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권의 대표적인 국책사업으로서 착공한지 2년 4개월만인 2011년 10월에 이포보에서 화려한 준공 행사를 벌였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찬반 여론이 극심하게 분열되었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는 녹색성장의 핵심사업이라고 주장하면서 홍보전과 속도전을 병행하였다. 필자는 당시 이용섭 국회의원과 함께 2009년 7월 16일에 MBC 손석희의 ‘100분 토론’ 프로에 4대강 사업 반대자로 출연하여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심명필 교수와 박재광 교수를 상대로 토론을 벌인 적이 있다. 그 후에도 필자는 서울행정법원에 두 번이나 출석하여 4대강 사업의 부당성을 증언하기도 하였다.

4대강 사업이 2011년에 준공되었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이 제기되어 있다. 아직도 보의 안전성에 관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해마다 여름이면 발생하는 녹조와 큰빗이끼벌레에 대한 대책 역시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4대강 사업을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대한하천학회 회원들은 여전히 4대강 사업이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면서 4대강의 보를 모두 철거해서 4대강을 원래의 모습대로 재자연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던 필자는 작년 8월에 정년을 맞아 현직에서는 물러났지만 낙동강과 금강, 남한강의 아름다운 모래밭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끝난 지금 현장에 가보면 강과 백사장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호수만 남아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결과로 4대강이 사라진 것이다. 필자는 잊혀져 가는 4대강 사업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서 “4대강 사업을 돌아본다”는 제목으로 4대강 사업의 여러 면을 시리즈로 연재하려고 한다. 첫 번째 주제는 ‘4대강 사업과 언론 보도’로서 4대강 사업을 언론에서는 어떻게 보도하였는가를 인터넷 자료를 중심으로 조사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2. 4대강 사업의 연혁

4대강 사업은 최초에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였다. 2007년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현재 새누리당의 전신)의 대통령 후보였던 이명박씨는 선거공약의 1번으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내걸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2008년 봄에, 미국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서울의 청계광장에서 시작되었다. 촛불집회에서 처음에는 ‘광우병 소고기 수입 반대’가 주된 목표이었다. 그러나 촛불 집회 참가자가 늘어나고 구호가 다양해지면서 중간에는 ‘한반도 대운하 반대’ 구호도 등장하였다. 촛불집회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이명박 대통령은 6월 19일에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하였는데, 성명서의 내용 중에 “국민이 반대하면 한반도 대운하는 추진하지 않겠다”는 구절이 포함되었다. 필자를 포함하여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던 많은 사람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를 포기했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나 2008년 12월 15일 국토부에서 ‘4대강 정비 사업’을 발표하였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홍수 피해를 줄이고 가뭄을 극복하고 수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4대강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해가 바뀌어 2009년 초에 정부에서는 ‘4대강 정비 사업’을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매우 교묘하고 전략적인 이름 바꾸기였다. 4대강을 살리겠다는데, 반대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었다. 죽어가는 강을 살린다는데 누가 대놓고 반대를 할 수가 있겠는가? 정부에서는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본부’를 설치하고 한국수자원학회장을 역임한 인하대의 심명필 교수를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본부장으로 임명하였다.

2009년 4월 27일에 4대강 사업의 중간 발표가 있었다. 정부에서는 3개 부처 합동보고회를 통하여 4대강 사업의 내용을 공개하였는데, 가장 중요한 변화는 4대강에 만드는 보의 갯수가 최초 발표된 5개에서 16개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용수를 더 많이 공급하기 위하여 보를 늘린다지만 16개로 늘어난 보의 위치는 공교롭게도 한반도 대운하 계획에서 발표되었던 갑문의 위치와 정확히 일치하였다. 더욱이 4대강에 건설되는 보는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온 고정보가 아니고 수문을 들어 올리거나 회전시켜 눕힐 수 있는 가동보의 형태로 건설한다고 발표하였다. 중간 발표를 들은 전문가들은 16개의 가동보는 운하를 염두에 둔 설계가 아닌가 의심을 하기 시작하였다. 2009년 6월 8일에 4대강 사업의 최종 마스터플랜이 발표되었는데, 몇 가지 사업이 추가되고 최초 14조원이었던 사업비는 최종적으로 22조원으로 늘어났다.

