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 인근 요양원에서 암 투병 중인 이용마 MBC해직기자를 찾았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의 현실이 참담하다며 지배구조 개선을 비롯해 언론탄압의 앞잡이 노릇을 했던 간부들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했다. 이용마 해직기자는 “지금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의 적기”라며 MBC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끔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이용마 해직기자를 만나 “2012년 MBC파업 농성현장을 방문해서 전원 복직 약속도 드렸는데 그 때 약속을 지키지 못해 이 기자가 고생하고 계신다”며 이용마 기자의 손을 꼭 잡았다. 문 전 대표는 오늘날 신뢰도와 영향력이 추락한 MBC를 두고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에 가장 먼저 일어서서 맞섰던 곳이 MBC였지만 지금은 그 정신이 다 사라지고 정권의 홍보방송 역할만 했다. 지금도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를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용마 MBC 해직기자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남양주 인근 요양원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이용마 해직기자는 “지금 MBC내부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저항도 소용없다. 저항하면 처벌되기 때문에 저항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용마 기자는 “외부에서 MBC를 욕하는 건 맞는 말이지만, 한편으로 수용소에 있는 사람들에게 저항하라고 하는 게 별 의미가 없다”며 “외부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문 전 대표는 “해직언론인을 포함해 박근혜 정부에서 불이익을 받은 언론인들을 (원래 부서로) 원상회복하고 명예회복과 보상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문 전 대표는 특히 “언론 탄압에 앞장섰던 앞잡이들에게 철저히 책임을 묻고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이 진상규명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촛불민심에는 언론탄압세력에 대한 청산 요구도 담겨있다”며 “우리가 정권을 교체해내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정치적 해석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시기가 (지배구조 개선과 언론장악 진상규명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문재인 전 대표가 이용마 해직기자를 끌어안는 모습. 사진=언론노조
앞서 문 전 대표는 국가대청소 6대 과제의 하나로 언론개혁을 꼽으며 언론장악 책임자를 조사하고 처벌해 언론의 자기개혁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 날도 국회에서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사회개혁 대기구를 만들어 언론적폐를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논의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용마 해직기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은 권력의 과도기인 지금이 적기다. 지금 방문진 이사들의 임기가 2017년 8월까지다. 그분들이 내년 2월 사장을 뽑는다. 이 이사들을 바꿔야 새 사장을 임명할 수 있다”며 내년 2월 전까지 지배구조개선법을 통과시켜 이사진 개편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또한 MBC 해직언론인들을 가리켜 “1심과 2심에서 승소했는데 회사가 상고해서 사건이 오랫동안 계류되고 있다. 이런 부분도 크게 잘못됐다”며 “하급심에서 노동자가 승소하면 그 뒤에 회사가 상소를 하더라도 하급심 판결이 우선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이어 “이 기자가 빨리 건강을 회복해서 (언론적폐 청산) 다 되는 것까지 보셔야죠”라고 말했다. 이용마 기자는 “겨울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한다”며 옅은 웃음으로 답했다.

▲ 투병중인 이용마 해직기자가 기자들을 배웅하러 나온 모습. 사진=언론노조
문 전 대표는 “과거 동아투위 조선투위 사건으로부터 40년이 지났는데 과연 얼마나 달라졌나 싶다. 아픈 역사가 반복되는 것 같다. 그래도 참여정부 때는 언론자유지수가 30위 정도였는데, 지금은 70위로 떨어졌다”며 “촛불 혁명의 힘으로 제대로 바꿔보자”고 말했다. 문 전 대표와 이용마 해직기자는 조응천 더민주 의원이 동석한 가운데 한 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다. 2012년 공정방송을 위한 170일 MBC파업 당시 노조 홍보국장이었던 이용마 MBC기자는 그해 김재철 경영진으로부터 해고당한 뒤에도 끊임없이 언론자유 복원을 위해 싸워왔으며 올해 복막암 판정을 받고 투병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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