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세월호 참사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참사 당일 가장 먼저 현장에 출동했던 해경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적용하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이를 강행하려 한 수사라인을 좌천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겨레가 당시 법무부와 검찰에 근무했던 복수의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다.

청와대가 사법부도 사찰했다.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규명 국정조사에 참석해 한 말이다. 조 전 사장은 양승태 대법원장 등 고위 법관, 소설가 이외수씨 동향이 적힌 문건을 국조특위에 제출했다. 정부가 삼권분립이라는 헌정 질서를 정면으로 거슬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4차 청문회에서도 새로운 사실이 폭로됐지만 증인들의 모르쇠 발뺌도 계속됐다. 최씨가 귀국 전 ‘말 맞추기’ 범죄 은폐를 시도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정유라 부정입학·학사특혜를 둘러싸고 이화여대 핵심 관계자들은 확인된 사실관계에 대해서도 ‘모르는 사실’이라고 책임을 회피했다.

아래는 16일 아침 전국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머릿기사 헤드라인이다.
경향신문 <“박근혜 정부, 양승태 대법원장 사찰”>
국민일보 <“靑, 양승태 대법원장 사찰 現 부총리급 인사, 정윤회에 거액 주고 인사 청탁”>
동아일보 <前세계일보 사장 “박근혜 정권, 대법원장 사찰”>
서울신문 <저금리 파티 끝… 1300조 가계빚 쓰나미 온다>
세계일보 <[뉴스분석] 막 내리는 저금리시대… 가계빚 비상>
조선일보 <美가 쏜 금리에 놀란 '1300兆 가계빚'>
중앙일보 <[이슈추적] 청문회 흔든 ‘양승태 사찰’ 문건>
한겨레 <황교안, 세월호 수사 틀어막고 인사보복 했다>
한국일보 <美 금리 공습… 한국경제 ‘설상가상’>

세월호 늑장 수사에 황교안의 입김이?

16일 한겨레 1면 머릿기사는 황 권한대행의 '세월호 참사 수사' 압력행사 의혹이다. 황 권한대행이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했던 해경 123정장에게 승객 구조 실패의 책임을 물어 처벌하려는 검찰에 사실상 수사를 할 수 없도록 장기간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는 증언이 복수의 제보자에 의해 제기된 것이다. 외압에 반발한 검찰 간부들은 이후 '보복 인사'로 좌천 발령을 받았다는 주장도 일관되게 나왔다.

▲ 16일자 한겨레 1면

한겨레는 복수의 법무부.검찰 관계자가 "인명 구조에 실패한 김경일 전 123정장에 대해 7월말 업무상 과실치사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했으나 법무부에서 한사코 안 된다, 빼라고 난리를쳐서 결국 영장에 넣지 못했다"면서 "법무부는 기소를 앞둔 10월초까지도 '업무상 과실치사만은 안된다'는 입장을 완강하게 고수했다. 이는 황 대행의 방침이라는 말을 법무부 간부들한테서 들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황 권한대행은 참사 직후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신속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다짐했으나 수사 일선 현장의 분위기는 이와 전혀 달랐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취재에 응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 구성부터 쉽지 않았다. 초동 단계에서 인멸 구조에 실패한 해경은 당연히 수사해야 하는데 수사의지가 의심될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수사를 맡은 광주지검 수사팀들이 "들고일어날 지경"이었다. 이들은 "업무상 과실치사를 빼고 기소하려면 지검장을 바꾸고 하라"고 사직 의사까지 전달했다.

결국 이들은 이후 보복성 인사로 좌천됐다고 복수의 관계자들은 증언했다. 2015년 1월, 황 장관은 정기인사에서 광주지검 지휘부와 대검 형사부 간부들을 전원 좌천시켰다. 변찬우 전 광주지검장, 이두식 전 광주지검차장 등이 검찰 옷을 벗었고, 과장급도 좌천 의혹이 의심되는 보직으로 발령됐다.

한겨레는 김 전 경장 등 피의자가 사건이 발생한 지 약 6개월 후에야 기소된 것에도 이러한 상황배경이 있다고 지적했다. 광주지검은7월 초 업무상 과실치사 처벌방침을 법무부에 보고했지만 당시 법무부는 '보완해서 다시 보내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누르고 뭉개며 시간끌기를 했다"는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한겨레는 이를 두고 "'7시간 의혹'이 제기되고 있던 상황에서 해경의 구조 실패까지 부각돼 정부 책임을 묻는 여론이 거세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황 권한대행에 대한 특검 수사를 주문했다. 한겨레는 "황 대행의 행위는 엄연한 위법이다. 정부의 책임이 커질까봐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 막은 것이라면 그 자체로 직권남용일 수 있다"면서 "황 대행의 수사 방해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을 가리려 한 것으로 의심되는 만큼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되는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사법부 감찰… 헌정유린, 이것만으로 대통령 탄핵감

언론들이 지난 15일 최순실 게이트 4차 청문회에서 가장 주목한 발언은 조한규 전 세계일보의 문건 폭로다. 조 전 사장은 박근혜 정부가 사법부를 사찰한 것이라며 문건 두개를 국조특위에 제출했다.

