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2016년 8월17일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전도사’라고 불렸던 이재오 전 의원이 최근의 낙동강과 금강의 녹조 피해와 관련해 4대강 사업 때문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재오씨는 17일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녹조라고 하는 것은 옛날부터 있었던 것”이라며 “덥고, 햇볕이 많이 내려쬐고 특히 금년처럼 30도가 넘는 날이 연일 이어지면 녹조는 생기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오씨는 “4대강의 수질을 조금 더 개선하려면 지천이나 하천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국에 4대강으로 들어오는 지하천이 300여 개가 넘는데 후속조치로 이를 꾸준히 정비하고, 지천과 하천에서 흘러들어오는 오폐수나 생활폐수의 수질을 개선해야 한다”며 “현 정부에서는 그것을 전혀 안하고 있다”고 역공을 취했다.

이재오씨는 정치인이기 때문에 과학적인 사실을 잘 모르고 왜곡한다고 해서 크게 탓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전문가가 사실을 왜곡한다면 비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수자원학회 회장을 역임한 전문가인 심명필 교수가 동아일보 기자와의 인터뷰(2015년 11월28일 인터넷 동아일보 보도)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하였다.

기자 : 소위 ‘녹조라테’ 등 (4대강 사업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심명필 교수 : 그것 역시 조금만 길게 보고 평가해 줬으면 좋겠다. 강에 녹조가 발생한 것은 자연 현상으로 그런 현상이 생긴 것이 4대강 사업 때문인지 판단하기 이르다. 올해(2015년) 생겼던 녹조현상이 내년, 또 2년 후에는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필자는 본고에서 4대강 사업이 2011년에 끝난 후 2012년 여름부터 낙동강과 금강, 영산강 등에서 매년 발생하는 녹조 현상이 수온이 높아져서 생긴 자연 현상인지, 아니면 4대강 사업의 결과로 생긴 수질오염인지를 비교적 상세하게 밝히고자 한다. 또한 필자는 정부에서 공개한 수질측정자료를 이용하여 4대강의 수질이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를 평가하고자 한다.

2. 수질에 관한 논쟁

4대강 사업을 했기 때문에 4대강의 수질이 좋아졌는가 나빠졌는가? 이 문제는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의 영역이 아니고 자연과학의 영역이기 때문에 일반 국민은 분명한 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문이나 잡지 또는 방송을 통하여 보도되는 4대강 사업에 관한 논쟁을 보면 어느 쪽의 주장이 진실인지 일반 국민들은 알기가 어렵다. 토론자들이 사용하는 용어가 어렵고 또한 찬성측과 반대측의 주장이 모두 일리가 있어 보이므로 국민들은 혼란스러운 것이다. 4대강의 수질에 관한 논쟁에서 문제가 되는 쟁점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2-1. 물그릇 이론 vs 소주잔 이론

4대강 사업 찬성론자들은 보를 막아서 물그릇이 커지면 수질이 좋아진다고 주장하였다. 4대강 본류에 보를 막으면 저수용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물그릇이 커진다는 말은 맞다. 그러나 물그릇이 커지면 수질이 좋아질까?

심명필 교수가 본부장이었던 4대강살리기사업 추진본부에서 발행한 4대강 홍보 책자 ‘4대강의 진실’ 29쪽에 <그림1>과 같이 기록되어 있는데, 물그릇 이론의 출처라고 볼 수 있다.

▲ 그림1) 물그릇 이론
환경부에서는 물그릇이론에 근거하여 <그림2>와 같은 슬라이드를 만들어 4대강 홍보교육 자료로 사용하였다.

▲ 그림 2) 물그릇 이론의 홍보 자료
4대강 사업으로 보를 막아 물그릇을 크게 하면 수질이 좋아진다는 주장은 그밖에도 여러 사람의 발언에서 찾아볼 수 있다. 4대강 사업이 한창 진행되던 2010년 4월 3일, 정운찬 총리는 경남 양산시 물금취수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어항이 커야 물고기들이 깨끗한 물에서 자랄 수 있다”고 발언하였다. 이 발언은 세 개의 문장을 압축한 표현으로서 다음과 같은 의미를 전달하려고 했을 것이다. “4대강 사업을 하면 어항(물그릇)이 커진다. 어항이 커지면 물이 깨끗해진다. 물고기들은 깨끗한 물에서 잘 자란다.”

4대강 사업이 끝난 이듬해인 2012년 여름에 낙동강에서 녹조가 발생하였다. 2012년 8월 28일, 미국 위스콘신대의 박재광 교수는 선진화시민연대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녹조가 발생하면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오는데 4대강 사업으로 물그릇을 키웠기 때문에 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떨어져 녹조 피해를 줄였다”고 말했다.

2013년 8월 7일, 낙동강의 녹조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홍준표 경상남도 지사는 “(4대강 사업으로) 오히려 수량이 풍부해짐으로써 자정능력이 높아져서 과거에 견주어 녹조현상이 완화되었다”고 말하였다. 이 발언 역시 물그릇 이론에 근거했다고 볼 수 있다.

물그릇 이론을 들으면 일반인들은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셔 본 경험을 떠올릴 것이다. 커피가 너무 진할 때에 물을 부으면 커피가 연해지므로, 4대강에서도 물그릇이 커지면 희석에 의해 수질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주부들은 요리하다가 국물이 너무 짤 때에 물을 더 부으면 짠 맛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4대강에서 물그릇이 커지면 4대강의 수질이 개선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얼핏 들으면 맞는 듯하다. 그러나 단순히 물그릇이 커진다고 수질이 개선될까?

