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가 8일 ‘뉴스룸’에서 최순실-박근혜 비선실세 국정농단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된 최순실 태블릿 PC 입수경위를 밝혔다. JTBC는 10월24일 최순실이 사용한 태블릿 PC를 공개하며 “최순실이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에 입수했고 이중엔 박근혜 정부의 통일 정책 로드맵이 제시된 독일 드레스덴 연설문도 포함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보도 다음날 박대통령은 유례없는 대국민 사과에 나섰고 여야는 최순실 특검에 합의했으며 이후 200만이 넘는 ‘박근혜 퇴진’ 촛불이 광화문에서 불타올랐다.

손석희 JTBC보도담당 사장은 “일부 세력과 일부 정치권이 난데없이 태블릿 PC를 등장시키는 이유가, 온 나라를 어지럽힌 최순실의 국정 농단이라는 이번 사건의 실체를 가리고 희석하려하는 것이라고 판단해 입수 경위와 이후 확인과정, 그리고 각종 루머의 팩트체크까지 집중적으로 보도해드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국정농단 국정조사에서 이완영·하태경 등 새누리당 의원들이 JTBC의 태블릿 PC 입수과정에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논점 흐리기’에 나서자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 10월24일 JTBC '뉴스룸' 보도 화면.

▲ 12월8일 JTBC '뉴스룸' 보도 화면.
최순실 태블릿 PC를 입수한 심수미 JTBC기자는 이날 “누군가 (태블릿 PC를) 줬다는 건 정말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는 아마도 저희 보도에 정치적인 배경을 연결시키려고 하는 의도가 있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으며 “처음 태블릿을 발견한 건 지난 10월18일”이라고 밝혔다. 발견 장소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더블루K 사무실이었다. 심수미 기자는 더블루K 독일 등기를 공개하며 “최순실 씨와 딸 정유라 씨가 주주로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한 뒤 그 길로 더블루K 강남 사무실로 취재기자가 달려갔다”고 말했다.

JTBC는 10월5일 고영태를 만났고 이후 최순실 차명회사를 집중 추적하는 과정에서 독일의 유료 기업 공개사이트를 확인해 비덱과 더블루K의 주소지가 같다는 걸 확인했다. 독일의 상업 등기로 더블루K가 최순실게이트의 몸통일 거라 판단한 것이다. 심 기자는 “당시 건물 관리인은 다른 언론사에서 찾아온 기자가 1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저희는 건물 관리인의 허가를 받고 빈 사무실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빈 사무실에 남겨져 있던 책상에는 태블릿 PC와 월세계약서, 사업자등록증 등이 있었다.

▲ 12월8일 JTBC '뉴스룸' 보도 화면. JTBC가 최순실태블릿PC를 확보한 강남 신사동 더블루K사무실 책상.

왜 태블릿 PC가 그곳에 있었을까. 왜 최순실·고영태 등은 태블릿 PC를 파기하지 않고 간 것일까. 심수미 기자는 “그건 정말 주인이 아마도 밝혀야 할 부분”이라고 답한 뒤 “현재 검찰은 태블릿 PC를 최순실 씨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쓴 걸로 보고 있다. 말하자면 최종 사용기간으로부터 현재까지 한 2년 동안의 시간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까지 쓰다 서랍 안에 놔둔 뒤 태블릿 PC의 존재 자체를 잊고 급하게 사무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폐기를 못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심 기자는 “(태블릿 PC를) 누군가 훔쳐갈 가능성도 있었고 최씨가 증거인멸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해 내부 회의를 거쳐서 태블릿을 가져와 복사를 한 뒤 검찰에 제출하기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더블루K 건물관리인은 JTBC와 통화에서 “원목 책상도 비어있는 줄 알았는데 기자님이 아무래도 기자 정신이 있으니까 저랑 같이 가서 본 것 아닙니까. 그래서 제가 협조를 한 거잖아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JTBC에 따르면 태블릿 PC 확보에 도움을 준 건 건물관리인이 유일하다.

JTBC는 “관리인도 당초에는 태블릿 PC가 그 곳에 있었다는 것을 몰랐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제보를 할 수가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월26일 JTBC가 독일에서 태블릿 PC를 확보했다는 검찰의 기자간담회 내용과 관련해선 “당시 심수미 기자가 독일 출장을 간 상태였다. 검찰 관계자가 심 기자에게 전화를 해서 독일에서 구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을 했다. 심 기자는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워낙 파급력이 큰 자료이기 때문에 그때 (입수경위를) 외부에는 함구하고 있었던 상황”이라고 밝혔다.

JTBC는 탄핵안에 태블릿 PC 내용이 빠졌다는 일부 주장도 반박했다. 서복현 JTBC 기자는 “최순실의 태블릿 PC는 정호성 전 비서관의 기밀 유출 혐의의 핵심적 증거물”이라 밝힌 뒤 “이 기밀 유출 혐의는 박 대통령의 탄핵안에도 이미 포함이 돼있다”고 밝혔다. 정윤회가 태블릿 PC를 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정윤회 씨는 접촉을 했다면 취재에 도움을 될 수는 있었겠지만 저희 취재팀은 접촉하지 못했다”며 일축했다. 최순실의 PC가 아닐수도 있다는 일부 의혹제기에 대해서도 “검찰이 IP 주소를 확인 결과 최순실씨가 이동할 때마다 태블릿 PC도 같은 동선을 따라 움직인 사실이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JTBC는 태블릿 PC 입수경위를 둘러싼 논란이 국정농단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서복현 기자는 “2014년 정윤회 문건 사건 때도 이런 양상이었다. 청와대를 비롯해 일각에서는 문건 속에 담긴 내용보다는 그 문건이 어떻게 세계일보로 넘어갔고 세계일보가 보도를 했냐 이 부분에 초점을 뒀다. 결국 그때 막지 못했던 비선실세가 이제 다시 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석희 사장은 “항간에는 졸지에 저의 휴가까지 거론되면서 제가 가져왔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던데, 듣기에도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손 사장은 지난 10월 중순경 일주일의 휴가를 다녀왔는데, 공교롭게도 휴가 장소가 독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JTBC ‘뉴스룸’은 이날 방송에서 시청률 10.73%(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기준)를 기록해 자체 시청률 신기록을 이틀 만에 갈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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