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가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상정된 9일 국회 본회의장. 당초 2시 예정이었던 본회의는 3시로 1시간 미뤄졌다. 본회의장을 반원으로 둘러싼 방청석은 서너줄은 본회의 30여분 전부터 사전 취재 신청을 한 기자들로 채워졌다.

오후 2시42분. 국회 본회의장으로 노란색 옷을 입은 40여명이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으로 입장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에 배정된 방청석 입장권 40매를 세월호 가족협의회에 제공했다.

지역구가 안산인 박순자 새누리당 의원은 본회의 시작 전 방청석으로 이들을 찾아와 “표결은 알 수 없지만 너무 걱정 마시라”고 안심시켰다.

몇몇 가족들은 “주변에 (찬성) 독려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오후 3시2분 본회의장에 입장한 정세균 의장이 착석했다. 제246회 본회의 제18차 본회의를 알리는 의사봉 3타가 장내에 울린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제안 설명은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 수석부대표가 맡았다. 김관영 원내 수석부대표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탄핵하는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대단히 안타까운 순간에 서 있다”며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는 역사적인 선택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 세월호 유가족들이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연합뉴스


김관영 원내 수석부대표의 제안 설명 동안 방청석에 앉은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는 무거운 표정을 본회의장을 응시했다. 몇몇은 손으로 눈물을 걷어냈다.

본회의가 시작되고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의 제안 설명이 한참 동안 이어진 후에도 본회의장 3곳 자리는 비어있었다. 빈 자리 주인은 서청원, 이우현, 정갑윤 의원. 모두 새누리당 소속이다. 새누리당 친박 좌장으로 불리는 최경환 의원은 본회의 시작 때 착석해 있었으나 표결하지 않고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의원은 최경환 의원을 제외한 299명이다. 뒤늦게 본회의장에 들어선 정갑윤 의원은 바로 투표소로 향했고 서청원 의원은 한동안 자리에 앉아 투표 상황을 지켜보다 투표소로 향했다. 서청원 의원은 투표 직후 본회의장을 떠났다.

탄핵 표결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탄핵 찬성 독려 기자회견을 했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표결이 시작되자 바로 표결 절차에 들어갔다. 김무성 전 대표는 본회의 시작 30여분 후 투표를 마치고 본회의장을 떠났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본회의 시작부터 표결까지 본회의장을 지키며 상황을 지켜봤다. 투표를 마친 새누리당 의원들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 사이를 무표정하게 지나갔다. 전희경 의원은 대표와 원내대표에게 간단한 목례를 했으며 여상규 의원은 이정현 대표와 악수를 하고 지나갔다.

줄곧 자리를 지키던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는 본회의 시작 44분이 지난 후 투표 순서를 기다기리 위해 줄 끄트머리에 섰다. 지도부가 표결을 마치고 나오자 잠잠했던 세월호가족협의회 방청석은 술렁거렸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홍영표,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 등 감표 의원들이 마지막으로 투표를 마친 후 개표가 시작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매 주말 광화문에 촛불이 켜진지 6주가 지난 후 드디어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오후 4시8분.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책상을 쾅 치며 ‘어이’하는 큰 소리를 냈다. 안철수·천정배 전 공동대표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앉은 김동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주먹 쥔 손을 귀 옆에서 흔들었다. 박지원 원내대표를 바라보는 안철수 의원의 표정은 밝았다.

국민의당 지도부가 감표 위원들의 신호를 받았다. 채이배 의원은 국민의당 의석을 향해 손을 들어 차례차례 2, 3, 4를 펴보였다.

곧이어 개표 결과가 정세균 국회의장 손에 들려졌다. 오후 4시10분 정세균 의장은 투표에 참석한 의원 299명 중 찬성 234표, 반대 56표, 무표 7표, 기권 2표로 탄핵안이 가결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의 표정은 무거웠다.

반면 방청석은 환호했다. 국회 관계자들은 박수를 치고 환호하는 방청객을 막기 위해 손을 흔들어댔다. 세월호가족협의회가 모여 앉은 방청석에선 전명선 운영위원장이 “촛불 국민 만세”를 큰 소리로 외쳤다.

다른 가족협의회 인사들도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이정현 장 지지자”, “새누리당도 공범이다”, “의원여러분 감사합니다” 등 발언이 산발적으로 외쳐졌다. 또 다른 가족협의회 관계자는 “반대한 *** 다 몰아내. 국민 촛불 만세” 등을 외쳤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 결과 나오자 국회 기자실 안에서도 탄식이 터졌나왔다. 가결표(234표)가 부결표(56표)를 압도해 쏟아지면서 예상을 뒤엎었기 때문이다. 200표 초반대인 200~210표, 230표 이상 등 세 경우에 대한 표심 해석에 큰 차이가 있다.

겨우 탄핵 가결 정족수(200표)를 넘길 경우 비박계 안의 표심이 흔들린 것으로 볼 수 있었다. 200~210표의 경우 야권표와 합쳐 가결에 필요한 표가 39표 나온 것으로 비박계가 결집해 표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234표라는 예상 밖의 압도적인 가결표가 나오면서 탄핵 입장을 유보했던 친박 중에서도 상당수 이탈표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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