필자는 소주잔 이론을 생각해 내었다. 알콜 농도 19도인 소주를 작은 소주잔에 따르거나, 조금 큰 맥주잔, 더 큰 막걸리 사발, 또는 커다란 양동이에 채우면 소주의 알콜 농도는 변하는가? 그릇의 용량이 커서 소주의 양이 많아졌다고 해도 소주 농도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소주에 물을 섞으면 그때에는 알콜 농도가 낮아질 것이다. 4대강에 보를 막으면 저수용량이 늘어나지만 흘러 들어오는 물의 수질은 똑같다. 수량은 많아졌지만 수질이 좋아질 수는 없다. 매우 간단한 원리이다.

  2-2. 콜레스테롤 이론 vs 여과지 이론

4대강 사업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의 어느 날, 필자는 서울역 대합실에 있는 4대강 사업의 홍보자료를 보고서 깜짝 놀랐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홍보자료에는 강에 쌓인 퇴적물을 사람 혈관의 콜레스테롤로 비유하고서, 4대강 수질을 개선하기 위하여 모래를 준설한다고 쓰여 있었다. 강변의 모래를 콜레스테롤과 비유하다니! 누가 그런 비유를 제안했는지 모르겠으나 사실 여부를 떠나서 매우 창의적이고 기발한 비유라고 감탄했던 기억이 새롭다.

4대강에서 대규모로 준설하는 모래의 수질정화기능에 대해서 논쟁이 있었다. 강변과 강바닥에서 대규모로 모래를 제거하면 수질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안동대의 정기영 교수는 “암석이 풍화되는 과정에서 표면에 많은 미세한 공극들이 형성되어 있다. 이런 미세한 공극은 물과의 접촉면적을 넓혀서 모래층을 통과하는 물의 정화작용을 돕는다”고 주장하였다. 교원대의 오경섭 교수는 “낙동강 본류의 모래층과 모래톱은 탁해진 강물을 맑게 하는 필터 기능을 한다. 구미와 대구를 지나며 BOD가 3.3ppm으로 나빠진 낙동강물이 불과 20km 하류에서 1.1ppm까지 맑아지는 것은 바로 이런 모래층 덕분이다.”고 주장하였다.

이만의 환경부장관은 2010년 12월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강에 백사장이 있는데 왜 그것을 준설하느냐고 비판한다. 강에 백사장이 쌓이는 것은 강이 건강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경단체들이 근본적으로 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행정가인 이만의 장관은 모래의 기능에 대해서 전문가와는 전혀 다른 견해를 주장하였다.

강에서 모래를 준설하면 수질이 개선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4대강 사업 이전에도 논란이 있었다. 환경부는 1990년과 1993년에, 국립환경연구원에서는 1998년에, 환경관리공단에서는 1999년에, 팔당호 수질개선을 위한 준설을 검토했으나 효과가 미미하다는 이유로 포기한 적이 있다. 그후 2004년 경기개발연구원의 연구에서도 준설에 의한 팔당호 수질개선 효과는 미미하며 오히려 오염원 차단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을 낸 바 있다.

과거에 우리 조상들은 우물물을 이용하면서 자갈과 모래와 숯을 차례로 깐 여과통을 만들어서 물을 걸러서 먹었다. 현대에도 상수도를 공급하는 정수장에서는 모래를 깐 여과지를 통과시켜 수질을 좋게 하는 단계를 거친다. 4대강의 모래밭은 자연이 제공하는 여과지라고 말할 수 있다. 강에 모래가 있으면 수질이 좋아진다는 것은 매우 상식적인 원리이다.

  2-3. 녹조의 발생 원인: 수온 vs 체류시간

4대강 사업이 2011년에 준공된 후 2012년 여름에 낙동강에서 녹조가 발생하였다. 환경단체에서는 녹색으로 변한 낙동강 물을 ‘녹조라떼’라는 신조어로 표현하면서 4대강 사업이 녹조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2012년 8월7일, 정부에서는 녹조 발생에 대해서 “녹조 현상은 강우가 적고 기온이 높아서 생긴 불가피한 현상으로서 4대강 사업과는 무관하다”고 발표하였다. 대부분의 주류 신문과 방송에서는 정부의 발표를 전하였고, 많은 국민들은 이러한 발표를 아직까지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 그림3) 낙동강 중류의 녹조. 사진=녹색연합
전문가들은 녹조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2012년 8월9일에 환경재단에서 열린 ‘4대강 전역의 녹조현상 전문가 진단’ 토론회에서 부산 가톨릭대의 김좌관 교수는 7월 상순부터 중순 동안의 전국 강수량은 예년에 비해 증가하였으며, 7월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1.0도 높았을 뿐이라고 지적하였다. 그러면서 김좌관 교수는 “낙동강 중류부 녹조 현상은 최근 완공된 보로 인해 긴 체류시간이 보장되면서 생긴 영향으로 파악된다”고 주장했다.

