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투표가 시작되는 오후 3시, 국회는 '박근혜 탄핵', '새누리 처단', '김기춘 구속'을 외치는 시민들로 포위됐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은 국회 본회의 탄핵안 가결에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찾은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의사당 앞 국회대로 8차선 전체가 통제됐고, 1km 너비에 이르는 인도 및 차도가 시민들로 가득 메워졌다.

▲ 사진=손가영 기자


오후 12시30분 경부터, 서울에 도착한 '전봉준 투쟁단'의 트랙터 두 대를 둘러싸고 시민과 경찰병력 간에 충돌이 발생했다. "트랙터에서 내려오세요"라는 경찰의 방송소리와 "부역자들, 나가라" "비켜라"고 외치는 시민들의 고함소리로 의사당 정문 앞은 일대 혼란을 이뤘다. 오후 1시30분 경 경찰병력이 직접 트랙터에 올라 타 농민들을 끌어낸 후 트랙터 한 대가 견인됐다.

나주에서 올라온 농민 고아무개씨(55)는 "(경찰이) 아주 못된 것만 골라서 해왔다. 막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면서 "나락(쌀) 가격이 20년 전으로 돌아갔다. 1년 노동의 대가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선 때 21만원 보상금 주겠다는 한 그런 사람이 저 박근혜 대통령인데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면서 "박근혜 퇴진에 힘싣기 위해 트랙터와 같이 올라 왔다"고 그는 말했다.

▲ 사진=손가영 기자


이른 오후 시간부터 국회 앞을 찾은 이유에 대해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압력과 감시를 언급했다. 서울 모처의 한 대안학교 10~20대 학생들 십수명은 "우리가 보고 있다. Be careful"이 적힌 종이를 등 뒤에 붙이고 국회 정문 앞을 지켰다. 교사로 일하는 김아무개씨는 "박근혜 탄핵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한 마음으로 왔다"면서 "보는 눈이 많으면 국회가 신경을 쓰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지난 밤부터 잠을 자지 않고 국회 정문 앞을 지킨 시민 장일수(40)씨는 "(시민 집회가) 국회를 압박하는 수단이 되지 않겠냐. 민의를 안다면 탄핵안은 가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앞엔 대통령의 실책과 관련한 구호들이 속속들이 등장했다. "세월호를 인양하라" "7시간 밝혀내라"는 구호가 끊임없이 제창됐다. 길이 1.5m에 달하는 노란색 만장에 'No THAAD'를 적은 시민도 있었다. 선창에 나선 시민들은 "평화시위 보장하라" "재벌도 공범이다. 재벌총수 구속하라" "언론도 공범이다. 언론도 구속하라"를 반복해서 외쳤다.

▲ 사진=손가영 기자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나경채 정의당 공동대표는 지난 7일 국정조사에서 김기춘 전 실장이 보인 '모르쇠 태도'에 대해 "한 나라의 대통령을 모신 사람으로서 품격와 품위를 지키는 모습을 보이길 바랬건만, '시정잡배'와 같았다"고 일갈했다. 나 대표는 "야당 의원들은 총사퇴도 불사한다'는 결연한 태도를 밝혔다"면서 "부결된다면 그 자체만으로 국회의 존재 가치가 없다. 정의당은 오늘 '국회 해산도 불사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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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회 정문 우측 한 켠에 보수단체 회원 및 박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시민들 150여 명이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충돌을 방지하려는 경찰 병력들에 둘러싸여 애국기를 흔들고 '진상규명이 먼저'라고 요구했다. 박아무개씨는 "특검과 청문회를 거치고 진상이 규명돼야 대통령 하야 말을 꺼내야 할 것 아니냐"면서 "대통령이 잘못한 점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잘못한 점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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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부터 새누리당 당사 앞 집회에 참석했다는 한 중년 여성은 "(여기 오기 전) 새누리당 당사 안에 있었다"고 말했으나 재차 물었을 때 답을 하지 않았다.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는 "아무 것도 묻지 말라"면서 이 여성에게 "언론에게 답하지 말라"면서 인터뷰를 방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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