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사안을 두고 정반대의 논조를 보이는 사설이 나왔다. 조선과 한겨레의 사설이 아닌 조선과 동아일보의 12월 8일자 사설이다. ‘탄핵소추안에 세월호 7시간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냐 초법적이냐를 두고 극명하게 대조를 보이는 사설을 낸 것이다.

어느 쪽이 더 논리적인 전개를 하고 있는지 평가를 내리기전에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비교해서 분석해보자. 논설위원들의 논리전개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며 과장과 비약, 모순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에 유념하면서…

▲ 조선일보 12월8일자 사설
먼저 조선은 이 날짜 사설 “'세월호 7시간' 탄핵 소추안 포함은 초법적 발상이다.‘라는 제목에서 ”… 다른 탄핵 사유는 모두 최씨 등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 기반해 있다. 그러나 세월호 문제는 아무런 근거도 없다. 지금 상태로 탄핵안을 밀어붙인다는 것은 그야말로 초법적 발상이다.“라고 주장했다.

동아는 같은날짜 사설 “세월호 재난본부 가기 전 대통령이 머리손질이라니”라는 제목에서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가 더 많은 찬성표를 확보하려면 탄핵안에서 ‘세월호 7시간’을 빼야 한다고 주장해 야당이 고민하고 있다. 넣고 안 넣고를 떠나 세월호 7시간 문제는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부작위(不作爲)를 따지는 중요한 사안이다.”라고 주장했다.

두 주장에서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부분은 보다시피 조선은 세월호 7시간을 탄핵안에 포함시키는 것이 ‘초법적 발상’이라고 반대하지만 동아는 ‘국가지도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를 제대로 하지않은 사실상 직무유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 동아일보 12월8일자 사설
이런 주장에 이르기 위해 두 신문은 더욱 대조적인 논리전개를 하고 있다. 먼저 조선을 인용해 본다.

“…세월호 참사는 여객선 불법 증·개축과 화물 과적, 평형수 부족, 부실 고박(화물 고정), 운항 미숙 때문이었다. 세월호 사고가 알려졌을 때는 이미 짧은 구조 골든타임이 지나간 뒤였다. 박 대통령이 그 시각 바다 현장에 있었어도 달라질 것이 없다.”

조선은 ‘박 대통령이 그 시각에 바다현장에 있었어도 달라질 것은 없다’고 무모한 주장을 했다. 세월호 참사의 이유는 여객선 불법 증개축 등 대통령과 아무 상관없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이미 짧은 구조골든 타임이 지난뒤였기때문이란다. 이와는 반대의 논리인 동아의 사설을 더 인용해보자.

“…당일 박 대통령이 오후 3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을 지시하고 4시 반 출발 채비를 마치기까지 1시간 반은 미용사들이 머리와 화장을 다듬은 시간과 대략 겹친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세월호 부모처럼 거의 맨발로 뛰어나오기를 기대하는 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사고 소식을 듣고도 계속 관저에 머문 데다, 경호 준비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재난본부 방문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지체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 2014년 4월16일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긴급 방문했다. 사진=청와대
동아의 사설에서는 국가의 위기상황에서 머리손질에 오랜 시간을 보낸 것도 문제지만 경호준비를 시키고도 1시간반이나 지체돼 재난본부에 도착한 것을 두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표현했다. 대통령의 책임과 직위에 어울리지않는 행동을 했다는 비판이다. 똑같은 사안을 두고 조금 다른 정도가 아니라 이처럼 극명하게 반대의 관점에서 사설을 다루기가 쉽지않다. 내용중 한가지만 더 비교해보자.

“그동안 최씨 사태와 관련해 언론이 보도했던 의혹의 상당 부분은 사실로 드러났다. 세월호 당일 7시간 동안의 대통령 행적과 관련된 각종 보도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의혹 제기가 본질을 벗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대통령으로서 할 일을 다 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마치 박 대통령이 잘못해 승객들이 희생된 것처럼 하는 주장은 비난을 위한 공격일 뿐이다.”(조선)

조선은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하여 대통령에게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본질을 벗어나 비난을 위한 공격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신문은 따라서 탄핵소추안에 세월호 7시간 부분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동아의 사설은 역시 이와 반대의 논리를 전개했다.

“…청와대는 ‘당일 미용사 2명이 오후 3시 20분경부터 1시간 정도 청와대에 머물렀고 머리 손질에 걸린 시간은 20분’이라고 해명했다. 90분과 20분은 물론 큰 차이다. 그러나 설사 20분이라 해도 300명 넘는 학생들이 죽어가고 있는 순간에 대통령이 머리 손질을 할 여유가 있느냐고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 퇴진촉구 촛불집회가 열린 11월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경찰과 시민들 사이로 세월호 고래 조형물이 있다. ⓒ 연합뉴스
동아는 ‘국민의 분노를 전하는 식으로 자신의 입장을 대변했다. 300명 넘는 학생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단 20분이라도 머리 연출을 하는데 시간을 허비한다는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대통령의 책무를 저버린 것이라는 주장이다. 동아의 사설제목이 “세월호 재난본부 가기 전 대통령이 머리손질이라니”라는 점을 기억하자.

더 군소리가 필요없을 정도로 두 신문은 같은 사안을 두고 이렇게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사설을 내보냈다. 어느 한쪽 주장만 보게 되면 오판을 하기가 쉽다. 어느 쪽이 더 타당하며 논리적 근거를 갖췄는지는 각자가 읽고 판단할 문제다.

참고로 사설은 논설위원 이름을 공개하지않고 그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어둠의 커튼 뒤에서 논리의 비약과 모순의 글을 쓸 수 있는 자유의 특권을 누리는 공간이다. 조선의 지적처럼 세월호 7시간에 대해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은 어쩌면 의미가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대통령이 어떻게 보고받았으며 어떻게 대응했는지, 그것이 대통령의 책무에 합당한지 여부를 따지고 검증하는 것은 언론의 몫이다. 청문회와 언론의 적극적인 보도로 사실이 부분적으로 드러나고 있는데도 대통령을 감싸는 듯한 논리의 비약과 모순은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어리석은 대통령, 불통의 대통령, 탄핵당한 대통령을 만드는데 부역언론의 역할은 반드시 재조명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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