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에 최보식 조선일보 선임기자의 이름이 등장했다. 2014년 10월10일자 메모를 보면 “長, 인사 관련 적격성 검증(최보식) - 탈락이유 명예 밝히기 곤란 -> 둘러서 알렸으면 好”라는 대목이 등장한다. 최보식 기자는 박근혜정부 초기부터 정부비판 칼럼을 자주 내보냈던 조선일보 대표기자로, 청와대 입장에선 눈엣 가시 같은 존재였다. 최 기자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7시간과 관련한 ‘풍문’을 제도언론 가운데 처음 소개하기도 했다.

메모 내용만 보면 ‘인사 관련 적격성 검증’이란 대목 때문에 청와대가 최보식 기자를 영입하려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올 법하다. 신동아 10월호에 따르면 정부 초기 조선일보 부국장급 인사가 홍보기획비서관에 내정됐으나 “MB사람 아니냐”는 대통령 말에 날아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 기자는 부국장급 선임기자다. 이 때문에 김영한 비망록이 공개된 이후 언론계에서는 청와대가 눈엣 가시 같은 최 기자를 포섭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등장했다.

▲ 2014년 10월10일자 김영한 비망록.
이 같은 추측을 두고 조선일보의 한 기자는 “영입설은 처음 들어본다. 대통령 7시간의 풍문을 처음 전한 사람이 최보식 기자인데 청와대를 비판하는 인사를 영입하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오히려 기자로서 흠결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을까”라고 되물었다. 이 같은 의혹과 관련, 최보식 선임기자는 “영입제안은 없었다”고 밝힌 뒤 “인사비판을 한 내 칼럼 때문인 것 같다. 그 날짜에 내가 쓴 칼럼이 있는데 청와대 회의에서 그 칼럼을 두고 얘기가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2014년 10월10일자 최보식칼럼 <관(官)이 아무리 힘세도 이래도 되나>에선 방송통신대, 공주대, 한국체육대 등이 간선제로 총장을 뽑자 교육부가 적합 여부를 심판하며 간선제를 무력화시킨 상황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최 기자는 칼럼에서 “어떤 후보가 선거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거나 뒤늦게 뚜렷한 흠결이 발견됐으면 제동을 걸 수는 있다. 지금은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교육부는 입을 꽉 다물고 있다”며 “영문 모른 채 교육부의 말 한마디에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할 대학은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 2014년 10월10일자 조선일보 최보식칼럼.
최보식 기자는 해당 칼럼에서 “이번 교육부의 행태 하나를 보면 우리가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이와 유사한 많은 일이 벌어졌거나 벌어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이에 비춰보면 “長, 인사 관련 적격성 검증(최보식) - 탈락이유 명예 밝히기 곤란 -> 둘러서 알렸으면 好”라는 대목이 교육부의 총장 적합여부 판단과 관련한 메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당일 칼럼 내용을 두고 논의했던 이 장면은 청와대가 최보식칼럼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정부여당 인사들의 ‘필독 지면’인 조선일보 칼럼은 청와대에게 가장 민감한 지면일 수밖에 없었다. 그 중에서도 최보식칼럼은 ‘갑’이었다. 최보식 기자는 정윤회 문건 논란이 한창이던 2014년 12월12일 칼럼에서 “청와대에는 환관(宦官)들이 설쳐대고 국무위원은 모두 받아 적는 데만 급급하다고 여기는 게 세상 민심”이라며 새누리당 지도부를 가리켜 “졸장부”라고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최보식 기자는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났을까>란 칼럼에서 최 기자의 기명칼럼을 인용했다고 밝혀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최 기자는 이에 2014년 9월17일 검찰의 가토 다쓰야 검찰 수사와 관련해 입장을 내고 “본인 칼럼은 대통령과 청와대의 국정 운영 방식에 관한 비판이었다”, “대통령 7시간에 대한 질문은 언론으로서 당연히 제기할 수 있었던 것”이라 밝혔다. 최 기자는 가토 다쓰야에 대한 검찰의 기소에 대해서도 “산케이측에 그렇게 대응할 가치가 있었는지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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