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이달 중 발표할 유료방송 발전방안의 핵심은 현재 78개로 나뉜 케이블업계의 권역을 폐지하는 것이다. 미래부의 의지가 강력하지만 케이블 사업자들과 KT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점이 변수다.

현행 방송법 체계에서 케이블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는 전국 78개 권역에 독점체제다. 독점 사업권을 준 대신에 케이블에 여러 책무를 부과한 것이다. 그러나 미래부는 2020년까지 SO 권역을 폐지하고 이후 케이블, IPTV, 위성방송 등으로 나뉜 체계를 유료방송 단일체계로 통합할 계획이다. 

미래부 유료방송발전방안 연구반은 IPTV와 케이블 모두를 위한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유료방송발전방안연구반 소속 이정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박사는 “사업자들이 시장에 들어오고 나가는 걸 자유롭게 하는 게 연구 목표”라고 말한 바 있다. 시장에서 IPTV에 밀리던 케이블은 ‘퇴로’가 필요했고, IPTV는 케이블 가입자를 사들여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입구’가 필요했던 건 사실이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때 공정거래위원회가 권역별 독점 문제를 이유로 합병을 불허한 바 있기 때문에 권역문제는 해소할 필요도 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그러나 미래부의 예측과 달리 정작 케이블TV방송협회는 “권역 폐지 반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한 케이블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태라면 어렵게라도 시장을 유지할 수 있지만 권역이 무너지면 사실상 케이블 전체를 통신사에 내주는 것”이라며 “전국권역 망에 깔린 통신사와 지역에만 사업하던 케이블의 공정한 경쟁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른 케이블업계 관계자는 “‘퇴로’를 열어주는 게 아니라 퇴출을 조장한 것”이라며 “초등학생과 대학생이 있는데. 권역이 폐지되면 일방적으로 대학생에 유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케이블은 IPTV와 인수합병을 더 이상 원하지 않는 것일까?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 꺼려하지만 개별 케이블업체들은 여전히 IPTV와 인수합병을 원하고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파는 쪽(케이블) 입장에선 최대한 가치를 높여야 이득인데, 미래부의 정책은 싸게 사려는 쪽의 이해관계가 강력하게 반영됐다는 것이다.

심영섭 한국외대 외래교수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 때처럼 지역별 독점상태가 유지되면서 케이블이 IPTV에 인수합병이 되면 지역 독점사업자로서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미래부의 발전방안이 도입 돼 지역독점이 붕괴된 이후 인수합병을 하면 케이블은 헐값에 넘겨야 한다. 결과적으로 통신사에 이익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미래창조과학부는 10월 27일 오후 유료방송 발전방안 토론회를 열고 발전방안 초안을 공개했다.사진=금준경기자.
통신사들의 반응을 보면 유료방송 발전방안이 통신사에 유리한 정책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인수합병을 추진했던 SK텔레콤과 제도정비 이후 인수합병 계획을 밝힌 LG유플러스는 찬성입장이다. 물론 KT는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이는 유료방송 시장 33% 점유율 합산규제에 발이 묶여 합병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경쟁 통신사의 성장을 견제한 것이다. 지상파 역시 최근 유료방송 토론회에서 권역폐지 반대 입장을 밝혔는데, 통신사 중심의 플랫폼 구도를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지난해부터 케이블이 위기극복을 위해 ‘지역성 강화’를 내세우고 있는데 케이블 권역폐지는 사실상 지역성에 대한 투자를 무너뜨리는 문제도 발생한다. 미래부는 케이블 권역이 붕괴되고 허가체계가 통합되면 IPTV에도 지역성을 부과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구체적이지 않다. 케이블업계 관계자는 “물론 지역성을 잘 구현하고 있는지에 대해 묻는다면 케이블이 반성할 대목이 많다”면서도 “다만, 노력을 하고 있는데 못한다고 해서 권역을 없애버리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당사자들 주장이기 때문에 좀 더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겠지만 현재 상황에서 케이블은 IPTV에 밀릴 수밖에 없다. 미래창조과학부 자료에 따르면 IPTV와 위성방송 점유율(50.6%)을 합하면 올해 3월 이미 케이블(49.4%)을 역전했다.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를 제외하더라도 2016년 상반기 기준 케이블 점유율은 47.93%이고 IPTV는 41.25%까지 쫓아왔다. 이 추세라면 이르면 내년에는 케이블이 IPTV에 역전당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은 이전부터 IPTV의 독주를 막기 위해 공정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결합상품 규제’를 요구해왔지만 미래부의 발전방안에 따르면 ‘동등결합 지원’을 논의하는 등 소극적인 대처에 그친다. 

동등결합은 케이블에도 핸드폰 결합상품을 허용한다는 것인데,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규 현대HCN 정책연구원은 “통신사는 강력한 브랜드가 있다. SK텔레콤이 핸드폰을 팔면서 SK브로드밴드 IPTV를 묶어 파는 건 쉽지만 소비자에게 영업하는 과정에서 다른 브랜드를 묶어서 파는 건 힘들다”면서 “통신사는 자사에 훨씬 더 많은 영업수수료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공정하게 경쟁하기 힘든 게 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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