그 후 정부에서는 4대강 사업의 필요성과 효과를 집중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하였다, 영화관에서도 4대강 사업을 홍보하였고, 서울역을 포함한 공공장소에서도 4대강 사업을 홍보하였다. 경기도 여주에 있는 이포보에는 4대강 사업 홍보관을 만들었다. 4대강 사업 관련 학회에서는 몇 차례 세미나를 열고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하였으나 보완이 필요하다는 정도의 밋밋한 결론에 머물렀다. 기존 학회의 모호한 입장에 불만을 품은 일부 토목공학자들이 대한하천학회를 만들고 4대강 사업을 비판하기 시작하였다. 대한하천학회의 주장에 의하면 4대강 사업은 운하를 염두에 둔 사업으로서 경제성도 없고 발표된 4가지 목표를 결코 달성할 수 없는 사업이므로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4대강 사업 반대론은 전문가의 영역을 벗어나 불교와 천주교 등의 종교계에까지 확산되고 환경단체와 민변의 변호사들까지 나서서 4대강 사업의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4대강 사업 반대 여론이 비등해지자 이명박 대통령은 감사원으로 하여금 4대강 사업을 감사하도록 지시하였다. 김황식 감사원장 시절인 2011년 1월 27일, 4대강 사업의 문제점 등을 감사한 1차 감사결과가 발표되었다. 감사원은 야당과 환경단체의 계속적인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 타당성이나 환경.문화재 파괴 등에서 문제점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발표하였다. 감사원은 오히려 “4대강 사업으로 홍수 예방과 가뭄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4대강 사업의 타당성을 지지해 주었다.

4대강 사업이 착공된 지 2년 4개월이 지난 2011년 10월 30일에 이포보에서는 4대강 사업 준공식이 개최되었다. 그러나 4대강 사업 반대론자들의 비판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다. 대한하천학회에서는 준공된 16개 보에 대해서 실측 조사를 시행했는데, 보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발표하였다. 이미 투입한 돈이 아깝지만, 이제라도 4대강에 건설한 16개 보를 철거해야 한다고 대한하천학회에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해가 바뀌어 2012년 12월의 대선에서, 그동안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던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인 2013년 1월 17일에 감사원에서는 4대강 사업 2차 감사결과를 발표하였는데, 발표된 내용은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1차 발표시에 감사원장이었던 김황식씨는 총리로 영전하고, 2차 감사결과는 양건 감사원장 시절에 발표되었는데, “국토부가 소규모 보에 적용하는 하천설계기준을 4대강 보에 적용해서 보의 내구성과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감사원은 4대강 보 16곳 중 15곳에서 보 바닥이 유실된 것을 확인했고, 창녕함안보 등 6개 보에서는 허용폭인 0.75mm를 초과하는 수중균열이 1200여 군데나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잘못된 수질관리 기준을 적용해 수질 악화를 초래할 우려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부실시공 문제 외에 수질 악화를 언급한 2차 감사 결과는 4대강 사업은 부실한 사업이었다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그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2013년 7월 10일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의 3차 감사결과를 발표했는데,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 계획을 수립 지시했다”고 여러 가지 자료를 공개했다. 4대강 사업은 치수사업이지 운하사업이 아니라고 열심히 홍보했던 지난 정부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감사 결과는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그런데, 양건 감사원장은 3차 감사 결과 발표 후인 8월 23일 전격적으로 사퇴했다. 정치권에서는 양건씨가 이재오 의원을 비롯한 새누리당 내 친이계 인사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최대 역점사업인 4대강 사업을 부정하는 감사 결과는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다. 감사원이 발표한 총 세 차례 감사결과가 서로 다르게 나오면서 '정권의 입맛에 맞춘 감사'라는 비판이 일었고 양건 감사원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는 해석도 나왔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박근혜 정부에서는 2013년 9월 6일 국무총리실 산하에 15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그런데 조사.평가위원장으로 임명된 장승필씨가 4대강 사업 찬성 경력이 문제가 되어 1주일 만에 사퇴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위원회의 구성을 두고 정부 측과 시민단체 측에서는 의견 대립을 보였는데, 결국 환경단체와 시민단체에서는 위원회의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원회의 참여를 거부하였다. 정부에서는 강원대의 김범철 교수와 세종대의 배덕효 교수를 공동위원장으로 임명하였다. 위원회는 16개 세부과제를 선정하여 16개월 동안 조사한 후에 2014년 12월 2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주요 발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모 건설사가 수주한 4대강 살리기 낙동강 17공구 모습
첫째, 4대강에 건설된 16개 보는 구조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다만 6개 보에서는 물이 새는 현상을 발견했는데, 적합한 보강대책을 세워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대부분의 구간에서 계획홍수위가 낮아져서 4대강 주변 홍수위험지역의 93.7%에서 위험도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준설과 보 건설로 확보된 수자원 확보 수량은 11억7000만톤이었으며 확보된 수자원은 본류 주변 가뭄지역에서 활용가능하다. 그러나 과거 최대 가뭄시의 용수부족 발생지역과 가용수량이 늘어난 지역이 불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4대강 사업이 수질에 미친 영향을 평가한 결과 한강과 낙동강, 금강은 대체로 BOD와 식물플랑크톤이 감소하였으나, 낙동강 상류지역 4개 보 구간에서는 BOD가 증가하였고 영산강은 식물성플랑크톤이 늘었다. 다섯째,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생태공원과 생태하천을 평가한 결과 마스터플랜이 추구하는 생태계 복원을 고려하지 않고 조성된 것으로 판단된다.