2012년 8월14일 환경운동연합의 이철재 처장은 ‘미디어오늘’에 실린 기고문에서 “녹조는 수온, 햇빛, 오염원과 함께 유속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뜨거운 날씨 탓에 녹조가 번성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는데 여기에 4대강 사업에 따른 유속 감속 현상으로 녹조 현상이 더욱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녹조의 원인을 체류시간의 증가에서 찾았다.

2012년 8월16일 미국 위스콘신대의 박재광 교수는 데일리대한민국이라는 인터넷 신문에 기고문을 발표하여 “104년 만의 가뭄과 유례없는 폭염, 그리고 높은 일조량은 녹조를 발생시키기에 충분한 조건이다. 녹조가 안 생긴 남한강은 강우량이 예년의 75%로 다른 한강 지역의 43%보다 훨씬 많았다. 가뭄과 이상기후가 녹조의 원인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였다.

2012년 8월16일 국립환경과학원장인 박석순 교수는 한국경제신문에 실린 기고문에서 “녹조현상은 물의 속도와 무관하다. 유속이 빠르고 느림에 상관없이 영양물질, 온도, 빛의 조건만 맞으면 폭발적으로 증식하는 것이 녹조생물이다. 만약 유속을 느리게 한 보가 원인이었다면 서울의 한강은 녹조현상이 매년 반복되어야 한다. 1980년대 신곡과 잠실에 보가 설치돼 약 1억톤의 물이 차 있고 물이 매우 느리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하였다. 체류시간은 녹조 현상과 관계없다는 주장이다.

2012년 8월28일 박재광 교수는 선진화시민연대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녹조가 발생하면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오는데 4대강 사업으로 물그릇을 키웠기 때문에 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떨어져 녹조 피해를 줄였다”고 말했다. 박교수는 이어서 “수심이 3m 이상이 되면 빛이 투과가 안 돼 녹조류의 광합성을 막아 번식을 막는다”면서 “4대강 사업으로 인해 3m 미만이었던 수심이 3m 이상으로 깊어지게 돼 녹조 피해를 줄였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이 녹조의 원인이 아니라는 의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4대강 사업을 했기 때문에 물그릇이 커지고 수심이 깊어져서 오히려 녹조 피해를 줄였다고 박재광 교수는 주장하였다.

2012년 10월30일, 국립환경연구원장 박석순 교수는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하여 “서울시민이 먹는 물은 북한강의 화천댐과 소양강댐에서 체류되고 춘천댐, 의암댐, 청평댐, 팔당댐을 거치면서 체류시간이 약 470일이나 걸리지만 수질이 나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체류시간이 길면 수질이 나빠진다, 이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2013년 8월9일에 이화여대 박석순 교수는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하여 “(4대강 사업으로) 물그릇이 커지면 여름에 더울 때 수온이 쉽게 올라가지 않는다. 녹조가 생기려면 더워야 한다. 물이 뜨거워야 되는데 수심이 깊으면 녹조 발생이 적다. 깊은 수심의 물은 녹조 발생이 줄어든다.”라고 발언하였다.

녹조의 발생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제한요인이라는 개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녹조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필요한 조건으로서는 빛, 수온, 영양염류, 수심, 체류시간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중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수온과 영양염류, 그리고 체류시간 등 3가지이다.

녹조가 발생하려면 높은 수온과 풍부한 영양염류, 그리고 긴 체류시간이 필요하다. 3가지 조건 모두가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될 때에 녹조가 발생할 수가 있다. 만일 2가지 조건은 충분한데, 나머지 한 가지 조건이 부족하다면 녹조는 발생할 수 없다. 이때에 부족한 한 가지 조건을 제한요인(Limiting Factor)이라고 부른다.

겨울에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수온이 낮기 때문이다. <표1>은 4대강의 제일 아래에 있는 보의 2015년 월평균 수온을 조사한 자료이다. 우리나라의 강과 저수지에서 녹조는 수온이 20도를 초과하는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 동안에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여름에 이상기후로 수온이 높으면 녹조현상이 더 활발하겠으나 수온이 제한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조류가 성장하는 데에 필요한 영양염류는 질소(窒素)와 인(燐)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강과 저수지에는 농경지와 가정하수에서 질소가 충분히 공급되고 있다. 또한 일부 조류는 질소를 고정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하천과 호소에서 질소 공급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인 성분은 자연 상태에서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서 때로는 부족할 수가 있다. 인은 축산폐수나 가정하수를 통하여 많이 공급되는데, 4대강 보의 유역에는 인구가 많고 농경지가 많아서 인 역시 충분히 공급이 되고 있어서 인 성분이 제한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녹조 현상을 일으키는 부유조류는 물 위에 떠서 살아가는 조류로서 떠내려가지 않고 성장하려면 정체된 수역이 필요하다. 유속이 느린 강의 습지에서 부유조류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대개 부유조류는 체류시간이 긴 호소나 저수지에서 많이 발생하게 된다. 2012년부터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한 4대강의 녹조 현상은 ‘조류의 대발생’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녹조 현상이 일어나려면 최소 2주 이상의 체류시간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흐르는 강에서 여름에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수온과 영양염류는 충분한데 체류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강과 하천에서 짧은 체류시간은 녹조 발생의 제한요인이 되며 체류시간만 늘어나면 제한요인이 사라지면서 녹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낚시하는 사람들은 여름철에 가물면 저수지의 정체된 부분에서 녹조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수질을 연구한 전문가들은 모두 알고 있는 내용으로서 새로운 주장이 아니다. 4대강 사업이 완공되기 이전부터 전문가들은 4대강 본류에 보를 막으면 체류시간이 늘어나서 녹조가 발생할 것이라고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강원대의 김범철 교수는 2008년 4월에 환경관련 3개 학회 대운하공동심포지움에서 “우리나라 하천에서는 인의 농도가 0.1mg/L 이상으로 높아서 조류 성장의 제한요인이 아니며, 갈수기의 체류시간이 조류 밀도의 제한요인이 된다”고 발표하였다. 김범철 교수는 “우리나라 하천에서는 체류시간만 길어지면 부영양화가 발생할 것이며, 4대강에 댐을 막으면 하천의 수심이 증대하고 체류시간이 증가하여 조류의 증가로 인한 부영양화가 발생할 것이다“라고 예측하였다.

