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청년세대에서만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0%를 기록했다. 세계 정치 역사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전무후무한 일이다. 2016년, ‘쓰레기통에 버려진 기분’이라고 말하는 2030젊은층은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사태에 가장 분노하고 있는 세대임이 분명하다.

왜 분노하는 걸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보며 무엇을 느꼈기에 이토록 분노하는 걸까. 민주화를 책으로만 배운 청년들이 말만 들어도 어려운 ‘주권훼손’, ‘헌정유린’, ‘국정농단’이라는 이유로 분노를 하는 걸까? 아니면, 권력형 부정부패가 "박근혜 퇴진"을 외치게 하는 걸까. 나 역시, 적극적으로 분노하는 2030세대 중 일인이다. 저마다 광장으로 나가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이유가 다르겠지만, 30살 공정거래법을 공부하는 대학원생이자, 청년정치운동을 하는 내가 분노하는 이유에 대해 한 번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참고로, 나는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는 정치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하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도 정치라고 생각한다.

비선실세를 엄마로 둔 ‘정유라’로 표현되는 ‘불공정한 사다리’, ‘최순실’로 보여지는 ‘국가권력의 사유화’, 무능한 대통령 ‘박근혜’가 보여주는 ‘비상식’적인 행태, 비공식 단식 ‘이정현’을 대표로 둔 집권여당의 ‘정치 붕괴’, 내가 분노하는 이유는 이렇게 크게 4가지다. 

대한민국 사회가 불공정한 사회라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최순실과 그의 딸 정유라를 보면서 ‘어떤 부모 밑에서 태어났느냐, 어떤 환경에서 자라났느냐’에 따라 출발선이 다르다는 것을 보고 있잖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노골적으로 불공정한 대한민국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그들에 제일 화가 났다.

나는 제주도 우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농사를 짓고, 소를 키우셨고, 어머니는 해녀이다. 아버지는 코피가 터지도록 일을 하셨고, 어머니는 차디찬 겨울바다에 몸을 던지셨다. 그렇게 나를 키워내셨다.

“네가 공부를 잘 하면 부모와 같이 못 배운 사람들을 위해 쓰고, 네가 돈을 많이 벌면 부모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데 써라.” 아버지께서 늘 나에게 입버릇처럼 하시던 말이다.

이런 부모님 밑에서 나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다. 부모님의 힘든 노동의 대가로 나는 편하게 공부만 할 수 있는 걸 알았기 때문에 진짜 열심히 살았다. 학교 다닐 때는 열심히 공부를, 사회에 나와서는 인정받기 위해, 매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지 않을 때는 없었다. 나는 열심히 사는 것도 아니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취업하기 위해, 사회에게 인정받기 위해 나를 포함한 대한민국 청년들은 진짜 열심히 산다. 그런데도 ‘삼포세대’ 등으로 불릴 만큼 안정적인 삶을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이 대한민국 청년 세대의 현주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주저 말고 행동하고, 할 말은 당당히 하고 살라"고 하시던 아버지 교육 철학에 힘입어 나는 재판을 받는 신세가 되었다. 지난 20대 총선, 세월호 유가족에게 막말한 강원도 춘천 김진태 의원이 국회 대신 집에서 쉬는 게 좋다고 생각했고, 김진태 등 총선넷 낙선 기자회견에 단순 참여했다가 피의자 신분이 된 것이다. 정치인의 잘못을 알리는 것도 지금의 대한민국은 불법으로 간주한다. 참 답 없는 대한민국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유라는 내가 노력해도 갈 수 있을 말까 한 대학을, 누군가 노력해도 딸 수 있을 말까한 금메달을, 대통령 비선실세 부모를 만난 것도 능력이라서 쉽게 얻게 된 것을 알게 되었다. 난생 처음으로 '열심히 살아 뭐하나' 인생의 회의감이 들었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내가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것을 쉽게 가진 정유라가 부러웠던 것 같다. 정유라가 만약 김진태 의원의 낙선운동을 했다면, 경찰소환을 받지 않았겠지 하면서 말이다. 최순실 국정조사가 진행되는 이런 시국에도 정유라는 매우 안전하다. 학교 입학 단순 취소 등으로 학력이 중졸이 되는 게 그녀가 먹고 사는 삶에 얼마나 영향을 줄까 생각하니, 또 열 받는다.

최순실은 어떤가? 그녀는 우리 부모님이 하루 24시간 일을 해도 벌 수 없는 어마어마한 돈을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민의 권력으로 훔쳐 얻었다. 심지어, 그 돈은 우리 부모님이, 나와 같은 사람들이 열심히 살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납세한 혈세다. 진짜 참을 수 없이 분노가 나를 감싼다.

