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출범 1년이 지났다. 언론의 생사여탈권을 쥔 평가위는 포털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평가위 1년은 신규매체 ‘진입장벽’은 높이고 ‘퇴출’이 없어 사실상 포털과 기존언론에게 득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 시점에서 외압논란도 다시 조명할 필요가 있다.

진입 막고 퇴출없어, 결국 기득권 유지

“평가위 제안 목적 중 하나가 인터넷언론의 품질을 제고하자는 의미가 있었는데 이 목적이 제대로 달성됐는지 의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평가위 관계자의 지적이다.

‘진입’심사는 포털 진입장벽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평가위는 지금까지 한차례씩 콘텐츠 및 뉴스스탠드 제휴, 검색제휴 심사를 진행했는데 검색제휴 탈락률은 91.55%, 콘텐츠 제휴 탈락률은 91.38%에 달했다. 특히, 포털이 돈을 지불하는 콘텐츠 제휴 통과매체는 네이버와 다음 통틀어 프레시안 1곳 뿐이다. 프레시안은 본래 포털 다음과 제휴관계였으나 한차례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이후 ‘재계약’된 것으로 사실상 신규제휴 매체는 없는 셈이다.

그렇다고 ‘퇴출’평가가 제대로 이뤄진 것도 아니다. 어뷰징 등 제재를 통해 퇴출당한 언론은 지금까지 1곳도 없다. 기존 매체에 대해 정기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매체가 많아 전수조사를 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주로 언론계와 인연이 있는 위원들이 ‘퇴출평가’에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TF(태스크포스)를 꾸려 일부 매체만 평가하기로 결정됐고, 시민사회단체 추천 위원들이 “기존제휴매체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것으로 오해될 여지가 크다”며 강력 반발했다.

▲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한 평가위 관계자는 “이미 입점언론이 많다는 이유로 새로 입점신청을 한 매체에 대해서는 평가기준을 강화면서도 기존에 제휴관계인 언론에 대해 재심사를 하지 않으려는 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독주 막긴 했는데, 산으로 가나?

지난해 출범발표 때 제기됐던 우려와 달리 특정 단체가 평가위를 주도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당시 평가위는 신문협회, 온라인신문협회, 인터넷신문협회, 언론진흥재단, 언론학회 등 5개 단체만 참여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형 인터넷신문이 주축인 인터넷신문협회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였다. 조중동이 속한 신문협회와 이들의 닷컴 계열사가 소속된 온라인신문협회가 판을 주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참여단체가 늘면서 특정 단체가 독주하기 힘들어졌다. 우선, 방송협회, 케이블TV방송협회 등 방송단체가 참여했다. 당시 방송협회 관계자는 “우리는 크게 관심이 없는데 포털이 지속적으로 참여를 요청했다”면서 “신문진영을 견제해주길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언론 7개 단체가 뉴스제휴평가위 준비위원회(현재는 운영위원회)를 꾸리고 심사만 담당하는 8개 단체를 추가로 선임했다. 대한변호사협회, 한국기자협회, 언론인권센터, 인터넷신문위원회, 한국소비자연맹, 한국신문윤리위원회, 한국YMCA연합회 등이다.

평가위는 15개 단체 소속 30명(단체당 2명)의 위원이 심사를 맡고 있다. 다른 평가위 관계자는 “처음 우려와 다르게 여러 단체가 참여하다보니 한 단체가 독주를 하지 못하게 됐다”면서 “초창기 때는 특정 언론사를 대변하는 위원들이 기사배열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는 등 ‘튀는 발언’을 했지만, 이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하니 그런 주장도 들어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독주를 막은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동시에 의사결정이 힘들어진 구조가 된 건 문제다. 포털입장에선 누구도 독주할 수 없는 단체를 만들어 책임을 외부로 돌리는 게 ‘신의 한수’였겠지만, 포털 생태계가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다. 사무국 설치나 기존 언론 재평가  등 쟁점에 대한 논의가 오랜 기간 공전되기도 했다.

‘깜깜이’ 심사 무슨 의미인가

평가위는 줄곧 비공개로 운영돼왔다. 위원 명단부터 신규제휴 및 제재매체 내역, 회의내용 자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고 일부 결과를 보도자료로 배포하는 정도다. 이 같은 깜깜이 운영은 실효성도 없을뿐더러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9월 포털 평가위 준비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당시 허승호 준비위원(신문협회 추천)은 “위원을 공개하면 특정 언론이 평가위원에 접근해 과도한 일(로비)을 할수 있다”면서 비공개 논의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평가단체가 공개된 이상 로비가 불가능한 구조는 아니다. 실제 위원 명단이 나돌기 시작했고, 논의 내용 역시 몇몇 언론계 관계자들을 통해 유포됐다는 점에서 실효성도 없었다. 평가위 단체 소속 언론에만 관련 논의가 공유돼 카르텔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제휴심사 과정과 결과도 비공개였지만 의미가 없었다. 검색제휴와 콘텐츠제휴 심사결과 매체명은 금방 찌라시로 퍼졌다. 평가위 관계자는 “검색제휴 심사결과 당시 아예 포털에서 태블릿PC로 매체이름만 보여주고 걷어갔는데, 어떤 위원이 문자메시지 등으로 받아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찌라시에는 ‘여성조선’이 ‘여성전’으로 돼 있는 등 오타가 있었다.

심사내용이 비공개라는 점도 문제다. 제휴평가 합격매체와 불합격매체 관계자들 모두 평가위의 불통을 꼬집었다. 한 신규제휴매체 관계자는 “합격통보만 메일로 받았을 뿐, 점수를 얼마나 받았는지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우리도 왜 붙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불합격 통보를 받은 매체 관계자는 “항목별로 점수를 공개해야 왜 떨어진지 알 것이고 그래야 개선을 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평가점수를 달라고 요구했으나 추상적인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평가위는 누구의 작품인가

포털과 평가위가 털어야 할 의혹도 있다. 평가위는 출범 당시부터 외압설이 제기됐다. 지난해 6월10일 동아일보 칼럼에서 “뉴미디어비서관이 막후역할이 컸다”는 점이 언급된 이후 외압 논란이 불거졌다. 당사자가 부인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의혹은 가라앉은 상태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 시점에서 사안을 다시 조명할 필요성이 있다. 포털 평가위 외압 주체로 지목됐던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이 근무하는 뉴미디어실은 이른바 최순실 사단으로 불린다. TV조선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뉴미디어실 신설에 따른 추천 인원”이 최순실씨에게 건네질 정도다.

JTBC 보도에 따르면 뉴미디어실은 카카오톡과 트위터 등을 통해 야당 정치인을 비난하는 글을 내보내는 등 온라인 여론조작과 통제 역할을 담당했다. 지난해 함량미달의 포털 편향성 보고서를 만든 서강대 최형우 교수가 지난 9월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으로 임명됐다는 점도 수상하다. 포털 평가위를 포함한 온라인 여론을 장악하려는 움직임과 최순실 게이트가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

지난해 선임 당시부터 논란이 불거졌던 한국언론진흥재단 추천위원인 김태호 삼성엔지니어링 전무 역시 다시 들여다 볼 필요성이 있다. 그는 언론진흥재단과 아무런 인연이 없었다. 그가 승마협회 임원으로 알려지면서 지난해부터 “승마협회에서 밀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그의 선임배경에 대한 자료제출을 요구했지만 언론재단은 “광고계 등 각계의 추천을 받았다”고 했을 뿐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았다. 언론재단의 상급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 승마협회, 삼성의 연결고리가 여기에서도 작동했다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