부산 가톨릭대의 김좌관 교수는 2009년 7월 대한환경공학회에서 “낙동강에 16개의 보가 건설되면 건기 때에 낙동강의 영강 합류 지점부터 하구둑까지 유하시간이 18일에서 186일로 약 10배 늘어날 것이다”라고 말하고, “강물의 체류시간이 늘어나면 부영양화가 발생하여 수질이 악화될 것이다”라고 예측하였다.

충남대의 서동일 교수는 2009년 8월에 한국수자원학회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의한 수질 변화와 수질관리’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발표하였다. 서동일 교수의 계산에 의하면 낙동강은 보가 건설되면 체류시간이 갈수기에 52일에서 170일로 늘어난다. 이러한 체류시간의 증가로 인하여 정체수역이 형성되고 부영양화에 의한 수질 악화가 예상된다고 서교수는 주장하였다.

정부의 관계자들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다. 환경부에서 운영하는 물환경정보시스템 조류정보방 메뉴 ‘녹조Q&A’에서는 녹조의 원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Q : 녹조는 왜 발생하나요?

녹조는 풍부한 먹이원(영양염류), 따뜻한 온도, 많은 빛, 느린 유속 등 크게 4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합니다. (필자 주: 많은 빛은 낮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식물성 플랑크톤인 녹조는 햇빛이 있는 낮 동안에 성장한다.)

필자는 대학에서 수질오염개론이라는 과목을 강의하였다. 우리나라 하천과 강에서 조류 발생의 제한요인은 체류시간이며, 여름에 수체에서 체류시간이 증가하면 부유조류가 증가하여 부영양화가 일어난다는 것은 새로운 이론이 아니고 수질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적인 이론이다. 오히려 녹조 논란과 관련하여 일부 학자의 “녹조 현상은 체류시간과 무관하다”는 주장은 처음 들어보는 이론으로서 출처를 알 수가 없다.

3. 4대강 수질에 대한 평가

  3-1.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는 2011년 10월에 준공된 4대강 사업을 2013년 9월부터 16개월 동안 조사하고 평가한 결과를 2014년 12월에 발표하였다. 발표문에는 4대강의 사업과 수질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4대강 사업이 수질에 미친 영향을 평가한 결과 4대강 사업으로 한강과 낙동강, 금강은 대체로 BOD(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와 식물성플랑크톤이 감소하였으나, 낙동강 상류 지역 4개 보 구간에서는 BOD가 증가하였고, 영산강은 식물성플랑크톤이 늘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각 사업이 수질에 미치는 영향을 분리하여 평가한 결과, 하수의 인(P)제거는 수질을 개선하는 주요인이었으나, 보 준설에 의하여 물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것은 수질을 악화시키는 요인인 것으로 판단된다. 2013년에 낙동강에서 녹조현상이 심해진 것도 강수량이 적고 물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것이 주요 원인이었으며, 높은 기온과 일사량의 증가도 복합적으로 적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수장의 수처리 대책이 적절히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정수처리된 수돗물의 경우 남조류 독소로 인한 위해성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밑줄은 필자가 첨가한 것임)

발표 후에 이어진 일문일답에서는 수질 부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질문: 4대강 사업이 궁극적으로 수질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나, 악화되었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가?

답변: 사업 전 2008~2009년과 사업 후 2012~2013년의 수질을 비교한 결과, 한강, 낙동강, 금강은 BOD 및 조류 농도가 감소해 대체로 수질이 개선됐다. 다만, 안동에서 구미 지역의 낙동강 상류 및 영산강은 과거에 비해서 수질이 다소 악화됐다. 보 건설, 준설, 총인(T-P) 저감사업 등의 2013년 기준 각 요소별 영향을 분석한 결과 보와 준설로 인한 체류시간 증가가 조류 농도를 증가시키는 주요 요소로 작용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증가한 조류 농도는 BOD 증가의 원인이 됐다. 강천보.여주보.이포보.상주보.공주보.백제보.죽산보 등은 보 수위를 낮추고 체류시간을 감소시켜 BOD 및 조류농도를 일부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총인(T-P) 처리 사업에 따른 총인 농도 감소는 수질 개선에 기여했지만, 영산강 등 일부 수역은 여전히 인 농도가 높아 조류 발생 여건이 지속되고 있다.” (밑줄은 필자가 첨가한 것임)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회는 BOD와 조류농도를 기준으로 비교한 결과 수질은 4대강의 많은 구간에서 개선되었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4대강에서 발생한 녹조는 높은 기온도 일부 영향을 미쳤지만 체류시간 증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3-2. 민간 4대강 조사위원회

11개 학회·시민단체로 구성된 민간 ‘4대강 조사위원회’는 2016년 7월28일 경남 함안군 창녕함안보 홍보관에서 ‘낙동강 수질, 퇴적토 및 낙동강 상류 석포제련소 주변 환경조사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조사위원회에는 가톨릭관동대학교 박창근 교수와 인제대학교 박재현 교수 등이 참여했다. 조사위는 6월 9일부터 11일까지 경북 안동에서 부산 낙동강하구에 이르는 낙동강 구간의 수질 등을 조사했다.

