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노동조합이 편집권독립을 강조하며 기자들의 상향식 평가와 편집국장 신임투표 도입을 제안했다. 박준동 신임 조선일보 노조위원장은 19일자 조선일보 노보에서 밝힌 취임사에서 “6층(사장실) 지시라는 말에 토론이 멈추고 사장이 던진 한마디가 바윗덩어리가 돼서 굴러 내려오는 게 현실”이라고 전한 뒤 “아무리 식견이 뛰어난 조언이라도 경영진이 편집 방침에 관여하면 그보다 중요한 언론자유를 잃는 것”이라며 편집권 독립을 요구했다.

박준동 위원장은 편집권 독립을 위한 첫 과제로 상향식 평가와 편집국장 신임투표를 제안했다. 박 위원장은 “(기존 위계질서와 함께) 상향평가가 병행되면 상호 존중의 문화가 고양될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일부 조합원들은 스스로를 신문 찍어내는 기계 같다고 자조한다. 우리에겐 책 읽을 시간, 토론할 시간, 전문성 키울 시간, 아내와 산책할 시간, 아이 숙제 봐줄 시간도 필요하다. 기자들의 집단지성이 편집방향을 결정하고 회사의 미래를 밝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조선일보 사옥.
이와 관련 조선일보의 한 기자는 “조선일보에 미래가 안 보인다. 동기 중에 여기서 부장 달고 국장 달고 싶은 기자들이 아무도 없다. 여기 더 있다가는 괴물이 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조는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듣고자 익명성이 보장된 온라인 토론과 투표를 활성화시킬 계획이며 이를 위해 블라인드 앱과 텔레그램도 적극 활용 할 방침이다. 지난 집행부에서 부활시킨 공정보도위원회도 적극 활동해 공정보도 수준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박준동 노조위원장은 “우병우 비리 보도는 나라를 구한 특종”이라고 평가한 뒤 “이 성과를 퇴색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 바로 혁신해야 한다”며 “노조가 변화의 계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개혁 등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부분에서도 전향적 입장을 취해 어젠다를 주도할 수 있다고 본다. 복지 등 사회정책을 진보 진영의 것으로 보고 무조건 배척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노조의 이 같은 변화는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등 타사 노조의 활동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지난 15일 노조 이·취임식에 참석해 “올 한해는 정말 힘든 해였지만, 노조와 회사가 합심해서 잘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창균 조선일보 편집국장은 “더는 노조활동을 했다고, 개인적으로 불이익을 받는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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