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반기문 UN 사무총장에 대해 “구시대 청산에 절박함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회의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문재인 전 대표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기문 UN 사무총장에 대해 “그동안 쭉 구시대 질서를 누려왔고 성공해왔던 분”이라고 평가했다.

문 전 대표는 “경쟁자가 될 지도 모르니까 이런저런 평가하고 싶지 않다“고 전제한 뒤 “국민들은 구시대에 대한 확실한 청산, 결별 그리고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하자는 게 촛불 민심”이라며 “우리나라를 제대로 바꾸자는 부분에 있어서 절실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그런 부분을 절박하게 생각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12월3주차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제치고 지지율 1위(23.1%)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문재인 전 대표 역시 지지율 22.2%를 기록해 지지율 1위 자리를 두고 반 사무총장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는 “제가 대선 주자 가운데 높은 지지를 받고 있고 지지도도 꾸준히 오르고 있어서 국민들께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보수와 진보, 함께 개혁을 찾는다' 토론회에 참석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이어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당의 지지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고 전체 지지도 합계가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당 내 대선주자들 간) 치열한 경쟁 해야겠지만 경쟁 후 다시 하나로 모으는 것만 해낸다면 충분히 정국 주도권 쥘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며 대선 국면에서의 자신감을 표하기도 했다. 다만 다른 민주당 내 대권 후보와의 연대 방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문 전 대표는 호남에서의 지지율 상승에 주목했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에도 민주당의 호남 지지율은 국민의당을 제친 것으로 나온다. 문 전 대표는 “호남은 역시 민주주의의 본산이기도 하고 야당의 본산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뿌리”라며 “호남을 존경하고 애정의 대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자신감의 일환에서 나온 발언이 21일 ‘섀도우 캐비닛(Shadow cabinet)’으로 보인다. 섀도우캐비닛을 언급한 이유는 대선이 현실적으로 얼마 남지 않았고 대선 직후 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정권 내 각료들을 미리 조기 대선 국면에서 구성하자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문 전 대표는 “인수위 과정 없이 대통령 직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된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준비라는 면에서 내가 가장 준비 돼있다. 또 세상 바꾸자 하는 절박함에서 가장 강한 절박함을 가지고 있다. 그게 내가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섀도우 캐비닛 발언에 대해 국민의당 등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의 ‘정치적 꼼수’라고 비판을 내놓고 있다. 이용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21일 “헌재 탄핵 심판 결과도 나오기 전부터 취임 준비를 하는 모습”이라고 경계의 목소리를 내놓기도 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섀도우 캐비닛은 한 언론의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 중에 나온 발언일 뿐”이라며 “(내각 구성으로) 특정한 어떤 인물을 염두에 두고 있거나 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또한 문 전 대표가 비판을 받고 있는 지점들은 또 있다. 문 전 대표가 결선투표제 도입에 대해 부정적 언급을 한 것에 대해서도 1위를 다투는 대권 선두주자로서 지나친 자신감의 표현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역시 23일 “원포인트로 헌재에 물어보면 되는 일”이라며 “그게 헌법 개헌 사항이라고 하는 분은 사실상 해석으로서 안된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정책선거를 보장하는 제도적인 기반이 결선투표제라고 보고, (결선투표제가) 네거티브 선거를 약화시키는 기제가 된다”며 “결선투표 반대는 기득권 정치 논리”라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는 결선투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고 반박했다. 문 전 대표는 “왜 저한테 결선투표제(찬반 입장)를 압박하는지 모르겠다”며 “(도입 이유는) 지난번 대선때처럼 인위적 단일화하려는 이런 식의 노력이 필요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선투표제의 위헌 시비에 대해서는 “지난번 대선때는 개헌사항이라고 해석되고 있었다. 지난번 개헌 공약하면서 개헌 사항 중에 결선투표제를 포함시켜서 얘기”했었던 것이라며 “(결선투표제는) 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개헌을 두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과 각을 세우고 있다. 개헌을 대선 전후로 실행해야 한다는 이들과 달리 문 전 대표는 대선 전 개헌을 주장하는 것은 정치적 꼼수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개헌 역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일찍부터 개헌의 필요성을 말해온 사람”이라면서도 “이 시기에 뭔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서 개헌을 말하고 싶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나 목적 때문에 저를 공격하고 있는데 별로 맞지 않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개헌 논의는 시민들의 참여 속에 국민 주권적으로 행해져야 한다”며 “지금은 차분히 개헌 논의해서 공론이 모아지면 개헌 과제에 대해 대선 후보들이 대선때 공약하고, 국민의 선택 받는 분이 다음 정부 초기에 개헌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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