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채널네트워크)은 여전히 생소하다. “MCM 가방 짝퉁?”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수익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 한 행사에서 “MCN 금이냐 꽝이냐”는 주제로 대담을 연 이유다. 시장이 척박하지만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사업자와 크리에이터들이 있고, 성과를 내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MCN의 콘텐츠·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고민과 노하우를 듣는다. <편집자주> 

“야, 지랑 안 맞는다고 친구 왕따 시키고 이간질하는 애들 진짜 ‘개별로’지 않냐.” 대뜸 반말이 나온다. 친구 이야기를 하나 싶은데 “그런데 무려 청와대가 자기들과 뜻이 다른 문화예술계 사람들을 왕따시켰다는 정황이 드러났다”면서 뉴스를 쏟아낸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내리다 보면 발견하는 ‘범근뉴스’라는 콘텐츠는 이런 식이다. 뭐하는 사람인지 궁금해서 페이스북 페이지를 들여다보면 ‘최고존엄 국범근’이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나는 스스로를 ‘관종’(관심종자)이라고 부른다”는 ‘똘끼’ 충만한 뉴스 크리에이터 국범근. 자신의 이니셜을 딴 쥐픽쳐스라는 브랜드를 운영하는 그를 지난 8일 서울 강동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국범근 대표는 뉴스 MCN 크리에이터다. 특정 분야에 대한 뉴스형 해설 MCN은 있지만 정치사회 현안을 다루는 MCN은 흔하지 않다. 그것도, 언론인이나 평론가 타이틀을 달고 있지 않은 20살 청년이 진행한다. “우리 세대의 관점을 대변하는 뉴스가 없다. 물론 50대 아저씨들이 모여서 팟캐스트를 하는 건 많지만 10~20대가 직접 시사현안에 대해 밝히는 콘텐츠는 없었다.” 국범근 대표가 ‘범근뉴스’를 만들게 된 배경이다.

▲ 국범근 쥐픽쳐스 대표. 제공=쥐픽쳐스.
‘반말’로 전달하는 방식은 낯설다. 국범근 대표는 “‘범근뉴스’ 콘텐츠는 타겟층이 나와 같은 세대이기 때문에 친구에게 뉴스를 설명하는 콘셉트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보통 무슨 일이 벌어지면 친구의 의견을 궁금해 하지 않나. 나도 또래이기 때문에 지식의 양에는 한계가 있다. 이를 전제하고 하나의 의견을 대화를 건네듯 전달하는 것이다.”

단순히 소식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정 이슈가 있으면 하나의 관점을 갖고 집중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콘텐츠가 많다. “시위하는 사람들 보고 ‘선동 잘 당한다’고 이야기하는데, 나는 그런 말이 가장 선동적이라고 생각해.” “이딴 식으로 찌질하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나 만들고 있으니. 세금 받아먹으면서 할 일이 그렇게 없냐.”

국범근 대표는 “굳이 분류하자면 논평과 칼럼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환경, 특히 MCN 크리에이터로서 뉴스를 다루면서 무미건조하게 사실관계만을 보도하는 게 아니라 분명한 관점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또래 독자들이 주목하는 것도 사실전달이 아닌 관점이다. “여기 좋은 거 같아” “이 사람 봐봐” “국범근은 이렇게 생각하더라”는 식으로 코멘트를 하고 콘텐츠를 공유한다. 

이슈 선정 방식도 색다르다. 방송사 저녁뉴스와 신문 1면에 나올만한 굵직한 정치사회 현안을 피하기 위해 노력한다. ‘범근뉴스’를 보면 세월호 참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논란 등 주요 현안 문제도 있지만 ‘서든어택과 여성혐오 논란’ ‘설리 인스타그램 논란’ ‘프로듀스 101 프로그램 비평’ 등 젊은 세대의 관심사와 시사적인 문제를 연결 짓는 데 주력한다. 

“내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가 기성언론의 뉴스가 선정해주는 뉴스가치 비중과 순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국범근 대표는 “기성언론의 뉴스가치와 10~20대가 생각하는 뉴스가치가 다르다. 독자들이 궁금해 하고 호소력을 가질만한 뉴스 콘텐츠가 무엇인지 예민하게 보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 범근뉴스 화면 갈무리.
왜 젊은 세대에게 뉴스를 보여줘야 할까. 국범근 대표는 같은 세대로서 청년의 정치효능감이 사라진 현실을 지적했다. “지금 10~20대가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비판 받지만 관심이 없을 수밖에 없다. 사회에 관심 가지면 ‘어린놈이 공부나 하라’는 말이 나온다. 하다못해 교육감선거에서조차도 투표권을 행사 못하니 정치를 내 것이라고 느끼기 힘들다. 이 상황을 바꾸기 위한 첫걸음으로 현안에 관심을 갖도록 돕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 

범근뉴스는 차별화된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지만 제작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혼자 만들고, 2~3일에 한편씩 찍어 낸다. 최근 MCN이 방송사 못지않은 규모의 제작비와 인력을 동원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를 보면 관건은 ‘기획력’이라는 점을 실감케 한다. 