조사위에 따르면 수심이 깊은 함안보(11m), 합천보(11m), 달성보(9m) 지점 수질을 분석한 결과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농도가 보통 수준인 3등급(함안보, 합천보)이거나 나쁨 수준인 5등급(달성보)이었다.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의 경우 합천보는 4등급(약간 나쁨), 함안·달성보는 5등급(나쁨)이었다. 유관기관의 공식 조사 결과는 아니라고 하지만 이처엄 BOD나 COD 농도가 5등급까지 떨어진 것은 낙동강 수질을 조사한 이래 이번이 처음이었다.

조사 구간에서 합천보 표층(수면) 용존산소(DO)는 8.8mg/L이었으나 수심이 깊어질수록 용존산소가 줄어들고 수심 9~11m 구간에서는 용존산소 수치가 0이었다. 용존산소가 0인 구간에서는 물고기는 물론 저서생물도 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질이 나빠지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녹조 문제도 심각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낙동강 칠곡보의 경우 조류경보 발령일수는 2013년 13일, 2014년 14일, 2015년 35일로 매년 증가했다. 강정고령보는 2013년 73일, 2014년 36일, 2015년 78일로 증가했다. 창녕함안보는 2013년 98일, 2014년 143일, 2015년 171일로 매년 증가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사무처장은 “보가 없다면 물이 안동댐에서 낙동강 하구둑까지 흐르는 데 18일 걸린다. 그러나 보가 생기고 난 뒤 140일 정도 걸리는 것으로 분석됐는데, 결국 호수처럼 유속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 물이 오염되기 쉽다”고 주장했다.

조사위는 “4대강 수문을 상시 개방해 일정한 유속을 확보, 조류가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강을 강답게 만드는 게 수질 문제에 있어 효율적 해결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에 대해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수질은 측정 시기와 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며 “같은 보에서 측정한다 하더라도 위치가 다르면 수질 결과도 다를 수 있고 소나기 등 날씨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단순 비교로 일반화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3. 4대강 사업 전과 후의 수질 평가

정부에서 임명한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의 조사는 2008~2009년의 자료를 사업 전으로 보고 2012~2013년의 자료를 사업 후로 간주하여 수질 평균을 비교하였다. 2010~2011년에는 4대강 사업이 한창 진행중이어서 강이 교란 상태였기 때문에 수질조사는 별 의미가 없다고 본 것 같다. 민간 단체로 이루어진 ‘4대강 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는 낙동강의 경우 2016년 6월 10~11일 이틀간 조사한 자료로서 통계적인 비교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여진다.

그래서 필자는 독자적으로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www.nier.go.kr)에서 공개하는 수질측정자료를 이용하여 조사해 보았다. 사업 전의 수질은 2008~2009년 2년 평균 자료를 기준으로 삼고 사업 후의 수질은 2012~2015년의 4개 년도의 평균자료를 기준 삼았다.

    (1) COD 기준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는 BOD를 기준으로 수질을 비교하였으나, 필자 의견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4대강에 만들어진 16개 보는 16개의 호소를 만들었다. 4대강 사업 구간은 더 이상 하천이 아니고 호소라고 보아야 한다.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에 의하더라도 호소의 수질기준은 BOD가 아닌 COD로 제시되어 있다. (COD는 조류가 많으면 측정치가 높게 나오며, 대개는 BOD보다 큰 값이 된다.)

필자가 조사해 본 결과 한강과 금강, 영산강의 경우에는 사업전.후 동일한 측정지점에서의 자료가 일부 누락되어서 일관된 비교를 하기가 어려웠다. 낙동강의 경우에는 사업 이전의 측정소와 사업 이후의 측정소가 일치하고 자료가 완전하였기 때문에 본고에서는 낙동강을 대상으로만 평가하고 나머지 강의 평가는 보류하였다.

COD를 기준으로 비교하였을 때에 낙동강에서 사업 전과 사업 후의 수질은 5개 구간에서는 악화되고, 2개 구간은 변화가 없고, 1개 구간은 개선되었다. 4대강 사업 후 낙동강 8개 보의 수질을 생활환경기준(호소) COD를 적용하여 평가하면, 가장 상류인 상주보는 III등급(보통) 이었고, 나머지 7개 보의 수질은 IV등급(약간 나쁨)을 나타내었다.

