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의료원이 공정거래 규정을 어기고 20년 간 한 청소용역업체와 수의계약을 해 온 정황이 포착된 가운데, 해당 업체 청소노동자들이 "노조탄압하는 위법업체를 당장 퇴출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20년간의 탈법 특혜가 '청소노동자를 탄압하는 괴물을 키워냈다'며 고려대학교 법인 및 교육부에 즉각 감사를 요청할 예정이다.

전국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서경지부)는 1일 오전 고려대학교 정문에서 '고려대의료원 20년 독점계약 특혜중단 위법용역업체(태가BM) 퇴출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 전국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서경지부)는 12월1일 오전 고려대학교 정문에서 '고려대의료원 20년 독점계약 특혜중단 위법용역업체(태가BM) 퇴출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서경지부는 청소노동자들의 증언과 웹 검색 등을 통해 '20년 수의계약 특혜' 정황을 확인했다. 지부는 고대병원에서 20여 년간 근무한 미화노동자들로부터 '20년 동안 태가BM 소속으로 일했다'는 증언을 들었다. 이에 따라 지부가 지난 20년 간 의료원의 공개입찰 기록 등을 확인한 결과 다른 용역계약과 달리 의료원 청소용역과 관련된 입찰 공고만 확인할 수 없었다.

김윤수 서경지부 조직부장은 "의료원은 노조의 거듭된 문제제기에 '절차상 아무 문제 없었다'고만 답했지 수의계약이 안했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고대병원 분회는 이 같은 '20년 수의계약'은 고려대학교 공정 거래 규칙을 명백히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고려대 구매규정 제7조는 "구매예정가격이 2000만 원 이상인 것은 입찰에 붙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구매규정 시행세칙 36조, 37조에 따르면 수의계약은 특허품, 국산 대체가 불가능한 외자시설 등과 관련돼 경쟁을 할 수 없는 경우나 천재지변, 기타 긴급한 사유로 경쟁에 붙일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로 제한된다. 또한 수의계약 체결 시, 계약자 고려대는 적용사유를 입증할 자료를 서면으로 명시해야 한다.

분회의 확인 결과 고려대 및 고려대 의료원은 이 규정을 모두 위반했다.

▲ 2016년 9월7일 업무일지 중 세브란스병원 및 태가비엠의 부당노동행위가 확인된 부분.

이번 '20년 특혜' 문제를 간과할 수 없는 이유는 문제 업체 태가BM이 노골적인 '노조 탄압'을 해 온 업체기 때문이다. 안수빈 서경지부 고대병원분회장은 기자회견 발언에서 "태가BM은 서경지부 노동자들에게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차별을 밥 먹듯이 하고 있다"면서 "한 손에 고무장갑 끼고 땀 흘려 일한다고 전화벨 소리도 못 듣고 일하는데, 전화를 못 받으면 관리소장이 시말서를 쓰라고 야단법석을 떤다"고 비판했다.

태가BM 소속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7월부터 복수노조 설립을 이용한 사측의 노조 탄압을 받아왔다. 공공운수노조 산하의 노조가 설립되자마자 관리소장은 '병원이 민주노총은 안 된다고 했다', '한국노총을 잡아라. 내가 도와주겠다', '고용 승계를 원하면 민주노총 노조를 탈퇴하라' 등으로 조합원들을 협박·회유했다. 이에 따라 136명 중 90여 명이 집단 탈퇴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현재 신규입사자들은 '3개월' 단위로 근로계약을 맺고 있다. 이 같은 부당노동행위는 고대병원 청소노동자들도 똑같이 겪은 것이다.

김윤수 조직부장은 "민주노총 조합원만 눈에 띄게 차별하고 있다"면서 "소장의 눈에 안보이면 바로 전화를 해 부르고, (화장실을 갔는지를) 화장실 앞까지 쫓아가 확인한다. 조합원들의 스트레스 정도가 심하다"고 말했다.

장성기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사무국장은 "12월은 청소노동자 대부분이 사업장 용역계약 만료 통보를 받는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2월마다 해고 없는 연말 보내달라고 그렇게 집회를 하고 사회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악덕기업 태가BM이 아니라 청소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을 보장하고 탄압하지 않는 업체를 선정해달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 전국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서경지부)는 12월1일 오전 고려대학교 정문에서 '고려대의료원 20년 독점계약 특혜중단 위법용역업체(태가BM) 퇴출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이들은 교육부에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감사 및 행정조치'를 요청할 예정이다. 고려대 학칙 위반과 더불어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등 위반이 근거다.

서경지부의 분석 결과 태가BM이 고대 의료원, 안암·구로병원 등 3개 부속병원으로부터 얻은 혜택은 인건비만 매해 42억 원에 이른다. 2016년 기준 3개 병원의 청소노동자는 253명이며 한 달 임금은 약 150만 원이다. 이들의 한 달 인건비는 3억5천여 만 원이고 1년 치를 계산하면 42억이 나온다.

서경지부는 최순실게이트에 빗대 "규정과 절차를 무시한 작은 특혜들이 쌓이고 쌓여 최순실의 권력이 됐고 그 권력에 취한 모두가 전횡을 휘둘렀던 것"이라면서 "마찬가지로 규정과 규칙을 무시한 채 장장 20년이라는 기간으로 발생한 특혜가 결국 청소노동자들을 탄압하는 괴물을 키워낸 것이고, 결국 그 괴물은 고려대를 망칠 것"이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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