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규명을 위한 박영수 특검팀이 20일 간의 수사준비기간을 마치고 본격 수사 개시에 돌입한다. 특검팀이 수사기간 70일 내 박근혜 대통령 및 재벌 총수의 뇌물죄, '세월호 7시간' 진상,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직권남용 등을 규명해낼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보로 인선된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20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특검은 지난 1일부터 오늘까지 20일간, 어려운 환경 속에서 파견 검사 등 필요한 인력 확보하고 시설 및 보안 시스템을 완비했다"며 "철저한 기록 검토를 통해 일부 관련자들에 대한 사전접촉 하는 등 수사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했다. 이를 토대로 본격적으로 수사에 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규명을 위해 구성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이규철 특검보가 12월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특검사무실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특검팀은 수사가 시작되는 오는 21일 오전 9시 특검사무실이 있는 서울 대치동 대치빌딩 18층에서 현판식을 열 예정이다.

수사준비기간 중에도 필요에 따라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할 수 있는 특검팀은 지난 18일 경부터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장충식 미래전략실 사장 등 삼성그룹 관계자를 사전 접촉하는 등 다수 대기업 관계자를 조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수사 관련 사항이라는 이유로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해왔다.

다수 보도를 종합하면 특검팀은 지난 주말 박상진 사장, 장충식 사장을 사전 접촉했다. 롯데, SK, 현대자동차 등 미르·K스포츠 재단 기부금 출연을 포함한 각종 뇌물 혐의에 연루된 재벌 대기업 관계자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변인은 이날 "사전 접촉한 관계자 수는 열 명 이하"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향후 필요에 따라 공개할 예정"이라는 말 외엔 비공개 사전 접촉 사실관계에 대해 철저히 함구했다. 이 대변인은 "현재 수사 준비 상황인 점, 수사 기밀 문제, 당사자의 동의 문제 등을 고려해 향후 본격적인 수사가 개시되면 필요에 따라 공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 기업 관계자가 수사실이 마련된 특검 사무실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조사를 받은 것에 대해 이 대변인은 "수사 준비 사항이고 수사 기밀, 당사자 사정을 고려해서 이유를 밝힐 수 없다"면서 "(향후) 수사 방법의 하나이기 때문에 (이 같은 수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제3의 장소'에서의 수사가 언론의 감시를 피하거나 수사 관계자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 대변인은 "특검법이 정하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에 따라 브리핑을 진행한다. 그 부분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면서 "제 3의 장소 관련 부분은 수사가 본격 개시되면 지금처럼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한겨레가 20일 보도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직권남용 행사 정황에 대해선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한겨레는 우 전 수석이 2014년 6월 세월호 사건 수사를 위해 해경 본청을 압수수색하고 있던 광주지검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해경 상황실 전산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은 하지 말라'는 취지로 압력을 행사한 것을 확인했다.

이 대변인은 이에 대해 "정보는 파악 중이다. 현재는 단순히 의혹 제기만 된 상태이기 때문에 수사 개시 여부는 정해진 바 없다"면서 "직무유기 관련 부분이 특검법 수사 대상으로 포함돼 있고, 수사 과정 중 인지한 상황도 수사할 수 있다. 구체적인 증거 확보되면 그때 가서 판단·결정할 것"이라 밝혔다.

▲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검이 12월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특검팀은 이처럼 특검법 시행 후 고발·인지된 혐의에 대한 수사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 대변인은 "특검에 접수되는 고발 사건들은 특검법 제 2조 수사 대상과 관련될 경우에 한해 인지 후 수사할 것"이라 말했다.

특검법 제 2조는 △박 대통령 및 미르·K재단 출연 대기업 뇌물죄 여부 △피고인 최순실 국정 개입 △정유라 부정입학 및 학사비리 △김기춘 직권남용 및 우병우 직무유기 △세월호 7시간 의혹을 포함한 박 대통령 불법 시술 혐의 등을 수사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제2조는 이들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도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특검은 △박 대통령 제3자 뇌물죄 적용 △세월호 7시간 규명 △우병우 직무유기·김기춘 직권남용 규명 등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성과를 내지 못한 과제를 그대로 떠안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한 검찰 특수본은 40여 명의 검사로 구성돼 ‘역대 최대 규모’라는 평가를 받으며 기대감을 모았으나 직권남용권리방해 및 강요죄 등의 혐의로 최순실, 안종범, 차은택 등을 기소하며 지난 11일 수사를 종료했다.

이밖에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요 △청와대 문서유출 △정유라 학사비리 △최순실 대기업 관련 이권 개입 등에 대한 수사 기록도 박영수 특검에 인계했다.

지난달 31일 임명된 박 특검은 31일 기자회견에서 "일체의 사실관계에 대한 명백한 규명에 초점을 두되, 수사영역을 한정하거나 대상자의 지위고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특검 본인은 물론, 수사팀 전원이 국난극복의 최전선에 서 있다는 굳건한 인식 하에 맡은바 성심을 다할 결심"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지난 1일 박 특검은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윤석열 대전지검 검사를 수사팀장으로 파견 요청했다.

지난 5일엔 박충근 변호사(사법연수원 17기), 이용복 변호사(18기), 양재식 변호사(21기), 이규철 변호사(22기) 등 4인이 특검보로 임명됐다.

특검은 수사 4팀, 수사지원팀 및 행정국으로 조직 체계를 구성했다. 세월호 7시간 행적 수사를 맡을 것으로 알려진 수사1팀엔 박충근 특검보와 신자용 부장검사, 고형곤 부부장검사, 이방현·최순호·호승진 검사가 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 및 재벌 총수의 뇌물죄 수사는 윤석열 수사팀장, 한동훈·박주성·김영철·강백신·최재순 검사로 구성된 수사4팀에 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또한 세월호 7시간과 관련된 박 대통령 불법 시술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의사 출신 변호사 특별수사관과 독일 검찰과 공조를 위한 독일어 구사가 가능한 특별수사관을 인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이 수사 준비에 돌입하는 동안 문화계 및 법조계 인사들이 특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문화연대 등 12개 문화계 단체는 지난 12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 예술작품 검열을 지휘했다는 이유로 김 전 실장 등 9인을 직권남용, 강요, 업무방해죄로 고발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20일 김 전 실장이 장경욱 변호사 등 민변 소속 회원에 대한 표적 징계·감시를 지휘한 정황 근거를 담은 고발장을 특검에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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