4대강 조사. 평가위원회에서는 결론 및 향후 제언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4대강 사업은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충분한 공학적 검토 및 의견수렴 없이 제한된 시간에 서둘러 사업을 진행한데다가, 우리나라 하천관리 기술의 한계 등으로 일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본 위원회는 누수가 발생한 일부 보에 대해서는 상세 조사 후 조속히 보수 방안을 마련하고, 수질.수생태계의 변화와 하상변동에 대해서는 장기간의 조사평가를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보(洑)는 지역별로 수자원 소요량 및 수질을 정밀 분석하고, 송수관로를 확보한 후에 적정 수위를 운용해야 한다. 생태하천과 문화관광시설은 중장기계획을 통해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후속조치가 조속히 수립되어 시행될 때 4대강이 지속가능하게 관리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발표에 대해서 정부와 여당은 환영했지만, 야당과 환경단체들은 반발했다. 시민.환경단체들은 “조사.평가위원회의 보고서는 4대강 사업의 타당성이 없고, 치수.이수.수질개선.생태복원 등 어떤 목적도 달성하지 못했음을 확인해 주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영주댐 공사와 지천 정비 등 4대강 후속사업을 즉각 중단한 뒤 타당성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조사.평가위원회의 구체적인 발표 내용에 대해서는 다음 시리즈에서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3. 4대강 언론 보도의 분석

대한하천학회에서는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지난 2007년 8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7년 5개월 동안 12개 일간지(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문화일보, 국민일보, 세계일보, 한국일보, 서울신문, 매일경제, 한국경제)의 사설과 컬럼을 분석하였다. 대한하천학회 연구진은 12개 일간지에서 ‘한반도 대운하’와 ‘4대강 사업’과 관련이 있는 1747건의 기사를 선정하여 4대강 사업에 대한 찬반 평가와 프레임을 분석한 결과를 2015년 9월 4일 발표했다. <표1> 참고.

