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 인근 요양원에서 암 투병 중인 이용마 MBC해직기자를 찾았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의 현실이 참담하다며 지배구조 개선을 비롯해 언론탄압의 앞잡이 노릇을 했던 간부들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했다. 이용마 해직기자는 “지금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의 적기”라며 MBC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끔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이용마 해직기자를 만나 “2012년 MBC파업 농성현장을 방문해서 전원 복직 약속도 드렸는데 그 때 약속을 지키지 못해 이 기자가 고생하고 계신다”며 이용마 기자의 손을 꼭 잡았다. 문 전 대표는 오늘날 신뢰도와 영향력이 추락한 MBC를 두고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에 가장 먼저 일어서서 맞섰던 곳이 MBC였지만 지금은 그 정신이 다 사라지고 정권의 홍보방송 역할만 했다. 지금도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를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마 해직기자는 “지금 MBC내부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저항도 소용없다. 저항하면 처벌되기 때문에 저항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용마 기자는 “외부에서 MBC를 욕하는 건 맞는 말이지만, 한편으로 수용소에 있는 사람들에게 저항하라고 하는 게 별 의미가 없다”며 “외부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문 전 대표는 “해직언론인을 포함해 박근혜 정부에서 불이익을 받은 언론인들을 (원래 부서로) 원상회복하고 명예회복과 보상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문 전 대표는 특히 “언론 탄압에 앞장섰던 앞잡이들에게 철저히 책임을 묻고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이 진상규명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촛불민심에는 언론탄압세력에 대한 청산 요구도 담겨있다”며 “우리가 정권을 교체해내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정치적 해석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시기가 (지배구조 개선과 언론장악 진상규명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문 전 대표는 국가대청소 6대 과제의 하나로 언론개혁을 꼽으며 언론장악 책임자를 조사하고 처벌해 언론의 자기개혁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 날도 국회에서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사회개혁 대기구를 만들어 언론적폐를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논의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용마 해직기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은 권력의 과도기인 지금이 적기다. 지금 방문진 이사들의 임기가 2017년 8월까지다. 그분들이 내년 2월 사장을 뽑는다. 이 이사들을 바꿔야 새 사장을 임명할 수 있다”며 내년 2월 전까지 지배구조개선법을 통과시켜 이사진 개편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또한 MBC 해직언론인들을 가리켜 “1심과 2심에서 승소했는데 회사가 상고해서 사건이 오랫동안 계류되고 있다. 이런 부분도 크게 잘못됐다”며 “하급심에서 노동자가 승소하면 그 뒤에 회사가 상소를 하더라도 하급심 판결이 우선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이어 “이 기자가 빨리 건강을 회복해서 (언론적폐 청산) 다 되는 것까지 보셔야죠”라고 말했다. 이용마 기자는 “겨울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한다”며 옅은 웃음으로 답했다.
문 전 대표는 “과거 동아투위 조선투위 사건으로부터 40년이 지났는데 과연 얼마나 달라졌나 싶다. 아픈 역사가 반복되는 것 같다. 그래도 참여정부 때는 언론자유지수가 30위 정도였는데, 지금은 70위로 떨어졌다”며 “촛불 혁명의 힘으로 제대로 바꿔보자”고 말했다. 문 전 대표와 이용마 해직기자는 조응천 더민주 의원이 동석한 가운데 한 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다. 2012년 공정방송을 위한 170일 MBC파업 당시 노조 홍보국장이었던 이용마 MBC기자는 그해 김재철 경영진으로부터 해고당한 뒤에도 끊임없이 언론자유 복원을 위해 싸워왔으며 올해 복막암 판정을 받고 투병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