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의 국회의장 정세균 면담을 앞둔 지난 14일 국무총리실이 “대통령에 준하는 의전을 갖춰 달라”는 뜻의 요청을 했다고 국회 관계자가 밝혔다. 황교안은 같은 날, 20~21일로 예정된 국회의 대정부 질문 출석 요구에 대해 “전례가 없다. 대통령권한대행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위중한 상황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고민 중”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 대표들이 모인 국회에 가서 무정부 상태에 빠진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대화를 하는 것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달리 있다는 뜻이었을까?
12월 16일자 한겨레 1면 머리에는 ‘황교안(당시 법무부 장관), 세월호 수사 틀어막고 인사보복 했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랐다.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했던 해경 123정장에게 승객 구조 실패의 책임을 물어 처벌(업무상 과실치사 적용)하려는 검찰에 사실상 수사를 할 수 없도록 장기간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참사 당일 박근혜의 ‘행방불명 7시간’에 대한 의혹이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던 상황에서 해경의 구조 실패까지 불거져 여론이 악화하는 사태를 막으려는 의도 때문이었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황교안은 애초에 국무총리가 될 자격이 없는 인물이었다. 2015년 5월 박근혜가 그를 총리 내정자로 지명한 뒤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부정과 비리에 관한 의혹이 꼬리를 물고 제기되었다. 징집 면제, 변호사 재임 당시 거액의 ‘전관예우’와 ‘전화 변론’,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때의 ‘위증’, 법무부 장관 임명 축하금 논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검찰 수사에 대한 간섭, 총리 내정 뒤 세금 ‘지각 납부’ 등등이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이런 ‘법조인’이 박근혜의 고집 때문에 총리가 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은 야당 지도자들이라면 황교안이 대통령권한대행을 맡은 사실이 발표된 직후 당연히 ‘부당한 인사’라고 주장하면서 강력한 반대투쟁을 펼쳤어야 한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조선·중앙·동아일보를 비롯한 극우보수언론의 ‘황교안 체제 옹호’에 주눅이 들었던지 ‘협치’를 기대한다면서 어정쩡하게 열흘 이상을 허송하고 말았다. 그런 야당의 자세를 보고 분개한 ‘촛불 시민들’이 지난 토요일 “박근혜·황교안 퇴진”을 외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정권교체를 당연한 귀결로 여기며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정치인들은 거창한 정책이나 집권 이후에 대한 구상을 발표하는 일보다 먼저 박근혜와 황교안을 동시에 ‘퇴치(退治)’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문재인, 이재명, 안철수, 박원순, 김부겸, 안희정을 막론하고 ‘촛불혁명’의 당연한 열매가 자신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돌아오리라고 기대하겠지만, 온갖 기득권과 국가 지배력을 독점하고 있는 극우보수세력과 조·중·동 등 언론이 호락호락하게 그런 사태를 손 놓고 볼 까닭은 전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른바 ‘대권주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한자리에 모여 ‘박근혜와 황교안을 동시에 퇴치하지 않으면 평화적 정권교체는 이루어 질 수 없으므로 우리가 하나가 되어 주권자들과 함께 그런 운동을 벌인 뒤, 그것이 성공하면 공정하게 대선후보 경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들이 오는 토요일의 9차 촛불집회에서 연단에 함께 올라 그런 발표를 한다면 ‘주권자혁명’을 열망하는 시민들은 기독교 신자든 아니든 간에 가장 소중한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아들일 것이다.
※ 이 글은 <뉴스타파>에도 함께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