▲ 16일자 경향신문 1면

한 문건엔 ‘대법원, 대법원장의 일과 중 등산사실 외부 유출에 곤혹’이라는 제목으로 “대법원은 최근 문화일보가 ‘등산 마니아인 양승태 대법원장이 취임 후 매주 금요일 오후 일과시간 중 등산을 떠난다’는 비판보도를 준비하자 양 대법원장이 직원들과 소통 차원에서 금요일 오후 등산을 즐기고 있지만 대개 일과 종료 후 출발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법조계, 춘천지법원장의 대법관 진출 과잉 의욕 비난 여론’이라는 제목의 다른 문건은 최성준 당시 춘천지법원장(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법조계의 평판이 정리돼있다. 대법원장을 포함한 사법부 수장들의 일상이 감시·보고된 흔적이다.

경향신문은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것만으로도 대통령 탄핵감”이라 지적했다. 16일자 사설 ‘청와대가 대법원장 사찰했다니, 묵과할 수 없다’에서 경향신문은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을 명시한 헌법을 정면 부정하는, 헌법 질서 문란행위”라면서 “문건이 도·감청이나 불법 미행을 통해 작성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의 청와대는 지난 4년간 챙겨야 할 국정은 최순실씨 등 비선에 내주고, 해서는 안되는 일만 골라서 했다고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도 특검 수사를 주장하며 경향과 비슷한 비판 논조를 보였다. 한겨레 16일자 사설은 “사법부에 이런 짓을 했으니 다른 분야엔 얼마나 광범위하게 개입하고 횡포를 부렸을지 익히 짐작할 수 있다. 대법원이 “헌법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중대한 반헌법적 사태”라고 거세게 반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면서 ”현 정권의 사법부 사찰 의혹은 앞으로 국회뿐 아니라 특검에서도 철저히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 16일자 조선일보 5면

주요 종합일간지 대부분이 조 전 사장의 폭로를 비중있게 다룬 가운데 조선일보만 예외였다. 조선일보는 16일자 신분 1~4면에 청문회 소식을 싣지 않았다. 5면에 조 전 사장의 문건제출 소식이 기사로 다뤄지나 초점은 조 전 사장의 발언이 확실히 확인되지 않았다는 문제제기다.

조선일보는 ‘논란 소지 폭탄발언 쏟아낸 조한규’ 5면 기사에서 “조 전 사장이 15일 국회 청문회에서 박근혜 정부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쏟아냈다”면서 “그러나 근거로 제시한 문건 내용이 과연 의혹 내용을 뒷받침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최순실 범죄 은폐 “이야기 짜내보라”… ‘부정입학’ 이대는 뻔뻔한 모르쇠

최순실씨가 검찰 수사를 받기 위해 귀국하기 K스포츠재단 노승일 부장과 범죄 은폐를 시도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차 청문회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 5개를 현장에서 공개했다.

▲ 16일자 중앙일보 2면

최씨가 “(전K스포츠재단 정현식) 사무총장이 내가 SK에 들어가라고 얘기했다는 거야?"라고 묻자 노 부장은 ”회장님(최순실)이 지시를 했고 박헌영 과장(K스포츠재단)과 본인(정 사무총장)이 그 기업(SK)을 방문했다. 또 안종범 수석이 ‘잘됐냐’고 확인 전화를 했다”며 “벌써 가장 중요한 부분들을 다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에 최씨는 “왜 정현식 총장이 얘기한 거를 못 막았냐”고 질타했다.

정황 조작 지시도 나왔다. 최씨는 녹음파일에서 “우리는 SK와 관련해 한번 부탁해 보라고 그래서 한 거다. 그런 식으로 얘기를 좀 짜보라”고 지시했다. “안(안종범)은 뭐라고 그러느냐”, “걔(박헌영)는 휴대폰(을) 검찰에 냈대? 큰일났네. 뭐라고 얘기해야 돼”라고 말하는 내용도 담겼다.

한국일보는 증인 및 참고인으로 출석한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 김경숙 전 신산업유학대학장을 ‘이대 의혹의 3인 오리발’이라 불렀다. 정유라의 부정입학 및 학사 특혜 사실이 명확함에도 관련 증거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새로 드러난 사실은 최 전 총장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 장모인 김장자씨를 2차례 만난 사실이 거의 전부다. 최씨는 만남은 인정하면서도 각별한 사이는 아니라고 부인했다.

▲ 16일자 한국일보 4면

남궁곤 전 입학처장이 이날 청문회장에서 '최 전 총장에게 정윤회 딸이 지원했다고 보고 보고했다' 밝혔지만 최 전 총장은 "내가 이공계 출신이라 정윤회씨를 잘 몰랐다"고 했다. 최순실에 대해서도 최 전 총장은 "지난해 9월, 올해 4월 학교로 찾아온 최순실씨를 만난 적은 있다"고 말했다.

김경숙 전 신산업대학장도 자신이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된 정보에 대해선 '모르는 일'이라 부인했다. 윤아무개씨로부터 최씨를 소개받았냐는 질문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부인했다.

경향신문은 '뻔뻔한 교수들… 그럼 누가 정유라 부정입학 시켰나' 기사에서 "교육부 감사 결과 정씨의 청담고 졸업 및 이화여대 입학재학은 모두 취소됐지만 정씨의 부정입학 및 특혜 의혹에 대해 이화엳 관계자들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한 것"이라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정유로 특혜없었다는 이대 교수들 교육계 떠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중앙은 "도무지 학생들에게 사회 정의와 교육의 가치를 가르쳐온 교육자 면모를 찾기 어려웠다"면서 "교육의 가치와 정의를 떠올린다면 당장 학교를 떠나야 한다. 그것이 교육의 마지막 양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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