    (2) 총인(TP) 기준

총인 기준으로 낙동강의 수질 변화를 비교한 결과 5개 구간에서는 수질이 개선되고 3개 구간에서는 수질이 악화되었다. 수질이 악화된 3개 구간은 낙동강의 상류 지역이었다. 사업후 낙동강 보에서의 총인 농도는 모두 조류 발생의 필요조건인 0.03(mg/L)을 초과하였다. 그러므로 총인이 낙동강에서 조류 발생의 제한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4대강 사업후 낙동강 8개 보의 수질을 생활환경기준(호소) 총인을 적용하여 평가하면 상주보, 낙단보, 구미보 등 상류에 있는 3개 보는 III등급(보통)을 나타내었고, 중.하류의 나머지 5개 보는 IV등급(약간 나쁨)을 나타내었다.

    (3) 녹조 발생

4대강에 보를 막은 이후에 4대강은 호소로 변하였고, 조류의 발생이 증가하였다. 육안으로 색깔이 보일 정도로 남조류가 증가하면 녹조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남조류세포수가 5000(cell/ml) 이상이면 뚜렷하게 색깔이 나타난다. 2012~2015년 4년 동안의 수질 자료를 조사한 결과 녹조 현상은 낙동강이 가장 심하였고, 이어서 금강과 영산강에서도 녹조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남한강의 3개보에서는 녹조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는데, 체류시간이 짧아서 제한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조류가 다량으로 발생된 후 죽게 되면 침전되어 분해되면서 호소의 심수층에서 산소고갈로 인해 어.패류의 폐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조류가 많은 물은 상수원수로 사용하면 정수처리 과정에서 여과장치의 기능이 저하되기도 있다. 여름철에 발생하는 남조류 일부는 독소를 생성하여 건강상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으며 수돗물에서 좋지 않은 냄새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처럼 수생태계와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조류의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하여 정부에서는 1998년부터 주요 상수원으로 이용되고 있는 팔당호, 대청호, 충주호 등 총 20개 호소를 대상으로 조류경보제를 실시해 왔다. 조류경보제는 클로로필-a 농도와 남조류 세포수를 기준으로 발생 정도에 따라 <표6>와 같이 3단계로 구분한다.

그러나 2016년 1월 1일부터 정부에서는 발령기준과 용어를 변경하였다. 녹조 현상과 관련하여 대표성이 낮은 것으로 확인된 클로로필-a를 기준에서 제외하고 남조류세포수로만 기준을 삼았다. 조류의 측정은 주 1회 실시하는데, 유해 남조류세포수가 2회 연속 발령기준을 초과하면 관리기관에서 조류경보를 발령한다.

남조류세포수로 비교하면 이전에 비해 새로 변경된 조류경보제는 경보발령 기준이 완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1ml 당 남조류세포수가 600이면 이전에는 주의보가 발령될 수 있었으나 변경된 조류경보제를 적용하면 발령 조건이 되지 않는다. 또한 수영, 낚시, 수상레저 등 친수활동을 보호하기 위하여 친수활동구간에 대한 조류경보제를 새로이 도입하였는데, 기준을 대폭 완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조류경보제 기준 변경에 대해서 환경단체에서는 비판을 하고 있다. 실제로 2015년 서울시 구간 한강에서는 과거의 기준을 적용하여 조류경보가 109일이나 발령되었는데, 기온이 유독 높았던 2016년에는 새로운 기준을 적용한 결과 조류경보가 한 번도 발령되지 않았다.

4. 수질에 관한 몇 가지 질문들

4대강 사업의 수질 영향에 관해서는 전문가들도 상반된 주장을 하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로서는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가 없고 혼란에 빠져 있다. 4대강 사업과 수질 문제에 대하여 몇가지 대표적인 질문들에 대해서 필자의 의견을 개진한다.

질문1:  왜 낙동강에서는 녹조가 발생하고 남한강에서는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가?

일부 독자들은 “똑같이 4대강 사업을 했는데 낙동강에서는 녹조가 발생하고 남한강에서는 왜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가?”라고 질문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답변은 체류시간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남한강의 3개 보 구간은 <표8>에서 보듯이 저류량의 증가가 작아서 체류시간이 적게 증가하였기 때문에 녹조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낙동강에서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저류량의 증가가 300%나 되기 때문에 체류시간이 3배 이상으로 크게 늘어났다는 사실이 낙동강에서 녹조가 가장 많이 발생한 원인이라고 판단된다. 가뭄이 발생하여 4대강 보로의 유입량이 적을 때에는 체류시간이 더 크게 늘어나서 녹조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질문2: 체류시간이 아주 긴 소양호에서는 왜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가?

소양호는 체류시간이 매우 길어도 녹조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4대강에 보를 막아서 체류시간이 늘어나서 녹조가 발생했다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일부 학자들이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녹조 발생의 제한 요인을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주장이다. <표9>를 보면 소양호는 총인 농도가 매우 낮아서 조류 발생에 필요한 0.03mg/L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에 체류시간이 길어도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다. 소양호의 상류에는 인구도 적고 농업활동도 활발하지 않으므로 소양호로 유입되는 오염부하량이 적다. 그러므로 소양호에서는 체류시간이 길어도 총인 농도가 제한요인으로 작용하여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다.

참고로 남한강의 3개 보의 총인 농도는 <표10>과 같다. 남한강의 보는 인의 농도는 충분하지만 짧은 체류시간이 제한요인으로 작용하여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다.

질문3: 4대강 사업 이전에도 낙동강에는 녹조가 발생하지 않았는가?

