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이 종북콘서트라고 비난하고 수사당국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해 구속 사태까지 벌어졌던 황선-신은미 통일콘서트에 대해 청와대가 콘서트 장소 제공을 제재하는 방침을 세웠던 정황이 발견됐다. 실제 해당 콘서트는 세차례에 걸쳐 불허됐다. 모두 사전에 개최 장소로 허가를 받았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불허됐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청와대 재직 당시 업무일지 형태로 수석비서관회의 결정 및 업무 내용을 적은 '故 김영한 민정수석 비망록'을 미디어오늘 입수해 살펴본 결과 2014년 11월 22일 메모 형태로 "황선 & 신은미 토크콘서트 장소제공 관련 조치 요"라고 쓰여 있는 것으로 나왔다. 콘서트 장소 제공에 대해 조치를 취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황선-신은미 통일콘서트는 지난 2014년 11월 19일 처음 조계사 경내에서 열려 큰 호응을 받았다. 재미동포인 신은미씨는 오마이뉴스에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라는 여행기를 게재했고, 여행기를 묶은 책은 문화체육관광부 추천 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신씨는 자신의 책을 바탕으로 옆에서 지켜본 북한의 모습을 콘서트에서 소개했다. 황선씨는 지난 2005년 평양을 방문하던 중 출산해 화제를 모은 인물로, 신씨와 함께 대화를 하면서 콘서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종합편성채널은 콘서트에서 나온 황씨와 신씨의 발언이 북한을 찬양한 내용이라며 해당 콘서트를 종북콘서트라고 비난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그러자 경찰은 콘서트에서 나온 발언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내사한다고 밝히면서 법적 처벌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김영한 전 수석의 비망록에 적힌 2014년 11월 22일 메모는 청와대까지 민간인들의 콘서트에 개입해 장소 제공을 막은 정황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콘서트 장소가 불허되면서 청와대 개입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황선씨와 신은미씨는 조계사 경내 서울지역 콘서트를 마치고 전국순회 콘서트를 열기로 했지만 애초 허가됐던 콘서트 장소가 잇따라 불허 취소되는 수난을 겪었다.

부산상의 1층 대강당에서 2014년 12월 11일 개최하기로 했지만 콘서트를 2주일 앞두고 불허 통보를 받았다. 부산상공희의소 측은 회의실 중복 등을 이유로 들어 불허를 일방 통보했다. 콘서트 주최 측은 이미 계약금까지 입금하고 홍보까지 했지만 불허 통보에 어쩔 수 없이 장소를 바꿔야 했다.

2014년 12월 9일 경북대학교에서 진행하기로 했던 콘서트도 장소 불허로 취소됐다. 경북대학교는 처음 장소 제공을 허락했지만 학교 부총장까지 나서 학내 여론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장소 불허를 통보했다. 

대구YMCA는 콘서트 장소가 불허되자 강당을 콘서트 장소로 제공하기로 결정했지만 기독교인들의 우려가 크다는 이유를 들어 이사회의 불허 결정 사항을 통보했다. 

콘서트 주최 측은 악의적인 종편의 보도가 잇따른 장소 불허에 영향을 끼친 것이라며 종북 사냥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런데 콘서트 장소 불허 배경에 청와대가 개입한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메모에 적힌 '조치 요'는 장소 불허하는 것을 조치하겠다는 뜻으로 추정된다. 장소를 제공하려고 했던 단체들은 불허 결정에 외압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청와대의 직간접적인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황씨는 결국 콘서트 발언의 국가보안법 찬양 고무 혐의로 구속까지 당했다. 재미동포인 신씨는 강제 퇴거 조치돼 5년 동안 국내 입국에 금지됐다. 

신은미씨는 8일 미디어오늘에 보낸 SNS 메시지를 통해 "당시 저를 조사하던 검사도 '내 위에 총장 있고 그 위에 또 있습니다'라고 했다. 박근혜씨가 비서관회의에서 통일토크콘서트를 '종북콘서트'라고 규정하며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공했으니 당연 김기춘 실장은 수석에게 그렇게 지시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제가 관심을 두는 것은 허위보도를 한 언론을 동원해 정부가 의도적으로 종북몰이를 했다는 점이다. 당시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그리고 통진당 해산 등을 희석시키기 위해 정부가 종북몰이의 주체가 되어 말도 안되는 일을 벌였다"고 비판했다. 

황선씨도 "저를 구속기소한 공안부 담당 검사가 자기는 구속 사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부 의사랑 같지 않다고 책임회피식 발언을 했다"면서 "당시 논란이 벌어졌을 때 경찰도 구속까지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가 박근혜씨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종북 콘서트가 국론을 분열시키고 사회 혼란을 가중한다고 밝힌 뒤 구속 방침으로 바뀐 것 같다. 당시에도 청와대의 의견하고 무관하게 판이 굴러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김영한 전 수석 비망록에는 2014년 11월 25일 메모로 "조계사 - 황선 장소 제공 - 경위 조사 후 조치(자승)"이라고 쓰여 있는데 메모가 쓰여진 지 하루 전인 11월 24일 8개 보수단체가 조계사 앞에서 토크콘서트 개최 장소를 제공한 조계사는 사과하라는 기자회견을 연 것으로 확인됐다. 

2014년 11월 19일 조계사 경내에서 열렸던 토크콘서트의 장소 제공 경위를 조사하고 조치를 했다는 청와대 메모는 자승 총무원장까지 거론하고 있어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콘서트 장소를 제공했다는 이유만으로 불교계 지도자까지 조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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