참을 수 없는 분노 때문에 나도 "박근혜 퇴진"을  힘차게 외치며 집회에 나갔다. 그런데, 하루가 가고, 일주일이 가고, 한 달이 넘도록 주말이 없는 삶을 살다 보니, 박근혜 탄핵과 퇴진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바꿔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박근혜는 분명 탄핵되어야 하고 퇴진해야 마땅하다. 이번 사태에 책임 있는 재벌들을 포함한 모두가 처벌 받아야 한다.

박근혜가 탄핵받고, 퇴진하고, 대통령이 바뀌고, 이 사태의 책임자들이 모두 처벌 받으면, 과연, 우리의 삶이 나아질까? 특히, 가장 분노하는 2030세대의 삶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을까? 난 쉽게 "예"라고 대답을 못하겠다.

아마 여전히 ‘삼포세대’ 등으로 불리면서 우리는 여전히 질 낮은 노동시장으로 내몰릴 것이고,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하고, 대학에서는 취업준비, 학비를 벌기 위해 알바를 하면서 청춘을 보내게 되지 않을까. 이제 막, 아기 아버지가 된 내 남동생은 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뭐라도 해야 하고, 비정규직인 내 여동생은 여전히 비정규직 일 것이며, 나도 취업을 해야 하는 이 시대에 청년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박근혜가 퇴진해도 우리의 삶은 나아질 것 같진 않다.

그러면,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을까. 그렇게 한다면 진짜 희망조차 안 보이겠지?

오늘과 같은 자괴감이 가득한 모습을 대한민국 미래에 다시 보고 싶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이 시대 청년들에게 탄핵 이후에 다음 3단계 자세를 적극적으로 제안한다.

제안에 앞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투표와 정치가 국민의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고 중요한지 깨달았을 것이다.

1단계, 앞으로의 모든 선거에 무조건 투표하라.

박근혜는 약 100만 표차로 대통령이 되었다. 우리 2030세대는 당시 유권자 비율에 37.9%, 1,500만 이상의 표를 가졌고, 2030세대 투표율은 약 69.23%로 투표자 수가 약 1,100만 명 정도였다. 우리 세대는 400만 이상의 표를 포기했다. 2030세대가 5060대처럼(투표율 80%이상) 적극적으로 투표했다면 최소한 오늘과 같은 꼴은 보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대한민국 헌법을 이제 전 초등학생들까지 다 아는 법이 되었다. 헌법이 보장하는 당신의 주권을 헌신처럼 버리지 말고 제발 제대로 사용해주기 바란다. 진보든 보수든 상관없다. 어떤 후보를 뽑든 어떤 정당을 뽑든 상관없다. 제발 무조건 투표해라. 청년투표율 100%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제발 평균 투표율만이라도 우리 무조건 투표하자.

2단계, 정치를 외면하지마라.

이번 사태를 보고 '정치가 뭐 그렇지'하며 정치를 절대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박근혜를 탄핵시킨 것, 역시 국민들이 위임한 권력으로 만들어 낸 의회 정치가 해낸 일이다. 최소한 청년들이 한 목소리로 정치권에 목소리를 내거나, 정당에라도 가입하여 목소리를 내고, 가능하다면 앞으로 진행되는 선거에 적극적으로 출마까지 했으면 좋겠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문제를 풀고 싶어 하는데 정치를 인정하지 않는 청년들에 행태들에 대해 더 이야기 하고 싶은 것들이 많지만 이번에는 제안 정도로 하겠다. 정치의 문제는 정치로 해결해야 한다. 투표하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일이고, 우리는 우리 미래를 위해 정치를 외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3단계, 정치인을 선택하는 안목을 키워라. 즉 공부하라는 소리다.

우리 세대를 위한 좋은 정치인을 선택하는 안목을 키우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 무조건 나이가 적고, 어리다 해서 우리 세대를 대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진보적이라고 해서 무조건 미래 지향적인 것도 아니다. 우리 세대, 나아가 미래 세대들을 위한 정책을 공부하고 하자. 대한민국 미래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정책을 제안하고 실천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을 선택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우리세대는 제대로 공부하고, 선택하자. 동정심 따위로 대통령을 선택하지 말자.

정치권에 적극적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사태를 통해 대한민국 사회에서 주목된 청년의 목소리가 그저 메아리처럼 우리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무조건 투표하고, 적극적으로 출마해라. 개인적으로 나는 어리면 어릴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정치권에 청년의 움직임이 없다면 우리에게, 당신에게 오늘의 대한민국과 같은 미래만 존재 할 뿐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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