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위대한 촛불의 힘이다. 그러나 촛불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다음 날 광화문에서 다시 타올랐다. 국정농단이 박근혜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며, 바로 지금이 우리 사회 곳곳에 쌓인 적폐를 청산할 적기라고 판단한 때문이다.
적반하장, ‘매 든 자’를 감시하라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사태를 관망하고 있던 수구 언론은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 보도 다음 날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 담화를 발표하자 봇물 터진 듯 ‘최순실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45일 동안 6차례의 촛불과 보도홍수 끝에 직무가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은 “피눈물이 난다는 게 어떤 말인지 알겠다”고 했다. 수족 같았던 정치인들의 배신이 뼈에 사무쳤고 주야로 박비어천가를 읊어댔던 언론의 돌변에 치를 떨었을 터이다. 그러나 모두 자업자득이다. 억울해할 일도 누구를 탓할 일도 아니다.
그러기에 언론의 발본적 개혁 없이는 오늘의 적폐청산 논의는 무망한 일이다. 언론개혁이 우선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촛불이 언론의 문제를 심각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언론도 공범이다”는 단발성 외침만으로 언론은 변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시민들이 언론에 돌팔매질을 하기도 했고 5·18 광주항쟁 때는 방송사 건물을 불태우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그저 현장의 기자들에게 불만을 표출하고 욕설을 퍼부어 언론사 내부의 각성을 촉구하는 정도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언론 개혁’ 시작이다
그러나 일회성의 문제 제기에서 좀 더 나아가 언론의 구조적 문제에 끈질기게 천착하지 않는다면 언론의 근본적 변화는 요원한 일이다. 이를 위해 신문시장의 75퍼센트를 차지하는 조중동 족벌신문들의 수구적 논조를 비판하는 일과 병행해서, 이들의 불법성과 반시장성에 대해 합당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 정부의 종편 특혜정책과 약탈적 광고영업에도 지속적인 감시와 비판이 제기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권부의 스피커로 전락한 현실이다.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KBS에 대한 청와대의 개입이 명백히 드러났고, 정권에 부담스러운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KBS, MBC, 연합뉴스TV, YTN 등에 대한 보도통제가 어김없이 이루어졌으며, 공영방송의 임원 선임 과정에서도 청와대의 입김과 전횡이 작용했음이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서 밝혀졌다.
새누리, 언론 개혁 첫걸음을 막지 말라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월21일 지배구조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야 3당과 무소속이 포함된 160명의 의원들이 방송장악금지법안을 공동으로 발의했으나 2인의 새누리당 의원에 발목 잡혀 5개월 가까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의 박대출 새누리당 간사가 법안상정은커녕 관련 논의조차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법안상정의 권한을 쥔 신상진 미방위 위원장 또한 박대출을 앞세워 법안상정 의무를 기피하는 부작위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신 위원장은 당론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과 여야 합의의 원칙을 이유로 소위원회 상정을 기피하고 있지만 언어도단의 궤변이다. 국민을 대리하는 국회에서 당의 입장이 ‘절대 선’이 될 수 없는 것은 불문가지이며, 박대출 간사 한 사람의 고집을 당의 입장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 또한 어불성설이다.
촛불은 이 문제에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한다. 언론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언론개혁은 해결 난망이며 언론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촛불이 이루고자 하는 사회 곳곳의 적폐청산 또한 어려워진다.
마침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이달 29일까지 임시국회를 열고 상임위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반가운 소식이며 합당한 결정이다. 이런 현실 인식 속에서도 박대출과 신상진의 몽니가 계속된다면 그것은 오늘의 탄핵 민심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것이며 박근혜와 함께 탄핵되어 마땅하다.
※ 이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행하는 웹진 ‘e-시민과언론’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