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신문 일요서울과 일요서울 전직 간부가 인센티브를 놓고 소송을 벌이는 과정에서 일요서울이 발행하는 월간지 ‘서울21’ 2012년 9월호가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겠다며 기획기사를 냈고, 판매과정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억대의 협찬을 해준 사실이 드러났다. 정치-자본-언론의 부당한 커넥션으로,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김진환 판사는 일요서울이 2012년 당시 편집국장 A씨를 상대로 “기획취재수당 지급 의무가 없다”며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돈을 줄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2년 8월경 박근혜 후보 대통령 당선을 위해 육영수 여사 특집 기사를 기획했고 고엽제전우회에 이 주간지를 10만부 이상 팔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당시 일요서울과 A씨는 기자가 추진한 광고·협찬금이 100% 수금됐을 때 이를 실적으로 인정해 25%의 기획취재수당(인센티브)을 주기로 약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고엽제전우회가 돈이 없다고 해 기획안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후 일요서울 대표이사 고아무개씨가 전경련 손길승 명예회장을 만나 고엽제전우회를 대상으로 2만5000권을 무료 배포할 계획이라며 3억 원의 판매대금 협찬을 요구했다. 손길승 회장은 이 같은 우회 협찬요구를 받아들였다. 이후 일요서울은 전경련으로부터 협찬금 명목으로 2억 원을 받았고, 전경련 회원사인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협찬광고 명목으로 1억 원을 받았다.

▲ 서울21 2012년 9월호 표지.
A씨는 전경련측으로부터 협찬금 3억 원을 받는데 본인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며 3억 원의 25%에 해당하는 7500만원의 인센티브를 요구했다. 결국 소송으로 갈등이 격화됐고, 재판부는 “전경련 판매대금 협찬은 손길승과 친분관계를 이용한 대표이사 고아무개의 역할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며 회사에게 기획취재수당 지급채권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언론이 스스로 특정 후보의 당선을 위해 기사를 썼다는 점을 인정했고, 이 과정에서 대기업총수들의 공식 단체로부터 협찬금을 받았다는 사실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지원과 본질적으로 같은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때문에 반反저널리즘이라는 비판과 함께 공직선거법 위반을 포함한 전 방위 수사로 사태가 확산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언론의 자본유착·권력유착을 모두 보여준 총체적 사건”이라고 설명하며 “당시 대통령선거라는 민주적 절차를 침해한 곳이 일요서울 한 곳에 그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동찬 사무처장은 이어 “전경련은 올해 논란이 된 어버이연합 지원 건에 대해서도 제대로 수사 받지 않았다”며 “이번 사건은 전경련이 박근혜의 대선자금을 지원하는 형태로 선거에 개입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검찰의 수사를 촉구했다.

▲ 게티이미지.
재판부 또한 판결문에서 “공직선거법이 금지하고 있는 이익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그 자체가 반사회적 성질을 띠게 되어 사법적 효력도 부정된다”고 밝히며 이번 사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 공직선거법 제97조1항(누구든지 선거운동을 위해 간행물을 경영하는 자 또는 편집·취재하는 자에게 금품·향응 등 기타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을 약속할 수 없다)과 3항(간행물을 경영하거나 편집·취재하는 자는 1항의 규정에 의한 금품·향응 기타의 이익을 받거나 요구할 수 없다)의 위반 가능성을 언급했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조항의 입법취지는 언론이 언론매체를 통해 공직선거에 미치는 영향력과 언론인이 가져야 할 고도의 공익성과 사회적 책임성에 근거하여 언론인의 선거 개입 내지 편향된 영향력 행사를 금지하여, 궁극적으로 선거의 공정성·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가 편집국장으로 선거운동이 금지됨에도 특정 대선후보자의 당선을 위한 유리한 기획 특집기사를 작성한 것은 여론형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함과 아울러, 선거를 경제적 이익 추구의 기회로 삼아 보도 대가로 7500만원을 받을 목적이었다”고 지적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공직선거법 제97조 제3항 위반으로 인해 235조 1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처지에 놓였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은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1조(언론자유 수호), 2조(공정보도), 3조(품위유지), 5조(올바른 정보사용), 10조(광고·판매활동의 제한) 위반에 해당해 언론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나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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