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대통령이 아니라면 박근혜는 이미 지금쯤 최순실 차은택 등과 함께 구치소에 들어가 있어야 할 상황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27일 차은택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와 강요, 횡령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최순실의 측근으로 문화계 황태자로 불렸던 차은택은 문화융성위원회 위원과 창조경제추진단장, 문화창조융합본부장 등을 지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차은택이 최순실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부탁하면 대통령이 안종범에게 지시를 내리고 안종범이 대기업 등을 압박해 이권을 몰아준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공범으로 적시되지는 않았지만 대통령이 차은택 등이 주도한 부당한 이권 사업에 개입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이용해 차은택 등이 기업 지분을 강탈하려 협박하고 특정 기업에 사업을 몰아줄 것을 청탁하고 이를 위해 인사에 개입한 정황도 확인됐다. 공모 혐의가 입증되지 않더라도 최소 직권 남용 혐의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 '최순실 게이트' 관련 의혹으로 구속수감된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차은택이 포스코 자회사 포레카 지분 인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직접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포레카 인수를 돕도록 지시하고 안종범이 “나를 팔아서라도 지분을 넘겨 받으라”고 독려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당초 포레카 지분을 인수할 예정이었던 컴투게더의 한아무개 대표가 반발하자 최순실이 차은택에게 “계속 이렇게 나오면 세무조사 등을 통해 컴투게더를 없애버린다고 전하라”고 말한 사실도 드러났다. 차은택의 측근으로 알려진 송성각 당시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저쪽에서 묻어버리는 말도 나온다. 세무조사를 해서 없애라고까지 한다”고 협박한 사실도 검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최순실과 차은택의 부탁으로 대기업 인사에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대통령이 “이동수와 신혜성 등을 KT에 채용될 수 있도록 KT 회장에게 연락하라”고 안종범에게 지시하자 안종범이 황창규 KT 회장에게 전화를 건 사실이 확인됐다. 실제로 차은택이 추천한 이동수는 전무급인 브랜드지원센터장으로 채용됐고 포레카 대표를 지낸 김영수가 추천한 그의 부인 신혜성은 그룹브랜드지원담당으로 채용됐다. 박 대통령은 이후에도 이들의 직책을 광고 업무를 총괄하는 직책으로 변경하라고 지시했고 안종범과 통화 이후 각각 본부장과 상무보로 승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차은택이 만든 홍보대행사 플레이그라운드가 KT 광고를 수주하는 과정에도 대통령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소장에 따르면 안종범은 검찰 조사에서 “대통령으로부터 ‘플레이그라운드가 KT의 광고대행사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고, KT에 전화를 걸어 ‘VIP 관심사항이다. 플레이그라운드라는 회사가 정부 일을 많이 하니 KT의 신규 광고대행사로 선정해 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고 털어놓았다.

공소장에 따르면 플레이그라운드는 여러 심사 결격 사유가 발견됐으나 광고 대행사로 선정돼 68억원 상당의 광고를 수주했다. 차은택이 추천한 인사를 광고 총괄하는 직책에 꽂고 차은택 소유의 회사에 광고를 밀어주도록 작업을 했을 가능성에 검찰 수사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차은택은 이 밖에도 2014년 12월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 만찬 등 용역사업을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가 수주하도록 하고 이 가운데 일부를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에 맡기는 방식으로 부당한 거래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부친과 부인 등을 직원으로 올려놓고 급여를 지급한 정황도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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