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규명에 돌입한 박영수 특검이 피의자 정유라를 향한 압박을 연일 높여감에 따라 정씨의 자진출두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검은 정씨에 대한 지명수배 등 구속절차를 마무리한 상황이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특검보)은 22일 오후 브리핑에서 “특검은 정유라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기소중지 조치와 동시에 지명수배를 하는 등 구속절차를 취했다”고 밝혔다.

▲ 12월21일 오전 브리핑에 참석한 이규철 특검 대변인. 사진=이치열 기자

이 대변인은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으나 (정씨가) 아직 독일에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향후 정유라에 대해 국내외에서 도피 등 편의를 제공하거나 증거인멸을 시도할 경우 형법상 범인도피, 범죄은닉, 또 증거인멸에 해당될 여지가 높을 것”이라 경고했다.

특검의 기소중지처분은 체포영장 발부보다 더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정씨의 자진 입국을 이끌어내기 위한 카드로 보인다. 기소중지는 피의자의 행방불명 등 범죄 사실 파악이 곤란한 경우 일시적으로 기소가 중지되는 처분이다. 기소중지결정이 나면 피의자에 대한 지명수배가 내려지기 마련이다. 정씨의 소재지만 파악된 후 귀국 조치만 이뤄진다면 정씨에 대한 체포 및 구속은 곧바로 진행된다.

외교부는 22일 정유라씨의 여권 무효화 조처에 착수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무부로부터 여권 제재 요청 문서를 전달 받았다”며 “여권법 19조에 따라 여권 반납 명령을 할 예정”이라 밝혔다. 정씨가 명령서를 받지 못하더라도 재반송된 명령서를 확인한 외교부가 누리집에 14일간 공시를 끝내면 외교부는 직권으로 여권 무효 조처를 취할 수 있다. 무효 조처까지는 한 달여의 시간이 소요된다.

특검이 국내외 조력자 모두에게 기소 가능성을 경고한 것까지 고려하면 정씨의 운신폭은 대폭 줄어든 상황이다. 지난 21일 특검은 정씨 체포를 위해 독일 검찰에 수사 공조를 요청했다. 독일 법원이 정씨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할 시 정씨 소재지 파악은 한층 더 쉬워질 수 있다.

특검은 이같은 조처로 정씨의 자진 입국을 기다리고 있으나 정씨가 끝내 불응할 경우 수사 기간 내 정씨를 체포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후 검찰의 요청에 따라 프랑스 경찰이 유병언씨의 딸 유섬나씨를 체포했으나 유씨는 송환을 막아달라며 현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유씨 송환은 지금까지 이뤄지지 못했다.

최순실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가 정씨 소환 조율이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이 대변인은 “만일 자진귀국 의사가 있다면 진작 들어왔어야 했다”며 “체포영장이 발부됐으니 지금이라도 들어오면 된다”고 말했다.


정씨에 대한 구속 준비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한편, 특검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확대에 대해선 뚜렷한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특검이 임명된 후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등 추가 범죄 정황은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한겨레는 지난 20일 우 전 수석이 2014년 6월 세월호 사건 수사를 위해 해경 본청을 압수수색하던 광주지검 수사팀에 ‘해경 상황실 전산 서버는 압수수색하지 말라’는 취지로 압력을 행사한 증언을 보도했다. 이어 한겨레는 22일 우 전 수석이 지난해 12월 방사청 법률소송담당관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했고 이에 반대의사를 표시한 방사청 차장 경질에도 외압을 행사했다는 전·현직 방사청 관계자들의 증언을 보도했다.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2월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제5차 청문회’에 출석해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이 대변인은 “특검 입장에서는 (특검법에 명시된) 수사 대상 부분을 먼저 검토할 것”이라며 “기타 이와 관련된 부분은 추가로 해당될 경우 그때가서 판단할 것”이라 밝혔다.

특검의 우선 검토 대상은 △청와대 문건 유출 △최순실 등의 정책 및 정부 인사 결정 개입 △미르·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뇌물공여 △최순실 불법 자금 유출 △최순실 정부 사업 불법 수주·편취 △정유라 학사비리 △삼성 정유라 승마훈련 지원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비리 등 8가지다. 세월호 수사 외압 및 방사청 인사 비리는 이와 직접적 연관성이 떨어진다.

이 대변인은 ‘세월호 수사 외압’ 직권남용과 관련, 광주지검 관계자에 대한 참고인 조사 여부에 대해 “(그런 계획)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특검팀은 지난 13일 특검팀 공식 브리핑이 개시된 이래, 우 전 수석 및 김기춘 전 비서실장 직권남용에 대해 원론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대변인은 해당 수사에 대한 계획이 질의될 때마다 “본격 수사가 개시되면 답하겠다”, “성역없는 수사할 것” 이라 답했다.

우 전 민정수석의 직무유기 등에 대한 혐의 수사는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는 특검의 과제다. 검찰은 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기록을 특검에 인계했다. 특검법 제2조는 우 전 민정수석을 수사대상으로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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