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모바일에 이어 인공지능이 화두지만 당장 뉴스를 접목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포털사업자, 방송사, 통신사의 동영상 플랫폼 경쟁에 구글, 트위치TV 등 해외 사업자들도 뛰어 들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MCN 시장은 ‘오리지널 콘텐츠’와 ‘커머스’로 양분되는 추세다. 광고시장에서 지상파의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올 한해의 시장 상황과 주요 사업자들의 사업계획을 토대로 내년 미디어 산업을 좌우할 디바이스, 플랫폼, 콘텐츠, 광고 분야 전망을 정리했다.

‘AI 스피커’ 본격화, 뉴스도 맞춤형?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방면에서 기술혁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 두각을 나타내는 건 인공지능(AI) 스피커다. 올해 미국에선 아마존이 ‘에코’를 선보인 데 이어 구글이 ‘홈’을 선보였다. 이들 스피커는 음성을 인식해 음악을 틀거나 뉴스 헤드라인을 읽는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내년에는 국내에서도 AI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이 아마존 ‘에코’를 벤치마킹한 ‘누구’라는 AI 스피커를 내놓았으며 내년 내비게이션 ‘T맵’ 등 다양한 서비스에 접목할 계획이다. KT는 내년 1월 인공지능 서비스를 셋톱박스에 내장한 ‘기가 지니(가칭)’를 출시할 계획이며 LG유플러스는 가전제품에 AI 기술을 접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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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사업자인 네이버는 기기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인공지능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등 애플리케이션과 접목해 음성 배달을 선보일 계획이며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차에 관련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시장의 축이 PC에서 모바일로, 모바일에서 인공지능으로 넘어가는 건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미디어 산업에는 어떤 접점이 있을까. 현재 아마존 에코를 통해 “허핑턴포스트 헤드라인 읽어줘” 정도의 간단한 요청 정도만 가능한 단계다. 워싱턴포스트는 사물인터넷, 스마트홈, 자율주행자동차에서 이용자 맞춤형 뉴스를 제공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당장 뉴스 서비스를 고민하는 건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미 도입된 ‘본문듣기 서비스’(음성합성기술)를 응용하면 뉴스를 읽어줄 수 있다. 자연어 처리 번역 시스템인 ‘파파고’의 기술이 접목되면 기사 번역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스피커를 통해 뉴스 서비스를 최적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영신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터치나 마우스로 하는 인터페이스가 아니고 목소리가 인터페이스가 됐을 때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진다”면서 “음악의 경우 특정 플랫폼의 음악 서비스를 선택하고 보는 것이기 때문에 ‘슬픈 노래 들려줘’, ‘클래식 틀어줘’ 등 이미 큐레이션 된 걸 들을 수 있고 노래가 듣기 싫으면 ‘넥스트’라고 하면 다음 곡으로 넘어간다. 이런 서비스는 비교적 도입이 쉽다”고 말했다.

조영신 연구위원은 “그런데 텍스트 기반의 뉴스 서비스는 ‘그런 방식으로 부를 수 있나?’라는 질문부터 해야 한다”면서 “PC나 신문에서는 내가 보고 선택을 할 수 있지만 목소리는 선택의 폭이 좁고 뉴스 장르나 논조 등 나에게 맞는 소비가 최적화되기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음악 넘기 듯 스킵해서 다른 기사를 반복적으로 트는 것도 힘들다”고 말했다.

조영신 연구위원은 “따라서 AI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해주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텐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며 “뉴스는 넷플릭스처럼 제한된 인벤토리 안에서 추천을 하는 게 아니라  매일 새로운 기사들을 다시 조직화해서 맥락에 맞게 큐레이션하지 않으면 이용자에게 최적화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영상 플랫폼 주도권 경쟁 가속화

동영상 플랫폼 전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방송사, 통신사에 이어 포털 사업자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해외사업자들도 줄지어 진출하고 있다. 올해 네이버가 ‘V앱’을 성공시킨 데 이어, 내년 상반기 카카오가 ‘다음TV팟’과 ‘카카오TV’를 ‘카카오TV’로 통합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라이브 기능과 수익정산, 카카오톡과 연계 등을 통해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iStock
통신사의 모바일 IPTV가 빠르게 성장했지만 수익에는 한계가 있어 ‘속빈 강정’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11월 기준 설치자 수는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953만 명)가 1위를 차지했으며 LG유플러스의 비디오포털(768만 명)과 KT의 올레TV모바일(747만 명)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한국갤럽에 따르면 통신3사 모바일IPTV 앱의 유료이용률은 옥수수(40.6%), 비디오포털(34.8%), 올레TV모바일(21.9%)로 나타나 과반의 이용자들이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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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사업자가 운영하는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한 영상 서비스)는 ‘빅딜’ 가능성이 변수로 남아 있다. 현재 지상파가 ‘푹’, CJE&M이 ‘티빙’이라는 개별 서비스를 통해 콘텐츠를 공급하면서 방송시장의 주축인 지상파와 CJ 콘텐츠를 한 번에 볼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두 사업자가 콘텐츠 제휴나 서비스 통합 등에 대해 논의를 했지만 지분율 등 협상이 순조롭게 되지 않아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해외 사업자들의 진출도 변수다. 지난해 말 넷플릭스가 국내 진출한 데 이어 올해 트위치TV, 유튜브 레드 국내 서비스가 시작됐다. 당장 이들 사업자가 파란을 일으키는 수준은 아니지만 플랫폼 다각화에 따른 경쟁구도는 국내 사업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대도서관 망명사태 이후 아프리카TV가 콘텐츠 수익을 크리에이터와 배분하는 변화를 보인 게 대표적이다.

