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의 유료방송 발전방안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가 강력하게 항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반발에 이어 정부부처 간에도 이견이 커지자 미래부가 케이블 권역폐지를 ‘중장기 방안’으로 담는 절충안을 낼 것으로 보인다.

손지윤 미래부 뉴미디어정책과장은 23일 유료방송 관련 정책 세미나에서 “케이블의 권역은 상징성만 있을 뿐 효용이 없다. 장애가 되는 제도를 걷어내야 한다고 판단했다”면서 케이블 권역 폐지의 필요성을 또 다시 강조했다. 지난 10월 미래부는 유료방송 발전방안 초안을 공개하면서 2020년까지 케이블의 권역을 폐지할 것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미래부와 함께 유료방송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례적으로 상반된 입장을 냈다. 지난 21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전국적인 (케이블) 권역 폐지는 지금 생각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유료방송 시장에 미치는 지역성 문제나 경쟁과열 등이 문제가 있어 다각적으로 검토해 추진해야 할 일이지 유료방송 발전방안에 담는 건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현재 케이블과 IPTV는 사실상 같은 시장을 두고 경쟁을 하고 있지만 케이블은 전국 78개 권역에 독점체제를 부여받았고, IPTV는 전국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 미래부의 발전방안은 IPTV의 핸드폰 결합상품 공세에 밀려 인수합병을 내심 바라던 케이블에 출구를 만든다는 점에서 의의는 있다.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러나 권역독점을 무너뜨리게 되면 경쟁력이 떨어진 케이블이 헐값에 IPTV에 인수합병되고, 결과적으로 통신플랫폼 독점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케이블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고 합산규제에 묶여 케이블과 인수합병이 불가능한 KT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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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는 항의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통위 관계자는 “해당 발언은 방통위 공식입장으로 봐도 무방하다. 방통위가 입장을 정리하고 항의를 한 사안”이라며 “미래부 고시가 아닌 법령 개정까지 필요한 케이블권역과 지역성 등에 대한 사안은 미래부가 정하고 방통위의 의견을 수렴하는 게 아니라 방통위가 담당하는 업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손지윤 미래부 과장은 2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방통위는 방통위의 판단을 내릴 수 있고 우리가 그걸 ‘맞다’ ‘아니다’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면서도 “방통위가 갖고 있는 권한은 ‘사전동의’로 최종결정을 할 때 방통위의 동의를 받으라는 의미인 것이고 유료방송 정책을 만드는 주체는 미래부가 맞다. 원활한 합의가 최선이지만 연구반 논의를 시작할 때부터 방통위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 통신3사는 결합상품을 주력으로 내세우며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을 빠른 속도로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래부가 27일 발표할 최종안에 ‘케이블 권역폐지’를 밀어붙일지 주목된다. 이날 손지윤 과장이 “권역폐지”의사를 드러낸 것을 보면 정책방향을 꺾지 않는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지만, 방통위와 업계의 반발도 무시하기 힘들다.

미래부는 최근 들어 방통위와 협의를 거친 후 케이블 권역 폐지를 ‘장기적 과제’로 설정하는 절충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미래부의 체면을 고려해 ‘케이블 권역폐지’라는 표현을 버리지 않으면서 (2020년까지 도입하겠다는) 초안과 달리 시점과 조건 등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지윤 미래부 과장 역시 “방통위의 의견도 담는다. 조율을 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최종안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료방송 발전방안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무산된 이후 미래부가 유료방송 제도 정비를 위해 추진했으며, 케이블 권역 제한 완화 등 추진 등 논의 내용에 대해 미디어오늘이 지난 8월 단독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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