4대강 사업 이전에도 낙동강에서는 녹조가 발생하였다는 표현은 형식적으로는 맞다. 그러나 4대강 사업 이전에는 낙동강 하구둑으로 물이 정체된 물금 취수장 근처에서 녹조가 발생하였다. 그러나 4대강 사업 이후에는 낙동강의 8개 보로 인하여 낙동강 본류 전 구간이 호수로 변하고 전 구간에서 녹조 현상이 나타나므로 문제가 되고 있다. 낙동강의 본류는 이제는 정확히 표현하면 강이 아니고 호수라고 불러야 맞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은 8개의 낙동호수로 변했다.

질문4: 유역에서 발생하는 하수와 폐수를 처리하여 인 농도를 낮추면 녹조는 해결되는가?

조류가 발생하려면 한강물환경연구소에서 제시하는 기준으로는 총인 농도가 0.03mg/L 이상으로 필요하다. 현재 하수처리장 방류수의 총인 기준은 0.2mg/L 이므로 방류수 기준을 철저하게 맞추어도 녹조 발생에 필요한 총인 농도를 6배 이상으로 초과한다. 흔히 비점오염원이라고 부르는 축산폐수, 농업배수 등은 오염원이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수처리가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 4대강의 보에는 총인은 이미 충분한 농도로 축적되어 있으므로 조류의 발생 조건에서 당분간 제한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질문5: 녹조가 생겨도 고도처리하면 수돗물의 수질은 안전한가?

녹조가 생기면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물질이 증가하는데, 이 물질은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정부에서는 일반적인 정수처리 외에 추가로 고도처리를 하면 아무리 오염된 물도 정화하여 안전한 수돗물로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상수도 원수의 오염이 심해지면 정수처리의 최종 단계에서 염소 소독을 강화하게 되고, 염소 소독 과정에서 발암물질로 알려진 트리할로메탄(THMs)이라는 물질이 증가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트리할로메탄에 대한 수질 기준은 0.1mg/L 인데, 이 기준은 선진국의 기준에 비하면 너무 느슨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독일과 노르웨이의 경우 트리할로메탄의 수질 기준이 0.05㎎/L로서 우리나라 기준보다 2배나 더 엄격하다. 국민들은 발암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을 원할 것이다.

5. 결론

4대강 사업의 핵심은 물그릇론이었다. 강바닥을 파고 둑을 높여 물그릇을 더 키우자는 것이었다. 물그릇을 키워야 매년 반복되는 홍수 피해를 막고, 가뭄도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수(利水), 치수(治水)는 물론 친수(親水) 공간도 개발해 녹색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논리이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으로 물그릇이 커지면 저수용량이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희석에 의해 수질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똑같은 수질의 물이 보를 채우고 흘러넘치므로 단순히 물그릇이 커진다고 수질이 좋아질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소주를 채우는 그릇이 커진다고 해서 소주의 농도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4대강 사업의 전·후 수질을 정량적으로 비교하는 일은 복잡하며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결론을 내리려면 보다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필자가 환경부에서 공개한 자료를 이용하여 조사해 본 결과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을 기준으로 평가하면 낙동강의 8개 보중에서 1개 구간에서는 수질이 개선되고 7개 구간에서는 수질이 악화 또는 ‘변화 없음’으로 나타났다. 총인(TP)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는 낙동강의 5개 구간에서 총인이 감소하고 3개 구간에서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COD와 총인 기준만으로 4대강 사업의 수질 효과를 단편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4대강에 보를 막아서 체류시간이 길어지면 유입된 오염물질의 분해작용, 침전작용 등이 나타나고 조류 증가, 어종의 변화, 새로운 생물종의 출현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4대강 사업의 수질 영향을 논할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남조류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녹조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수온이 높은 여름에 번성하는 남조류는 독성물질을 만들고 냄새를 유발하므로 강물을 상수원으로 이용하거나 수상레저활동 공간으로 이용하거나 인간에게는 나쁜 영향을 미친다.

2011년 10월에 4대강 사업이 준공된 이듬해인 2012년 여름에 4대강 전역에서 녹조가 나타났다. 환경단체에서는 녹조라테라는 신조어를 만들었고, 4대강에 보를 막아서 유속이 느려졌기 때문에 녹조가 나타났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는 녹조의 원인을 고온과 이상기후 탓으로 돌렸다. 4대강 사업을 옹호하던 학자들 역시 녹조는 일시적인 현상으로서 좀 더 지켜보아야한다고 결론을 유보하였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후 2013년 8월9일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세종청사 환경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속의 저하는 조류 증가의 원인이 된다”면서 “보 건설로 유속이 저하된 것은 틀림없다”고 발표했다. 일부 보수 언론에서는 환경부 장관의 발표를 비판했지만, 필자의 의견으로는 환경공학 박사인 윤성규씨는 환경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서 진실을 말했다고 생각된다. 그후 정부에서 임명한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는 2014년 12월 기자회견에서 4대강 보의 건설과 준설로 체류시간이 늘어난 것이 녹조 발생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4대강의 녹조가 4대강 사업 때문이라는 주장에 쉽게 동의하지 않는 것 같다. 4대강 사업을 주도했던 국토부는 환경부와는 달리 아직도 4대강의 녹조는 이상기후와 고온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4대강에 흘러드는 폐수와 하수를 제대로 처리하면 녹조는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국토부의 주장은 여론을 주도하는 보수 언론을 통하여 일반 국민에게 더 많이 더 자주 전달되는 것 같다.

