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도깨비’의 10일자 시청률은 11.37%(유료방송가구기준), KBS ‘전국노래자랑’ 11일자 시청률은 11.7%(전국가구기준)다. 실시간 시청률만 보면 비슷하다. 하지만 ‘전국노래자랑’과 ‘도깨비’의 광고효과가 같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전국노래자랑’과 ‘도깨비’의 비실시간 시청률, 즉 다시보기(VOD)·고정형PC·스마트폰을 이용한 시청자수의 차이 때문이다. 요즘 방송업계 화두는 이처럼 기존 실시간시청률로 측정할 수 없는 시청자를 찾아내 정확한 광고효과지표를 만드는 일이다.

▲ tvN '도깨비' 1화 방송화면 갈무리.
통합시청점유율은 PC와 모바일의 시청률을 자동 집계하는 어플리케이션 버추얼미터를 설치해 실시간 시청과 다시보기를 확인한 뒤 IPTV+케이블 셋톱박스로 고정형TV의 VOD 판매실적까지 합산해 기존 피플미터의 고정형TV 실시간시청률 합산, 통합시청점유율을 내놓을 계획이다. 문제는 스마트폰 시청 데이터 측정의 기술적 어려움이다. 음성에서 특징점을 뽑아 시청기록을 내는 기존 ‘오디오매칭’ 방식이 외부소음에 취약하고 이어폰을 꽂으면 음성이 안 들리는 한계 때문이다. 이에 2017년 초 닐슨코리아가 발표할 N스크린 시청률 조사에선 ‘비디오매칭’을 쓸 예정이다. 스마트폰으로 보고 있는 영상의 화면을 캡처해 특징점을 잡는 방식이다.

그러나 여전히 통합시청점유율 산정은 ‘가보지 않은 길’로, 지표를 만드는 과정에서 기술적 어려움과 이해당사자간 갈등이 예상된다. 해외의 통합시청점유율 산정방식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지난 8일 한국언론학회가 주관하고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후원한 세미나에선 해외 통합시청조사 사례가 상세히 소개됐다. 브라이언 퓨러(Brian S. Fuhrer) 닐슨 글로벌기술연구소 대표는 “과거 우리는 우리의 패널 안에서 모든 걸 측정할 수 있었지만 이제 모바일이 확산되면서 시청행태가 다이내믹해졌다”며 “디지털과 TV는 시청자 측정을 위해 같은 언어를 사용하며 공동의 측정단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동의 측정단위란 무엇일까. 예컨대 2014년 미국 ESPN 월드컵 중계를 TV에선 460만 명이 봤다고 했는데 디지털부서에선 1억2500만명이 봤다고 주장했다. 실시간시청률 단위인 1분으로 재 정의했을 때 디지털부서 시청자수는 30만7000명으로 줄어들었다. 통합시청점유율의 핵심은 플랫폼과 무관하게 전체 시청자를 계산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고정형 TV, 셋톱박스 방식의 VOD를 비롯해 넷플릭스 같은 시청단위도 있다. 시청률조사기관 입장에선 통제해야 하는 범위가 늘어났다. 브라이언 대표는 “이제는 모든 디지털뷰를 태깅해야 한다”며 앞으로의 통합시청점유율 측정 과정에서 “중복(시청률) 제거가 가장 어려운 작업”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디지털 시청자 측정을 위해 디지털 태그를 내장시키고 있는데, 닐슨의 경우 페이스북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브라이언 대표는 “페이스북 아이디를 통해 이들이 스마트기기에서 얼마나 콘텐츠에 유출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전제로 페이스북과 데이터파트너를 맺고 디지털 시청행태를 조사한 뒤 알고리즘으로 인구통계학적 분류를 하고 플랫폼 별로 중복제거를 하는 추가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 우리는 실시간시청률의 시대에서 벗어났다. 비실시간 시청률 집계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 됐다.
닉 버핏(Nick Burfitt) 칸타미디어 아시아·태평양 총괄은 “우리의 도전은 TV to TV다. 텔레비전에서 토털비디오로의 이동이다. 이를 위해선 훌루와 넷플릭스, BBC iplayer 시청자를 측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핵심은 휴대폰과 태블릿기기에 적용할 수 있는 온라인 피플미터로, 패널 가정에 있는 와이파이를 추적해 정보를 취득하는 방식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의 유명 프로그램 ‘나이트 매거진’ 2016년 3월27일자 마지막회 시청률 측정 결과 실시간시청(점유율)은 47%, 비실시간 당일 시청은 16%, 온라인시청은 5% 등으로 나타났다.

크리스찬 튜네-라르손(Christian Thune-Larsen) 칸타-TNS 미디어부문 총괄은 노르웨이 사례를 예로 들고 “인터넷 보급률 96%, 스마트폰 보유자 87%인 노르웨이에선 공영방송의 50대 이하 시청률이 급감하고 있다. 반면 공영방송 스트리밍 서비스는 급증했다”며 “통합시청점유율을 위해피플미터·포터블미터·라우터미터 등 여러 태킹 솔루션으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가정 내 시청과 가정 밖 시청을 확인하는 멀티 패널 솔루션으로 하나의 보고서를 만들 수 있다”고도 전했다. 그는 “가정 외 방송시청을 합치면 평균 7%의 시청률 상승을 확인 할 수 있었다”고 덧붙인 뒤 “노르웨이에선 프로그램 평균 10%이상의 ‘온디맨드’(VOD)시청률을 보여주고 있다. 온디맨드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해외상황의 공통점을 두고 황성연 닐슨코리아 클라이언트서비스부장은 “콘텐츠 시청률과 광고 시청률을 분리해서 본다는 것, 그리고 온디맨드 패널과 고정형TV 패널을 나눠서 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용찬 KISDI 미디어통계분석그룹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한국에서의 통합시청점유율 조사를 위해 “방송사 등 이해관계자의 협조가 중요하다”며 조사기관-정부-방송사 간 커뮤니케이션의 낙후를 꼬집었다. 이어 “페이스북의 경우 아이디를 통해 이용데이터를 추적할 수 있지만 유튜브 등 무작위로 콘텐츠를 이용하는 경우 파악이 어렵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센서스데이터와 패널데이터를 통합하는 방식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기술적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한국은 정부주도로 통합시청점유율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게 해외와 다른 특성”이라고 전한 뒤 “한국은 TV, PC, 모바일 독립패널이 샘플링 된 다음 아이디값을 가지고 합산하는 방식인데 해외의 구조는 TV레이팅 패널에 기반 해 개인 디바이스 정보값을 협력사업자로부터 받아 개인 식별정보를 추출한 뒤 그걸 다시 인구학적으로 환원해 합산하는 방식인 것 같다. 이 같은 하이브리드방식이 한국에선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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