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지배적인 사업자는 없지만 2016년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한 영상 서비스) 시장은 치열했다. SK브로드밴드가 호핀과 Btv모바일을 통합해 옥수수를 선보였다. 지상파 방송사가 만든 푹은 2.0을 내세우고 종합편성채널 등 제휴사를 늘리며 공격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말 넷플릭스가 국내 진출을 했으며 한국판 넷플릭스 왓챠플레이가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성적표는 어떨까. 와이즈앱, 닐슨코리안클릭, 한국갤럽의 관련 통계를 모아봤다.

올해 이용자 핸드폰에 가장 많이 설치된 OTT 앱은 옥수수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11월 기준  설치자 수는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953만 명)가 1위를 차지했으며 LG유플러스의 비디오포털(768만 명)과 KT의 올레TV모바일(747만 명)이 뒤를 이었다. 4위인 푹의 설치자는 139만 명으로 1~3위와 격차가 컸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닐슨코리안클릭이 지난 10월 발표한 UV(순방문자수)기록 역시 비슷했다. 10월 기준 옥수수는 순방문자수 332만 명을 기록해 10개월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251만 명을 기록해 2위를 차지했고, KT의 올레TV모바일이 155만 명으로 뒤를 이었다. 와이즈앱이 지난달 파악한 실제 사용자 수에서도 통신3사가 1~3위를 차지했다.

모바일에서 통신사들이 선전하는 이유는 자사 이동통신 이용자들에게 모바일 IPTV를 무료로 제공하거나 할인을 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연합플랫폼(푹)이 의뢰해 실시한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SK텔레콤 이용자가 가장 많이 쓰는 앱은 옥수수(47.7%)였고, KT의 경우 올레TV모바일(45.9%) LG유플러스의 경우 비디오포털(47.5%)로 나타나 가입 통신사가 OTT 이용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한국갤럽에 따르면 통신3사 모바일IPTV 앱의 유료이용률은 옥수수(40.6%), 비디오포털(34.8%), 올레TV모바일(21.9%)로 나타나 과반의 이용자들이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푹의 유료이용률(83.6%)과는 대조적이다.

여러 지표에서 1위를 차지한 옥수수는 통합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SK는 SK플래닛의 OTT 호핀과 SK브로드밴드의 ‘Btv모바일’을 통합해 이용자를 늘렸다. SK텔레콤의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이 타사에 비해 높은 상황에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 이용자를 추가로 확보했다.

여기에 SK브로드밴드가 공급이 불안정한 지상파 방송콘텐츠에 집중하는 대신 스포츠, MCN, 오리지널 콘텐츠 등을 주력으로 내세운 전략도 유효했다. 김민섭 SK브로드밴드 미디어사업부문 팀장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MCN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하고 공급함으로써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옥수수는 올해 업계에서 가장 성공한 오리지널콘텐츠로 꼽히는 ‘통메모리즈’와 ‘1%의 어떤 것’을 독점 공급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iStock
‘이용총량’면에서는 통신3사가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구체적인 ‘이용률’을 따져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와이즈앱이 지난 한달 간 1인당 평균 사용시간을 분석한 결과 지상파가 주축인 푹이 742분으로 나타나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CJ E&M의 티빙이 400분으로 뒤를 이었다. 옥수수는 181분으로 3위에 그쳤다. 1회 평균 사용시간 역시 푹 4.9분, 티빙6.9분인 반면 통신3사의 모바일 IPTV는 3분 이내였다. 설치자 중 실제 앱을 사용하는 비율 또한 넷플릭스(46.1%), 푹(44.7%), 티빙(36.8%)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반면 옥수수(25.6%), 올레TV모바일(16%)은 낮았다.

CJ E&M의 티빙과 지상파가 주축인 푹이 러닝타임이 긴 방송콘텐츠가 중심이고, 넷플릭스와 왓챠플레이가 영화 콘텐츠 중심이기 때문에 이용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정규방송이나 영화가 아닌 콘텐츠에 주력하는 모바일 IPTV들은 이용시간이 적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와이즈앱 조사결과 중복 사용자가 가장 많은 앱이 푹과 옥수수(중복 사용자 11만6600명)였던 것도 두 플랫폼이 내세우는 주력 콘텐츠가 다르다는 점을 드러낸다.

넷플릭스의 저조한 성적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넷플릭스의 설치자는 푹의 10분의 1 규모인 13만 명으로 추산됐다. 주요 OTT 앱 8개 중 설치자, 사용자 등의 지표에서 8위에 그쳤다. 10월에 이어 11월에도 앱을 사용하는지 여부를 분석한 앱 충성도 조사에서도 왓챠플레이, 푹, 비디오포털, 티빙 등의 순서로 상위권을 차지했으나 넷플릭스는 꼴찌였다. 

넷플릭스가 한달 무료서비스 후 유료전환 된다는 점에서 충성도가 낮을 수 있지만 같은 방식의 영화 전문 OTT 왓챠플레이의 충성도가 1위로 나타났다는 건 ‘매력적인 콘텐츠’ 확보가 관건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 한국갤럽의 브랜드 포지셔닝 분석 결과 푹, 티빙, 옥수수 등이 ‘콘텐츠가 다양한’ ‘대표적인’ ‘대중적인’ ‘콘텐츠가 최신인’이라는 이미지가 공통적으로 꼽혔지만 넷플릭스는 ‘전문적인’ ‘혁신적인’이라는 이미지로 나타났고 ‘재미있는’이미지와는 가장 거리가 멀었다.

▲ 한국갤럽이 실시한 브랜드 포지셔닝 평가. 이용자들이 해당 브랜드에 대해 연상되는 이미지를 선택하는 조사다. 콘텐츠연합플랫폼 제공.
넷플릭스는 강력한 추천기능과 스트리밍 기술이 있었지만 ‘한국 콘텐츠’ 충성도가 높은 한국 이용자들에게 매력적인 콘텐츠를 론칭하지 못했다. IPTV와 제휴를 위해 통신사업자와 협상을 추진했으나 실패했고 콘텐츠 수급을 위해 지상파, CJ E&M 등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역시 실패했다. 국내 주요방송통신 사업자들이 이미 자체 OTT를 갖고 있는데다 넷플릭스측의 수익배분 요구가 비현실적이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와이즈앱, 닐슨코리안클릭의 조사는 안드로이드 핸드폰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거친 후 추산한 데이터다. 모바일 앱만 집계했기 때문에 PC에서도 서비스가 되는 푹, 티빙, 넷플릭스, 왓챠플레이 등은 과소평가된 측면도 있다. 한국갤럽의 경우 데이터 분석이 아닌 표본집단을 대상으로 설문형식의 브랜드 인덱스, 이용자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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