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뇌물죄 적용을 비롯해 김기춘 직권남용·우병우 직무유기 수사 등 산적한 과제를 떠안은 특별검사팀을 향해 기대감이 쏠리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오전부터 연이어 특검 사무실 앞을 방문해 제대로 된 수사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전달했다.

특검 수사 본격 가동을 하루 앞둔 12일 오전, 가장 먼저 특검 사무실을 찾은 시민사회단체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직지회다. 이들은 특검 관계자들이 12일부터 출근한다는 소식을 듣고 오전 9시 이전부터 ‘정몽구 구속’, ‘미르·K스포츠 129억’ 등의 피켓을 들고 있었다.

▲ 12일 오전 9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임승환 사무처장은 “수사나 여론이 정몽구는 쏙 빼놓고 삼성, 롯데만 뇌물줬다는 식으로 흘러간다. 정몽구는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 안하면서 이 정도 돈을 정권에 갖다 바쳤다”면서 “노동개악하려고 돈을 준 것이다. 재벌 뇌물죄 수사 똑바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129억 원을 출연했다. 현대자동차는 그 와중에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울산공장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을 ‘노동조합을 한다’는 이유로 지난 4월13일부터 무급대기발령을 내려 지금까지 공장 출입을 막고 있다.

“범죄자 김기춘을 구속하고 수사하라”는 요구도 빗발쳤다. 영화·연극·미술·음악·무용 등 전 예술계에서 모인 문화예술인들은 박근혜 정부의 문화정치공작을 규탄하는 ‘블랙리스트 특검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1975년 박정희의 유신독재 시절 (…) 30대의 젊은 김기춘은 민주인사에 대한 고문과 공작정치, 문화검열을 일삼은 중장정보부 5국의 수장이었다”면서 “39년이 지난 2014년, 김기춘이 유신의 좀비처럼 다시 청와대를 장악했다. 김기춘은 세월호 참사를 다룬 ‘세월오월’과 ‘다이빙벨’이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없도록 검열기제를 가동하고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 문화연대,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서울연극협회, 한국독립영화협회 등 문화예술계 17개 단체는 12일 오전 서울 대치동 선릉역 1번 출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이들에게 재정적·정책적 불이익을 준 정황은 다방면에 걸쳐 밝혀지고 있는 실정이다.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비망록에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가 정부비판적 예술작품을 검열하고 ‘좌파 성향 예술인’ 동향 파악을 시도한 사실이 수차례 적시돼있다.

조윤선 문체부 장관을 비롯해 송광용·모철민 전 교육문화 수석비서관, 김소영 문화체육담당비서관 등에 대한 구속·수사도 제기됐다.

기자회견 바통을 이어받은 노동당은 박근혜 즉각 체포와 출국 금지 명령을 요구했다. 피의자 박근혜에게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탄핵소추안이 발의되기 전까지 박 대통령은 직무수행 차질을 이유로 검찰의 소환 조사에 불응해왔다. 노동당은 “신분상의 영향력을 증거 인멸의 우려가 높은 상항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심지어 박근혜는 혐의를 부정하고 있다”면서 “박근혜에게 더 이상의 증거 인멸 시간을 허용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박영수 특검은 국민 요구에 응답하라”고 요구했다.

▲ 노동당은 12일 오전 11시 경,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 빌딩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즉각적인 체포와 출국 금지 명령을 주장했다. 사진은 노동당 용혜인 당원이 박근혜로 분장해 체포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특검팀, 대치동 사무실에서 본격 수사 돌입 초읽기

12일 오전, 특검 사무실이 들어선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빌딩은 마무리 공사와 가구배치가 한창이었다. 전기·통신 설비 기사들과 가구 설치 직원들이 빌딩 안팎을 분주히 오갔다.

특검 사무실은 이 빌딩 17층부터 19층까지 세 층에 들어선다. 박영수 특검 사무실은 18층에 위치해있다.

취재진들도 채비를 차렸다. 기자실은 13층, 특검 관계자의 브리핑실은 14층에 자리 잡았다. 일부 언론사들은 가습기, 방석, 소파 등을 구비해 3개월 특검 기간에 대비하는 모습도 보였다.

▲ 언론사 입주가 시작되고 있는 대치동 특검 사무실 빌딩 13층은 인터넷선과 전기시설 공사가 한창이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특검팀은 기존 근무지인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강남에서 대치동 빌딩으로 이주를 시작하며 본격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태세다. 공식 파견 인사 발령을 받은 2차 파견검사 10명도 이날부터 특검팀에 합류했다. 이로써 특검보 4명과 더불어 핵심 수사 인력 구성은 마무리됐다. 검찰 수사관, 경찰관 등 파견공무원 40명 인선도 마무리 된 상태다. 변호사 등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수사관 40명 인선은 진행 중으로, 이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특검보인 이규철 특검팀 대변인은 12일 오전 법무법인 강남 앞에서 기자브리핑을 열어 “오늘부터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이전을 시작해 이주에 완료할 예정”이라면서 “특검이 수사해야 할 사항이 방대하므로 모든 역량을 집중해 이주 중으로 기록 검토를 마무리할 것”이라 밝혔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11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기소한 것을 끝으로 수사를 종료했다. 40여 명의 검사로 구성돼 ‘역대 최대 규모’라는 평가를 받으며 기대감을 모았으나 대통령 뇌물죄 적용, 세월호 7시간 규명, 우병우 직무유기 및 김기춘 직권남용, 대통령 불법 시술 및 특혜 등에 대해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수본의 한계는 그대로 특검의 과제로 돌아갔다. 검찰 특수본은 지난 11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제3자 뇌물죄 ▲김기춘 직권남용 및 우병우 직무유기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요 및 청와대 문서유출 ▲정유라 학사비리 ▲대통령 불법 시술 및 특혜 ▲최순실 대기업 관련 이권 개입 및 재단 자금 부당 집행 등 6가지 혐의에 대한 수사 기록 및 증거를 박영수 특검에 인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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