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정윤회씨 아들 배우 정우식씨(32)가 특혜를 받고 MBC 드라마에 연달아 출연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MBC PD협회도 책임자 사퇴를 촉구했다. 

MBC PD협회는 16일 성명을 내고 “이미 제작 현장에선 (안광한) 사장이 이렇게 각별히 챙기니 아마도 ‘사장님 친구분 아드님’이실 거라는 추측이 무성했고, 무엄하게도 대통령의 ‘숨겨진 아들’이라는 괴소문까지 돌았었다”며 “공영방송 MBC의 사장과 드라마본부장이 한 무명 배우의 배역을 챙겨주느라 노심초사했다니, 이건 무슨 불우이웃돕기 같은 미담도 아니고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15일 복수의 MBC 드라마 PD들의 증언에 따르면 장근수 MBC 드라마본부장은 여러 명의 드라마 PD들에게 전화해 정우식씨의 드라마 출연과 함께 좀 더 비중 있는 역할을 맡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드라마 제작 특성상 드라마본부장이 제작진에게 캐스팅을 직접 부탁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장 본부장은 “(안광한) 사장의 부탁이다”며 여러 차례 PD들에게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 정윤회씨 아들 배우 정우식씨(가운데·32). 사진=영화 '족구왕' 스틸컷
PD협회는 “한 명의 조연 때문에 흥할 수도 있는 것이 드라마다. 그래서 수많은 연기 지망생들이 오디션을 보기 위해 애태우고, 배역을 따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PD들은 캐스팅에 전력을 다하며 신인을 발굴한다”며 “그런데 한때 PD였던 사람들이 PD가 만드는 드라마를 망치려고 나선 것은 해사행위다. 그래서 납득도 용서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PD협회는 MBC의 시사 보도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도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과 김현종 편성제작본부장, 박용찬 시사제작국장은 PD수첩을 ‘물 수첩’으로 만들어버렸다”며 “세월호 2주기와 물대포에 쓰러진 백남기 선생 관련 방송을 PD들이 기획했지만 모두 ‘킬(Kill)’되고 말았다. 위안부협정, 국정교과서 등 모두 PD들이 기획안을 내도 위에서 잘린 기획들”이라고 밝혔다.

한편 장근수 본부장은 15일 정우식씨 드라마 출현 특혜 의혹에 대한 공식 입장문을 내어 “드라마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본부장으로서 PD들에게 ‘이수현(정우식 예명)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오디션과 출연을 적극 검토해 보라’는 의도를 강조하다가 사실과 다르게 사장을 언급했다”면서 “안광한 사장과 (정우식의 캐스팅이) 관련이 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장 본부장은 드라마 PD들에게 왜 여러 차례 ‘사장의 지시’라고 정씨의 출연을 부탁했는지와 오디션에 참가하지도 않았던 정씨를 캐스팅하라고 했다는 증언에 대해선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다. 

미디어오늘은 이에 대한 추가 해명을 듣기 위해 장 본부장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장 본부장은 1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소속사를 비롯해 친구 등에게 잘 봐달라는 얘기를 듣고 신인 오디션에 넣어달라고 부탁한 거지 캐스팅 청탁은 아니다”며 “정우식 원래 이름이 ‘이수현’이었는데 나도 정윤회 아들인지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고 만약 정윤회 아들이었으면 애초에 쓰란 소리도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MBC PD들 “정윤회 아들 출연, 사장 지시라고 했다”)

장 본부장은 최근 그가 회사에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문과 관련해 “월화·수목·주말드라마 전부 한 자리 시청률을 기록하며 망한 것에 내가 면목 없어 책임지겠다고 말한 적은 있지만 사표를 낸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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