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명이 모여도 대통령은 개의치 않았다.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잠이 보약이에요.” 다음날 청와대 대변인이 바로잡았다. “잠이 최고인 것 같아요.”

박근혜의 멘탈은 상식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요?”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예언을 했다. “5000만이 나와도 그 자리에 앉아있을 거다.”

청와대 대변인이 폭탄 선언을 했다. “헌법상 절차를 밟아달라.” 검찰 조사는 받기 싫으니 차라리 탄핵을 하라는 말이다.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이다. “의혹만으로 하야할 수 없다”고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친박 김진태는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고 조롱했다.

탄핵에 필요한 정족수는 야 3당 171석에 추가로 최소 29석. 이미 새누리당 비박계 가운데 탄핵에 찬성 입장을 밝힌 의원들이 40명이 넘는다.

그러나 실제로 표결에 들어가면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고 국회를 통과해도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최대 180일이 걸린다. 특검 수사 결과를 보자고 심리를 중단할 가능성도 있고 최종적으로 기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근혜는 죽지 않고 좀비가 됐다.

조선일보는 한동안 멘붕에 빠졌다가 다시 정신을 차린 듯하다. 박근혜가 찌그러져야 박근혜를 밟고 새로운 판을 짜서 보수 진영을 다시 결집할 수 있다. 동아일보는 일찌감치 탄핵을 해야 한다며 발을 뺐다.

조선일보는 포기하지 않는다. 한일 군사정보협정과 국정 역사교과서와 사드배치 등등. 이 꼭두각시 정권이 끝나기 전에 처리할 일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정권 재창출이 최대 과제기 때문이다.

박근혜와 보수 기득권 동맹의 동상이몽. 청와대는 차라리 탄핵을 하라고 한다. 김무성과 비박계도 탄핵을 외친다. 광장의 시민들에게도 탄핵 외엔 답이 없다.

같지만 다 다르다. 청와대는 버틸 자신이 있는 것이고, 난파선의 생쥐들은 배를 떠나고 싶은 것이다.

검찰 관계자가 이런 말을 했다. “녹취록 10초만 공개해도 촛불이 횃불 될 것이다. 수사에 응하지 않으면 ‘창고 대방출’을 할 수도 있다.”

조선일보의 ‘플랜 B’가 시작됐다. “법에 맡기고 인내하자”면서 새누리당엔 “탈당하라”고 압박하고 “가짜 보수를 극복하라”면서 스스로 유체이탈을 시도한다. 야당엔 “총리부터 추천하라”며 딴죽을 걸고 “숙고하라”며 엄포를 놓는다.

급기야 철지난 개헌론 떡밥이 다시 등장했다. 김무성이 떡밥을 물었고 손학규와 안철수와 박지원, 반기문까지 가세할 분위기다. 김무성이 이런 말을 했다. “누구와도 손을 잡을 것이다.”

조선일보를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조선일보가 각본을 짜면 개헌이 다시 쟁점이 되고 ‘질서 있는 퇴진’이 화두가 된다. 청와대와 친박계가 딜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200만 촛불이 모여도 조선일보는 새로운 프레임을 짜고 여론을 호도하고 판을 뒤흔들 것이다.

정진석이 이런 말을 했다. “5년 단임제는 수명이 끝났다.” “유일한 해법이 개헌이다.” 대통령제로는 정권 재창출을 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모르도르의 절대 반지처럼 검은 욕망이 꿈틀거린다. 모두가 탄핵을 이야기하지만 다들 박근혜 이후를 계산한다.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닉슨이 사임하기까지 2년이 걸렸다. 박근혜는 이제 한 달이 지났을 뿐이다. 박근혜를 끌어내리는 것 못지 않게 권력과 자본의 유착, 이미지 정치와 대의 민주주의의 함정, 조중동과 기득권 동맹의 실체를 드러내고 발본색원하는 게 중요하다.

광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좀비는 보자 마자 쏴야 한다. 좀비 대통령에게 생명을 불어넣으려는 자들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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