그러면서도 “돈이 반드시 중요한 건 아니지만 요즘은 개인으로서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기가 죽을 때도 많다”는 토로가 이어졌다. SBS 모비딕, 피키캐스트를 비롯한 규모가 큰 회사들이 MCN 사업에 뛰어들면서 이들과 경쟁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국범근 대표는 올해 대학에 입학하면서 학교생활과 크리에이터 생활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아졌다. “특히 시사이슈를 바탕으로 하는 콘텐츠는 최대한 빠르게, 자주, 많이 생산하는 게 중요한데 혼자서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을 느낀다. 그래서 조만간 팀원을 모으려고 한다.”

‘범근뉴스’만 있는 건 아니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한국 역사인물 랩배틀’ 연재를 다시 시작했다. 정몽주 vs 정도전, 김좌진 vs 안창호, 영조 vs 사도세자 등 역사 속 라이벌들이 랩배틀을 펼치는 콘셉트다. 정몽주가 “레볼루션? 그 전에 우선 어디 있어 충절”이라고 ‘디스’하면 정도전은 “성계형은 인생의 동반자 파트너, 이만 갈게 썩어빠진 왕조 바꾸러”라고 답하는 식이다. 역사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랩 특유의 라임(운율)을 살렸다. 이들 콘텐츠는 30만~4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 '한국역사인물 랩배틀' 화면 갈무리.
이는 미국에 있는 ‘COME & GET IT, EPIC RAP BATTLES OF HISTORY’라는 콘텐츠를 패러디한 것이다. 스티브 잡스 vs 빌 게이츠, 힐러리 클린턴 vs 도널드 트럼프 등의 랩배틀이 대표적이다. 국범근 대표는 “10~20대 학생들은 역사공부가 재미없고 딱딱하다고 느낀다”면서 “미국의 역사인물 랩배틀 콘텐츠를 보고 재기발랄하다고 느꼈다. 우리나라 역사 속 인물도 힙합장르로 재해석하면 유익하고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바람대로 수업 때 그의 영상이 교재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국 역사인물 랩배틀’ 1~2편은 국범근 대표가 고등학생 때 제작했다. 제작비를 줄이려고 최대한 노력했지만 의상 대여비만 50만~100만 원 정도 들었다. 여기에 인건비, 스튜디오 비용도 들어갔다. 래퍼들을 수소문해 함께 가사를 쓰고, 랩을 더빙했다. 연기는 직접 나서기도 한다. 제작비 문제로 1년 가까이 제작이 중단됐으나 한국콘텐츠진흥원 공모에 붙어 다시 시작됐다.

국범근 대표는 10~20대의 관점을 녹여낼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제작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또래들을 인터뷰해 고충을 듣는 ‘사이다 인터뷰’를 제작하고 있다. ‘예체능을 빡치게하는 말들’ 편에선 예체능계 학생들의 고충을 듣는다. 대뜸 “연기를 해 보라”거나 “애인과 만난 지 100일이 됐는데 (대가 없이) 그림 좀 그려달라”는 부탁이 그들에겐 스트레스가 됐다.

짧은 영상에 압축적으로 메시지를 담는 패러디 콘텐츠도 많다. 지난해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던 당시 영화 ‘베테랑’의 유아인의 대사 “어이가 없네”를 국범근 대표가 패러디한 콘텐츠는 1분이 채 되지 않는데 유튜브에서만 18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 '사이다 인터뷰'화면 갈무리.
국범근 대표에겐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수익성이다. 뉴스 브리핑 콘텐츠 특성상 다소 딱딱해질 수밖에 없는 점도 개선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처음에는 수행평가를 하기 위해 영상을 만들었다. 그러다 고등학생 때 교내 UCC 대회에 참가해 학생회 선거를 시사현안에 빗대 풍자하면서 흥미를 느끼게 됐다. 앞으로도 우리 세대가 공감할 수 있고, 우리 세대에게 호소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요즘은 한 달에 특강을 1~2번씩 하게 돼 돈을 좀 벌고 있지만 콘텐츠만으로 버는 돈으로는 교통비 정도밖에 안 된다. 고민이 많은데, 일단은 열심히 활동해 더 널리 알려져 구독자를 늘리는 게 정답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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