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대변인 정연국. 남들이 부러워하는 청와대 대변인직을 수행하는 정연국은 왜 불쌍하게 보일까. 민경욱 새누리 국회의원처럼 방송사 앵커를 하고 청와대 대변인으로 갔다가 국회의원이 되는 소위 출세코스를 열심히 달려가고있는데...

그에 대한 말을 하기전에 방송사 앵커와 청와대 대변인은 무엇이 다를까. 가장 크게 다른 차이점은 적어도 네 가지 정도는 거론할 수 있다.

첫째, 앵커는 진실을 추구하지만 대변인은 대통령의 이미지 조성과 함께 권력유지에 집중한다.

둘째, 앵커는 사실(fact)에 근거하지만 대변인은 사안별로 과장, 은폐, 축소, 거짓말까지도 동원한다.

셋째, 앵커는 국민의 알권리가 최우선 고려대상이지만 대변인은 알권리대신 대통령 홍보거리에 집중한다.

넷째, 앵커는 공정성과 중립성에 가장 높은 가치를 두지만 대변인은 원천적으로 정치적 편향성, 친권력편에서 사안을 처리한다.

청와대에서 방송사 앵커를 대변인으로 선호하는 것은 이들의 대중적 친밀감과 익숙함에 따른 그들의 신뢰성을 이용하면 정치적 메시지 전파 효용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중은 어제의 앵커가 청와대로 그 직을 옮겼지만 방송사 앵커로 오래 신임을 해 온 선입관 때문에 하루아침에 색안경을 끼고 보지는 않는다.

▲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    ⓒ연합뉴스


그들의 말은 일단 과거처럼 쉽게 신뢰하게 된다. 직장이 바뀌고 그 직책이 이처럼 많이 달라졌지만 일반인들은 그 변화를 쉽게 알아차리지못하는 착시현상에 빠지게 된다. 진실을 추구하며 논리를 중시여기던 저널리스트가 어느날 갑자기 청와대 대변인 되어 특정 정치집단을 대변하고 청와대의 억지주장을 자신의 목소리로 대신하게 되는 일은 매우 당혹스럽다. 물론 기자시절부터 특정당과 내통하며 권력을 갈망하던 앵커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난세를 맞은 MBC 기자 출신 정연국 대변인은 해명이랍시고 내놓고 있는 논리와 말들을 보면 안타깝다못해 영혼이 없는 대변인 같다. 그래도 1995년 기자로 입사, MBC ‘시사매거진 2580’과 사회2부, 뉴스편집2부 등에서 방송기자로 활약했고 뉴스투데이 앵커, 런던 특파원 등을 지낸 베테랑 언론인 출신인데, 딱하고 불쌍할 뿐이다.

최근 비아그라·태반주사·에토미(유사 프로포폴) 등 청와대가 구입한 의약품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비아그라는 고산병 치료제”, “(에토미는)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일종의 근육진정제” 등 정 대변인이 내놓는 해명은 설득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시중에 희화화 되고 있다. 심지어 해외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모습이다. 설득력없는 해명에 언론이 재반박해도 속시원한 답변을 내놓지못하고 있다.

심지어 정 대변인은 이에 대해 “제 설명은 전혀 통하지 않고 언론이 하고 싶은 의혹만 제기해 아주 답답하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설명이 왜 통하지않는지 기자들이 아닌 광화문 촛불시위에 참석한 대중 아무나 붙잡고 한번 물어보기 바란다.

청와대가 마약류 지정의약품 1000여정 구매의혹에 대해서는 “해외순방 때 수행원의 빠른 시차 적응을 위해서 사용된 수면유도제”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댓글은 ‘해외순방 두 번 다녀오면 마약사범 돼 돌아오겠다’고 비아냥하고 있다.

비아그라 대량구입에는 ‘고산병’운운하더니. 그럼 팔팔정 구입은 왜 했는지 납득할만한 답을 내놓지못하고 있다. 옥반주사, 태반주사, 백옥주사, 마늘주사 등 듣도보도 못한 의약품, 향정신성의약품 등에 대해 내놓은 해명은 또 어떤가.

고생하는 정 대변인을 탓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대통령을 잘못 만났고 거짓과 위선을 정상적인 기자들에게 참으로 포장해 전달하려는 노력이 애처롭고 안타까울 뿐이다. 정 대변인에게 지금 무엇을 위해 그런 위선의 허무맹랑한 해명같지않는 해명을 늘어놓고 있는가라고 묻고싶다. 적어도 기자적 양심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한때 진실을 추구했던 저널리스트의 의식이 있다면 현재의 자신은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공허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는지 자신을 살펴보라고 당부하고 싶다.

심판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 주에 탄핵이 되든 안 되든 이제 죄인은 더 이상 대통령 행세조차 못하게 될 것이다. 성난 민심과 시대의 흐름은 이를 웅변하고 있다. 오만하고 거짓말투성이 권력자에게 내려질 심판은 눈앞에 다가왔는데, 정 대변인은 무얼 망설이고 있는가.

▲ 3일밤 제6차 박근혜퇴진 국민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수의를 입고 포승줄에 묶인 박근혜 대통령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인형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심판은 거만한 자를 위하여 예비된 것이요. 채찍은 어리석은 자의 등을 위하여 예비된 것이다. (Penalties are prepared for mockers, and beatings for the backs of fools 잠언 19장 29절)

이제 그만 둬야 할 때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의 공범역할을 한 역사의 죄인 박근혜의 입이 돼 역사의 죄인리스트에 정연국 이름 석자를 올리기에는 남은 인생과 그동안 쌓아온 이력이 아깝지않은가.

“의인이 많아지면 백성이 즐거워하고 악인이 권세를 잡으면 백성은 탄식한다. (When the righteous thrive, the people rejoice, when the wicked rule, the people groan. 잠언 29장 2절)

악인이 권력을 잡아 국민이 비탄속에 고통을 겪는 이땅의 현실을 성경은 마치 예견이라도 한듯 설파하고 있다. 그 못난 권력의 얼굴이자 입노릇을 하는 정 대변인은 하루라도 빨리 현실을 자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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