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와 TV조선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를 옹호하는 보도를 내놨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21일 “이틀째 집중 공세…‘부역자’ 발언에 ‘발끈’”이란 리포트에서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하고 “부역자라는 비난성 발언”을 쏟아낸 국회의원들에 “황 권한대행은 오히려 강하게 맞서면서 사드나 국정교과서 등에 대한 정부 입장을 차분히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리포트에서 기자는 “야당 의원들은 황 총리가 법무부 장관 시절 세월호 수사 과정에 외압을 행사했다고 공세를 펼쳤다”고 했다.

이에 민주언론시민연합은 “(MBC는)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을 ‘야당의 공세’로 규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련 질의 장면으로 “실재하는 두 증인이 있습니다”라는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 발언과 “확인된 사실을 전제로 질의해주시면 좋겠다”고 반박하는 황 총리 모습이 나왔다. 민언련은 “MBC는 수사 외압에 황 총리가 개입했다는 의혹은 전혀 담기지 않은 정 의원의 발언만 잘라낸 뒤, 황 총리의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말만 신빙성이 있어 보이게 하는 편집 효과를 냈다”고 지적했다.

▲ 21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실제 정 의원은 “세월호 수사 당시 법무장관이었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광주지검이 해경청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하려 할 때 이것을 방해하고 외압 넣은 사람이 법무장관 황교안이라는 증언이 있다”라고 말했고, 이런 내용 관련 검찰 관계자의 말을 전한 한겨레 기사를 인용했다. 황 총리의 대정부질문 중 정 의원의 질의를 언급한 곳은 MBC와 TV조선 두 곳 뿐이었는데 TV조선은 정 의원의 발언을 모두 보여줬다. 따라서 MBC가 의도적으로 발언 내용을 편집했다고 민언련은 지적했다.

황교안 체제를 비호하는 MBC의 의도가 보이는 곳은 더 있다. 해당 리포트에서 기자는 “박 대통령이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학을 부탁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의혹 제기도 나왔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최경희 총장에게 직접 전화해서 정유라를 잘봐달라고”라고 말하는 노웅래 민주당 의원 질의 장면을 내보냈다. 그러면서 기자는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리포트는 이준식 교육부총리와 있었던 질의였다. 민언련은 “MBC는 이 부총리의 이 답변은 보여주지도 않고 “확인되지 않은 사항”이라는 정부 측 입장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단언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은 최경희 전 총장과 통화한 일이 없다”는 박 대통령 변호인단 입장까지 덧붙였고 민언련은 지적했다.

이날 황 총리의 대정부질문에서 다룬 사안은 사드, 국정 역사교과서 등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던 정책을 강행할지 여부였다. 민언련은 “KBS와 채널A는 1건의 보도에서 하태경 의원과 황 총리의 말다툼과 이 사안을 함께 전했고 TV조선은 3건의 보도 중 1건을 따로 할애했으며, MBN은 1건의 대정부질문 보도에서 ‘박근혜 정책 강행 공방’만 다뤘다”며 “JTBC는 대정부질문 관련 보도 없이 2건의 보도에서 사드와 국정교과서에 쏟아지는 국민적인 반대 목소리만 조명했다”고 알렸다.

MBC 뉴스데스크의 위 리포트에서 기자는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사드 배치 문제를 보류하라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황 권한대행은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안이라며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또 국정교과서가 편향됐다는 주장은 왜곡됐다고 생각한다며 여론을 수렴해 사용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라고 보도했다. 민언련은 “자체적인 설명만 언급했고 관련 질의 장면은 생략해버렸다”며 “황 총리의 ‘강행 의지’를 기자가 대변하고는 더 이상의 보도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해당 리포트에 편향된 내용이 더 있다. MBC는 백승주 새누리당 의원이 “법무부 차관에게는 최순실 게이트 폭로의 시작이었던 태블릿 PC의 획득 경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며 “JTBC가 획득한 태블릿 PC에 대해서 언론사가 어떻게 획득해서 어떻게 방송하게 됐는지 (다시 점검해서 수사해주십시오)”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여줬다. 기자는 “최순실 씨는 태블릿 PC는 자기 것이 아니라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국회 질의에서 백 의원 질문에 이창재 법무부차관은 “이미 명확히 (소유주가 최순실이라고) 검찰에서 밝혔다”고 답했다. MBC가 발언의 일부만 잘라 태블릿 PC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최순실 측 입장만 부각한 것이다.

▲ 21일 TV조선 뉴스판 보도화면 갈무리

TV조선은 야권 책임론을 통해 황 총리를 비호했다. 이날 TV조선은 ‘뉴스 판’ “[판 포커스] 황교안 길들이기? 황당 대정부질문”이란 리포트에서 앵커는 “경제 상황은 심각하고, 사상 최악의 조류 인플루엔자도 걱정입니다. 정치적 현안이 돼버린 사드 배치, 국정교과서도 있습니다. 그래서 야권은 대정부질문에 황교안 대행이 나와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그런데, 대정부질문은 민생현안 토론이 아닌, 황교안 총리 길들이기로 변질됐다”라고 야권을 비판했다.

해당 리포트는 미니 다큐형식으로 기자 대신 성우가 상황을 설명했다. TV조선은 김정우 민주당 의원 비판에 집중했다. 김 의원이 “대통령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라고 한 것에 대해 “대정부질문 주제인 경제와는 아무 상관없는 질문” “황교안 총리에 대한 보수층 지지율이 높아지는 걸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왜놈들에게 나라를 팔아먹고도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한 이완용과 같다고도 한다”라며 민심을 전한 김 의원 발언도 “대통령과 총리를 향한 막말”이라며 비판했다.

민언련은 “TV조선은 보도 전반에서 야권 의원들의 질의가 황 총리에만 쏠렸다며 불만을 드러냈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황교안 총리는 선출된 권력이 아닌 탄핵된 대통령의 임시 대행자일 뿐이지만 경제부총리 유임, 마사회장 선임을 아무런 협의 없이 선언했고 지난 14일 정세균 국회의장 방문 당시에는 국회사무처장에게 의사당 밖까지 마중 나오라며 대통령급 의전을 요구해 물의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국정파탄의 주모 세력인 박근혜 정부의 노선을 강화하는 황 총리의 책임을 따지는 것은 당연히 국정 현안의 핵심”이라며 “TV조선은 이렇게 야권의 황 총리 비판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배경은 외면한 채 야권만 비난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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