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규탄 집회에서 단체로 기자를 둘러싸고 기자수첩을 뺏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엄마부대 등 보수단체 회원, 새누리당 당원 및 탄핵안에 반대하는 시민들 150여명은 9일 오후 5시경,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234표로 가결된 후 국회의사당 인근에 위치한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탄핵안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가 진행되던 오후 5시30분, 무대에 올라 발언을 하던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는 집회 인근에서 취재하던 미디어오늘 기자를 보고 "저 기자 끌어내, 당장 끌어내세요"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집회에 참가한 여닐곱 명의 중년 남성.여성들이 기자를 에워싸고 밀치며 '나가'라고 소리쳤다.

▲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고 열린 탄핵안 규탄 집회에서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가 발언 도중 '기자 끌어내'라고 소리치는 모습. 사진=손가영 기자


이 과정에서 대형 태극기를 가지고 있던 중년 남성은 깃대로 기자를 가격하는 모습을 취했다. 그는 항의하던 기자가 들고 있던 수첩과 볼펜을 빼앗아 자기 주머니에 넣고 기자를 집회장 밖으로 밀어냈다. 주변에 경비를 서던 경찰의 제지로 상황은 일단락됐다.

규탄 집회 무대엔 "국민의 명령이다. 침묵하는 4900만도 국민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주옥순 대표는 무대에 올라 "좌익세력들은 김정은 하수인에 불과하기 때문에 투쟁해야 한다"면서 "시민 여러분, (언론에 보도되는 것들은) 탄핵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이어 그는 "우리 시민들이 이제는 깨어나야 한다. 저 기자들, 언론들을 믿지 말라"면서 "과거 매스미디어가 없을 때 입으로, 입으로 (사실을) 전달하는 때가 있었다. (이렇게 알려서) 올바른 사람으로 바로 잡는게 우리의 의무다. 반드시 우리는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 사진=손가영 기자


주 대표는 이 발언을 한 후 집회 참가자들에게 취재기자를 쫓아내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들은 "야 이놈들아 정신차려라. 탄핵무효"라 구호를 외치고 집회를 마무리했다. 한 중년 남성은 집회에 올라 "국회의원 저 미친 X들이 한 짓이다. 우리에겐 헌법을 지키는 재판소가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절대 내려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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