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새누리당 친박계는 부결을 이끌어내기 위한 카드 하나로 ‘세월호 참사’를 꺼내 들었다.

친박계 강성으로 알려진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지금 탄핵으로 가고자 하는 쪽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사안이 세월호 문제 등 탄핵 사유”라며 탄핵안 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안녕하세요 윤준호입니다’에 출연해 ‘세월호 7시간’의 탄핵안 포함과 관련해 “비주류 탄핵 찬성하시는 강성을 제외한 나머지 분들은 이 문제에 굉장히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비공개 최고위원 간담회에 이정현 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홍문종 의원은 또 “탄핵 투표에 참석해야 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탄핵 투표에는 찬성하지만 탄핵안에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하는 비주류 의원도 있을 것”이라며 “탄핵(표결)에 참가하지만 의견이 다른 야당 의원도 있을 수 있다”면서 숨은 부결표를 자극하기도 했다.

‘세월호 문제’는 야당이 발의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에 포함한 내용이다. 탄핵안 가결로 기운 새누리당 비박계는 탄핵 사유를 간결하게 하자며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구조 책임 내용을 탄핵안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조원진·홍문종 의원은 ‘세월호 참사’ 논의를 전면으로 끄집어내면서 새누리당 내 탄핵 이탈표를 기대하는 모습을 내비쳤다.

대표적인 친박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불린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사인’ ‘개인’ 자격을 강조하며 연일 ‘탄핵안 부결’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정현 대표는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을 면담한 이후 의원총회에서 공개적으로 “탄핵이 아닌 박근혜 대통령 사임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이어 지난 7일 오후 8시 기자실을 직접 찾아 또 다시 사견이라며 “탄핵안이 부결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견을 전제로 했으나 탄핵 가결을 막기 위한 꼼수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의원 개개인에 대한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의원총회에서 수도권 초선 의원 한 분이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손이 없다고 말할 수 있나’라는 얘기를 아주 솔직하게 하시더라”며 “정말 안타깝고 지금이라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7일 같은 프로에 출연했던 이혜훈 새누리당 의원은 “탄핵에 찬성하는 몇몇 의원들로부터 공개되면 망신이 될 수 있는 사안을 은근히 알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들었다”며 전화 출처로 “사정 기관의 정보”를 꼽았다.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한 한 새누리당 의원은 “친박 의원이 아니라 원로 정치인까지 동원한 우회적인 방법으로 ‘탄핵은 좀 아니지 않느냐’는 전화가 한 번 온 적이 있었다”며 “이정현 대표도 바둑판 위의 돌 중 하나일 뿐이고 뭔가 전체적인 계획을 짜고 정무적 판단을 하고 기획하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친박의 탄핵안 부결 노력에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탄핵안에 동참하려는 자당 의원을 향한 무언의 경고”라며 “잘못된 감싸기가 대통령과 대한민국을 망쳤다. 이 대표의 사사로운 사견을 듣는 국민은 속이 터진다. 제발 경거망동 하지 마시라”고 경고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친박이 아직도 대통령을 지키려는 무모한 도전에 매달리고 있다”며 “끝까지 국민을 배신하고 국민 등에 칼을 꽂겠다는 친박 지도부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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