‘커머스’와 ‘오리지널 콘텐츠’, MCN의 돌파구 찾기

콘텐츠 시장에서 가장 역동적인 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채널네트워크) 산업은 수익을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수신료나 콘텐츠 앞에 붙는 광고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힘든 MCN 시장에서 최근 커머스가 주목받고 있다. 패션, 뷰티, 음식(먹방), 키즈 등 특정 분야 크리에이터들의 활동이 상거래나 브랜디드 콘텐츠를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이미 MCN은 멀티 커머스 네트워크로 진화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콘텐츠 자체의 완성도를 중시하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올해 ‘옥수수’에서 서비스된 웹드라마 ‘통메모리즈’는 웹툰처럼 회당 과금 모델을 도입해 성공하는 등 수익성을 확보하기도 했다. 미국시장과 마찬가지로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선 독점 콘텐츠가 있으면 플랫폼의 소구력도 높아져 동영상 플랫폼 전쟁이 과열될수록 ‘오리지널 콘텐츠’가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오리지널 콘텐츠’로 돈을 벌기에는 시장이 좁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MCN 콘텐츠의 전반적인 퀄리티가 올라가면서 역으로 레거시 미디어에 콘텐츠를 내보내는 새로운 흐름도 자리 잡고 있다. ‘도티&잠뜰TV’가 애니맥스 채널에 방영돼 인기를 끌었고 SBS 모비딕의 ‘경리단길 홍사장’도 심야시간대 방영되고 있다. 웹드라마 ‘마음의 소리’ 역시 네이버와 KBS를 통해 방영되고 있다. CJE&M의 다이아TV가 내년 1월 유료방송 채널 론칭을 준비하는 등 MCN 전용채널까지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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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 E&M은 내년 1월 MCN 전용채널인 다이아TV를 개국할 계획이다.
해외 시장, 특히 중국 시장의 ‘변화’와 ‘성장’은 한국 시장에 부정적이다. 중국 정부가 한류 콘텐츠 규제조치를 내렸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지만 사드배치 결정 이후 사업자들이 계약이 중단되는 등의 문제가 벌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더욱이 왕훙(網紅·인터넷 스타)이 현지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국내 사업자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성조 글랜스TV 대표는 “왕훙이 한국에 와서 방송을 하는 등 역전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크리에이터 중심의 시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상파 광고 붕괴, 막을 수 없다?

광고시장 전반이 위축돼 있지만 모바일 시장은 확대되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내년 1월 광고경기 예측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광고주의 경우 ‘온라인-모바일 매체’를 제외한 모든 매체에서 전반적인 광고비 집행 감소가 예상된다. 중형 광고주와 소형 광고주 모두 ‘온라인-모바일 매체’를 위주로 광고비를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 매체별 광고시장 점유율 변화추이. 지상파 중심의 광고시장이 붕괴하고 있고 종합편성채널과 CJ계열 채널이 포함된 PP 광고시장 점유율이 크게 올랐다.
대형 광고주 위주의 시장을 유지해온 방송시장에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지상파에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올해 지상파 광고실적을 추산하면 “광고총량제는 효과가 없다”는 점이 드러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지상파 방송 광고매출은 방송사당 전년 대비 10~20%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 관계자는 “지상파 3사의 일부 인기 프로그램에서 추가로 판매된 광고매출을 모으면 광고총량제로 연간 약 100억원 정도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대부분 다른 프로그램의 광고가 무한도전 등 일부 인기 프로그램으로 옮겨지는 식”이라며 “실제 추가로 판매된 것인지, 방송사 내부에서 이동한 것인지 따져본다면 실질적인 효과는 매우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JTBC와 CJ 계열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채널들의 광고비가 크게 상승하면서 지상파의 광고전망은 더욱 위태롭다. 상반기 CJE&M 계열 채널의 누적 광고매출액은 KBS와 SBS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지상파에게 길은 규제완화 뿐이다. 그래서 지상파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규제완화’에 올인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슈가 얽히고설켜 해결하기 쉽지 않다.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과 KBS수신료 인상은 여야 모두 공감대가 있지만 야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먼저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정부가 집권을 연장하게 되면 규제완화 가능성은 더욱 낮다. 지상파 주파수를 쪼개 채널을 늘리는 MMS(Multi-Mode Service, 지상파다채널서비스)의 경우 올해 5월 EBS2 본방송을 도입하면서 추가적인 도입은 없다고 방통위가 못을 박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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