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4% 대통령도 사과는 했다. 당신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전국언론노조 MBC본부(MBC노조)가 1일 노보를 내고 김장겸 보도본부장과 최기화 보도국장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MBC 노조는 보도경쟁력 강화를 위해 “성역 없는 취재와 보도를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선결조건은 이들 두 사람의 퇴진이다. 지난 11월12일(토) 박근혜 퇴진 촉구 대규모 촛불집회 당시 MBC 마이크 태그를 뗀 채 현장리포트를 했던 굴욕적 사건 이후 보도책임자 사퇴여론이 내부에서 거세지고 있다. 당장 이 사건 직후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와 주말뉴스부장이 사의를 표했다.

▲ MBC 뉴스데스크 11월12일자 보도화면 갈무리.
MBC 노조는 “11월26일 촛불집회에서 MBC 기자들은 현장 중계를 위해 세종문화회관 테라스로 올라갔고, 경복궁역 근처 건물 계단으로 숨어 들어가야 했다. 그러나 정작 책임져야 할 두 당사자는 유감 표명 한 번 없이 뻔뻔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MBC 노조는 “김장겸-최기화 체제에서의 모든 사안의 판단 기준이 박근혜 정부에 대한 유불리였다는 게 기자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라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참사는 의도된 은폐였고 계획된 참사”라고 비판했다.

MBC는 최순실게이트 국면에서 가장 편파적이라는 비판에 놓였다. MBC 노조는 11월29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당일 보도를 두고서도 “뉴스데스크 앵커는 톱뉴스에서 ‘박 대통령이 사실상의 하야 선언을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대통령의 계속된 말 바꾸기와 검찰 수사 거부에 대한 지적도 뉴스데스크에서 찾아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지상파 가운데 가장 늦게 만들어진 최순실게이트 보도국 특별취재팀은 지난 11월23일 가장 먼저 해체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 11월29일자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조능희 MBC노조위원장은 김장겸 보도본부장과 최기화 보도국장 등 보직간부를 향해 “아랫사람 시키지 말고 현장에 나가서 당신들이 직접 리포트하라”고 주장했다. MBC의 불공정 보도 비판 여론을 보직 간부들이 직접 현장에서 경험해야 MBC가 뒤늦게라도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 위원장은 이어 “취재 현장에서 갖은 치욕을 감내하는 동료 방송인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사내 비조합원을 향해 “조합에 가입해 함께 싸우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 11월7일부터 시작된 MBC 기자들의 보도게시판 릴레이 글은 현재 30여개에 이르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보도경쟁력 확보를 위한 해법으로 △보도본부장 이하 보직간부 보직사퇴 △경영진 비판 이후 보도국 밖으로 쫓겨난 기자들 취재현장 복귀 △성역 없는 취재환경 보장 등을 내놓고 있다. 조승원 MBC 기자는 해당 글에서 JTBC 특종을 언급하며 “이렇게 큰 물을 먹었는데 최소한의 자기반성조차 없다. 보도 부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판 정신과 판단 능력을 상실했다”고 우려했다.

최순실게이트 이후 MBC 메인뉴스는 동시간대 평균 시청률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영우 MBC 기자는 글을 통해 “한국기자협회에서 실시한 매체 신뢰도 조사에서 MBC는 올해 1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2009년 같은 조사에서 MBC 신뢰도는 2위였다. 이런 결과가 단지 특정 집단에게 비판받는 정도의 상황인가”라고 되물으며 보도국의 인적·구조적 쇄신을 요구했다. 새누리당 출입인 손령 MBC 기자는 박 대통령의 현재 처지를 언급하며 “MBC도 같은 길을 걸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 디자인=미디어오늘 이우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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