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고용노동부 장관의 명령에 따라 작성된 ‘안전보건 진단 보고서’를 직접 삭제·수정한 사실이 확인됐다.

삼성디스플레이가 2014년 국회·법원에 제출한 ‘2013년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 진단 보고서’와 2016년 국회에 제출한 동일한 보고서를 비교한 결과, 2014년 보고서에서 임의로 삭제된 부분이 여러 군데서 확인된 것이다.

두 보고서의 ‘L8 공장 위험요인’을 정리한 표를 보면 2014년 제출 보고서엔 ‘4건’이라 보고된 반면, 2016년 제출 보고서엔 11건으로 보고돼있다. 원본 보고서의 표의 내용이 삭제된 동시에 위험요인 건수까지 수정된 것이다.

▲ 사진=토론회 자료집

안전진단 결과 문제점 현황의 '안전관리조작 분야' 전체 6개 항목 중 4개 항목을 삭제한 사실도 확인됐다.

2016년 보고서에 기재된 안전공단의 세 가지 권고사항도 2014년 보고서엔 삭제됐다. 2016년 보고서는 ▲작업 공정상 차단 밸브가 임의로 차단되지 않도록 관리할 것 ▲폭발위험장소에 적합한 방폭용 전기기구를 사용할 것 ▲미제출한 LNG 사용 설비에 대한 공정안전보고서 제출할 것 등을 권고했다.

보고서에 변조를 가한 측을 삼성디스플레이로 볼 수 있는 이유는 2014년 보고서에 삼성전자 워터마크 등 삼성전자 내부 문서임을 드러내는 표식들이 명확히 찍혀있었기 때문이다. 본보고서는 삼성LCD 공장 직업병 피해자의 산재소송에서 법원이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에 요구했고 삼성디스플레이는 ‘영업비밀’을 가리기 위해 수정한 보고서를 천안지청에 제출함으로써 공개됐다.

▲ 안전진단 결과 문제점 현황의 '안전관리조작 분야' 전체 6개 항목 중 4개 항목을 삭제한 사실도 확인됐다. 사진=토론회 자료집

2016년 국정감사 때 제출한 보고서 또한 삼성디스플레이 측이 소장한 보고서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국감에서 “(고용노동부는) 자체 보관서에 보관하고 있음에도 국회가 자료 요청할 때마다 매번 삼성을 통해서 보고서를 받는다”며 “그래서 노동부가 삼성의 문서 수발병이냐 질타를 하는 것”이라 비판한 바 있다.

반올림의 임자운 변호사는 이에 대해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작성한 안전보건 진단 보고서를 그 대상 사업장이 직접 ‘변조’한 것”이라면서 “삼성이 법원에 제출될 보고서를 임의로 수정·삭제까지 했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외부 기관 제출 시 영업비밀 사항을 가리게 되는데 2014년 당시 실무자가 불찰로 인해 흰색이나 검은색으로 가리는 처리를 하지 않고 삭제를 한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삭제하고 난 뒤 숫자까지 고쳐야 한다고 착각해서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불리한 내용을 은폐한다는 의혹에 대해 이 관계자는 “그렇지 않다. 만약 은폐를 하려고 했으면 2016년 원본 자체에 문제가 있었지 않았겠냐”면서 “그동안 생산노하우가 드러날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과도하게 숨기려고 했던 측면이 있었던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반올림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끝나지 않은 삼성 직업병 계속되는 위험은폐, 과연 영업비밀인가’ 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반올림은 토론회에서 삼성 반도체·LCD 공장 직업병 산재 소송 과정 중 삼성전자 측이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관련 자료를 과도하게 비공개 처리하고 고용노동부는 이를 방관하고 있는 실태를 정리·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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