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본부장이 사장의 지시로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정윤회씨 아들 배우 정우식씨(32)를 드라마에 출연토록 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박근혜 게이트’가 공영방송 MBC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5일 복수의 MBC 드라마 PD들의 증언에 따르면 장근수 드라마본부장은 여러 명의 드라마 PD들에게 전화해 정우식씨의 드라마 출연과 함께 좀 더 비중 있는 역할을 맡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드라마 제작 특성상 드라마본부장이 제작진에게 캐스팅을 직접 부탁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장 본부장은 “(안광한) 사장의 부탁이다”며 여러 차례 PD들에게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씨는 박 대통령 당선 후인 2013년부터 영화 ‘족구왕’과 SBS 드라마 ‘결혼의 여신’ 등에 출연하며 연예계에 본격 데뷔했다. 그러다 2014년 4월부터 MBC 드라마 ‘개과천선’을 시작으로 ‘야경꾼일지’, ‘오만과 편견’, ‘빛나거나 미치거나’, ‘딱 너같은 딸’, ‘화려한 유혹’, ‘옥중화’ 등 올해까지 MBC 드라마에만 내리 7편 출연했다. 지난해 정씨가 출연한 OCN 드라마 ‘실종느와르 M’도 MBC 자회사인 MBC C&I가 제작했다.

▲ 정윤회씨 아들 배우 정우식씨(가운데·32). 사진=영화 '족구왕' 스틸컷
이에 대해 한 MBC 드라마 PD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정우식이 출연한 드라마 리스트를 보면 안광한 사장 취임 후 중간에 쉰 기간도 없이 끊이지 않고 계속 출연했다”며 “배우가 출연하고 싶어도 배역이 맞아야 하고 주연급도 아닌데 다른 방송사도 아닌 MBC만 연달아 나온 걸 보고 부끄럽고 참담했다”고 말했다. 

이 PD는 “여태까지 제작진들은 정우식이 정윤회 아들인지 전혀 몰랐고 거듭된 청탁에 사장 친구 아들쯤 되는 빽인 줄만 알았다”며 “안광한 사장이나 장근수 본부장 등이 의지를 갖고 ‘정윤회’라는 존재를 알고 줄을 대려고 적극 노력하지 않고서야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PD들에 따르면 정씨를 드라마에 캐스팅할 때마다 연기력 부족 등으로 대사가 별로 없거나 비중이 작은 단역으로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정씨의 분량 줄어들자 장 본부장은 담당 PD를 직접 부르기도 했다. 

한 PD는 “장 본부장이 제작진을 불러 일일연속극 대본을 보면서 남자 배역을 얘(정우식)로 해라고도 했다”며 “도대체 무슨 빽인지 드라마국에서도 전혀 몰랐는데 정윤회 아들이라는 인터뷰를 보고서야 다들 분노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지난 2일 비즈엔터와 인터뷰에서 “어머니와 누나, 그리고 나 이렇게 우리 가족이 숨죽이며 25년 동안 그(정윤회) 사람들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교류도 거의 없었고 몇 년에 한 번씩 공중전화로 생사 확인 정도의 연락이 오는 게 전부였다. 경제적인 지원도 없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배우가 된 후 캐스팅 과정에서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특혜라는 게 내가 요청하거나 누군가가 나를 알고 봐줘야 하는 건데 내가 먼저 요청한 적도 없고, 아버지는 이미 2014년 크게 회자가 됐으니까 그분들도 나에 대해 알았다면 더 먼저 보도가 되지 않았을까”라고 일축했다.

장근수 본부장은 1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정씨가 MBC 드라마에 출연토록 제작진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증언에 대해 “소속사를 비롯해 친구 등에게 잘 봐달라는 얘기를 듣고 신인 오디션에 넣어달라고 부탁한 거지 캐스팅 청탁은 아니다”고 부인했다.

장 본부장은 “정우식 원래 이름이 ‘이수현’이었는데 나도 정윤회 아들인지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고 만약 정윤회 아들이었으면 애초에 쓰란 소리도 안 했을 것”이라며 “사장이 지시했다는 말은 전혀 사실무근이고 PD들에게 전화해 (특정 배역을 맡기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미디어오늘은 안광한 사장에게 수차례 전화와 문자로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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