화했다”며 “지난 감사실의 대규모 인사는 울산MBC의 정기감사에서 터진 비리를 막기 위해 저지른 안광한 경영진의 꼼수였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역 계열사 정기 감사에서 울산MBC 윤길용 사장의 업무추진비가 심각하게 오남용됐음을 발견한 본사 감사인은 당연히 그 사용 내역에 대해 해명을 요구했다”며 “그러나 돌아온 것은 이에 대한 해명이 아니라 ‘안광한이 회사를 망치고 있다’고 감사인이 말했다는 투서였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번 감사실 전보 인사는 회삿돈을 쌈짓돈으로 쓰고 있는 MBC 본사·계열사·자회사 모든 경영진을 위한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다름이 아니다”며 “과도하고도 합리적이지 않은 공금 남용은 결국 추적되고 응징될 것이다. 카드왕, 숙박왕 김재철의 말로가 어떠했는지 다른 지역사 사장들과 안광한 경영진은 똑바로 기억하고 있으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울산지부(지부장 노관석)도 23일 성명을 통해 “모든 회사의 구성원은 업무추진비를 한도 이상 사용하거나 사용처를 밝히지 못했을 경우 법적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당연히 사장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은 김재철 전 사장의 사례를 통해서도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고 경고했다. 

울산지부는 “업무추진비 사용이 기본과 원칙에 부합했다면, 감사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이라면 더더욱 침묵으로 일관할 이유가 없다”면서 “사장의 침묵은 업무추진비가 회사의 이익과는 관계없이 개인적 용도로 사용되었다는, 신의를 다해야 할 조직에 배임 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만 부풀리고 있다”고 윤 사장이 직접 나서 해명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윤길용 사장은 2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내가 얘기할 수 있는 건 감사 중에 있으니 나중에 감사 결과를 보고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MBC 관련 감사보고서는 내달 중순쯤 나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