낙동강이 흘러가는 경상남도의 최고 행정가인 홍준표 지사는 최근인 2016년 8월 29일 간부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한 것으로 다수의 언론에 보도되었다.

“일부 환경단체에서 4대강 사업에 따른 보가 녹조 원인이라고 주장하는데, 녹조는 지류.지천에서 유입되는 축산폐수와 생활하수에서 배출된 질소와 인이 고온의 물과 결합해 발생한다… 보만 탓하는 것은 (4대강 사업) 반대론자들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낙동강이 흘러가는 경북지방의 여론은 최근에 달라지는 모습을 보인다. 2012년 이후 매년 낙동강의 보에서 녹조가 발생하자 이 지역의 여론을 주도하는 <매일신문>은 2016년 8월18일 <4대강 녹조, 유속이 문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김태형 뉴미디어부장이 쓴 이 기사는 "형산강, 섬진강, 동강 등 다른 강은 별 문제가 없는데 유독 4대강에 녹조가 더 창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4대강 보(洑)를 주범으로 꼽는다. 보 때문에 강물이 정체돼 썩고 있다는 것"이라며 "수질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보 철거’ 목소리만 높아질 뿐이다. 흘러야 문제가 풀린다. 여느 강처럼 여울도 지고, 모래톱도 쌓이고, 습지도 만들면서 흐르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4대강도 스스로 알아서 정화시킨다"며 뒤늦게 4대강 사업을 개탄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던 필자는 지난 2010년 6월 18일 서울행정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고인 물은 썩는다고 주장하였다. 그러자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찬성하는 증인으로 출석한 경기대의 K교수가 “고인 물이 썩는다는 것은 감각적 상식에 불과할 뿐이며 과학적 상식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들으면서 황당했던 경험이 있다.

이외수 작가의 명언을 소개한다.

“못 배운 자의 무지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배운 자의 억지이다.”

※ 참고자료
01) 김범철 “우리나라 주요 하천의 부영양화와 대운하의 영향” 환경관련 3개 학회 대운하 공동심포지움 / 2006년 4월22일
02) 김좌관 “낙동강 보 건설이 수질에 미치는 영향평가”/ 2009년 7월15일
03) “‘녹조현상’ 네탓 말고 과학적 이해를” 한국경제 / 2012년 8월16일
04) 서동일 “4개강 살리기 사업에 의한 수질변화와 수질관리” 한국수자원학회 4대강 살리기 제1회 컨퍼런스 / 2009년 8월6일
05) 서동일 “한강 살리기 사업에 따른 수질관리 방안 연구” / 2010년 10월
06) 이상훈 “4대강 녹조 현상의 원인” / 첨단환경기술 2012년 12월
07)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 “4대강 사업 조사 작업 연구 보고서 II 수환경 분야” / 2014년 12월
08) 4대강살리기사업 추진본부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 2009년 6월8일
09) 4대강살리기사업 추진본부 “4대강의 진실” 2010년
10) 4대강살리기사업 추진본부 “4대강 새물결 우리 강이 달라졌어요” 2012년
11) 낙동강 정비 끝나면 물 체류시간 10배 증가 오마이뉴스 / 2009년 9월7일
12) “녹조와 4대강 사업은 무관하다” 데일리대한민국 / 2012년 8월14일
13) “녹조 재앙은 괴담? 녹조라떼의 핵심은 4대강” 미디어오늘 / 2012년 8월14일
14) “4대강, 물그릇 키워 녹조 피해 줄였다“ 문화일보 / 2012년 8월28일
15) 박석순 “환경운동가는 좌경화된 사람들, 근거? 몰라” 노컷뉴스 / 2012년 10월31일
16) 박석순 “4대강 사업으로 수질과 녹조 개선됐다” 국제신문 / 2013년 8월11일
17) 윤성규 환경부 장관, 4대강 보가 녹조증가 원인 인정 위클리오늘 / 2013년 9월9일
18) 심명필 “4대강 공사 안했다면 낙동강-금강도 바닥 드러냈을 것” 동아일보 / 2015년 11월28일
19) 4대강 사업 후 ‘호수’가 된 낙동강… 수질오염·어류 급감 연합뉴스 / 2016년 7월28일
20) 이상돈, 낙동강 찾아 ”서울시민, 이런 물 마셨다면 난리 났을 것“ 뷰스앤뉴스 / 2016년 8월8일
21) 식수원 녹조 확산, 폭염 때문이라는 동아·중앙 오마이뉴스 / 2016년 8월12일
22) 이재오 ”녹조 문제? 4대강 사업 탓 아니다“ 오마이뉴스 / 2016년 8월17일
23) 4대강 녹조, 유속이 문제다 매일신문 / 2016년 8월18일
24) <매일> 대구 수돗물 발암물질, 선진국 허용치 돌파 뷰스앤뉴스 / 2016년 8월23일
25) [녹조비상] 1년새 조류경보 ‘109일→0일’… 환경단체 ‘경보기준 변경 따른 착시” 뉴시스 / 2016년 8월24일
26) 홍준표 “4대강 덕에 홍수·가뭄 없어졌다… 녹조는 4대강 때문 아니야” mbn / 2016년 8월29일

※ 월간환경기술, 2016년 10월호에 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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