4대강 사업을 가장 많이 보도한 언론은 한겨레(360건)이었으며 경향신문(236건)이 2위를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매일경제(42건)는 가장 적은 보도 건수를 기록했고 이어서 중앙일보(59건)가 상대적으로 보도 건수가 적었다. 보도의 건수 외에 보도의 질을 분석한 연구 결과는 다음 <표2>와 같다.

언론의 4대강 사업에 관한 보도 성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문화일보가 전체 보도 93건 중 89건(95.7%)에서 가장 강력한 찬성 입장을 나타내었다. 대운하 사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11건 중 7건) 오히려 우세했던 동아일보는 4대강 사업에 대해선 논조가 돌변해 긍정 비율이 84.3%(127건 중 107건)로서 2위를 차지했다. 문화일보는 부정적 입장이 단 한 건도 없었으며 동아일보는 7건이 반대 의견으로 조사되었다. 찬성 언론 제3위는 한국경제로서 찬성 비율이 77.5%(71건 중 55건)를 기록하였다. 그 뒤를 이어서 중앙일보, 매일경제, 국민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한국일보, 세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의 순서로 찬성 비율이 높았다. 한겨레(360건 중 6건)와 경향(236건 중 1건)의 4대강 찬성 기사는 모두 외부 필진의 컬럼이었다.

대한하천학회 연구진은 보도 건수, 보도의 질과 변화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후에 <문화일보>와 <동아일보>를 ‘맹목적 찬동 언론’이라고 분류하고, <한국경제>, <조선일보>, <중앙일보>를 ‘교묘한 찬동 언론’으로 분류하였다. 또한 <한국일보>, <국민일보>, <서울신문>, <매일경제>, <세계일보>는 4대강 사업을 제대로 보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암묵적 찬동 언론’이라고 분류하였다. 12개의 언론사 중에서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반대 언론’이라고 분류되었다.

이 분석에서 특이한 점은 4대강 사업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찬성 입장을 폈던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국민일보 등을 비롯한 대부분 신문이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이 우세한 것으로 조사되었다는 점이다. 이철재 대한하천학회 연구위원은 “대운하 관련 프레임 분석을 보면 대운하를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서 조선일보를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사는 반대 입장이 강했다”고 말했다.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언론사가 국민적 합의를 강조하면서 졸속한 추진을 경계하는 추세가 강했다고 볼 수 있다.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던 대부분의 언론들이 이름을 바꾸어 발표된 4대강 사업에서는 찬성으로 돌아섰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이철재 연구위원은 구체적으로 동아일보의 논조 변화에 대해 “동아일보의 대운하 비판 논조는 4대강 사업에 그대로 적용이 가능하다”며 “동아일보는 대운하에 대해서는 예산 낭비 등을 방지하기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강조했는데, 정작 4대강 사업의 90%는 이런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았고 경제성 분석 또한 아예 생략됐음에도 적극 지지했다”고 밝혔다.

문화일보는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서는 2008년 1월 사설에서 “우리는 국민적 납득과 합의의 전제가 곧 정교한 타당성 조사라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화일보는 2009년 11월 사설에서는 “4대강 프로젝트는 이명박 정부 차원을 넘어 국토의 혈맥을 재정리하는 백년대계 역사라는 의의를 강조한다”고 치켜세웠다.

아울러 특이한 점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한국경제의 경우 2010년 6월 야권이 우세한 결과를 얻은 지방선거 이후 4대강 사업 긍정 비율이 급격히 상승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지방선거 이전 4대강 사업에 대해 긍정과 부정 의견 비율이 5대 14였지만 선거 이후 19대 10으로 뒤바뀌었다. 중앙일보도 9대 11에서 20대 4로, 한국경제는 4대 0에서 51대 2로 긍정 비율이 급증했다.

이철재 연구위원은 “엄청난 규모의 4대강 사업에 걸맞게 언론이 양과 질에서 장단점과 타당성, 찬반 여론 등을 심층적으로 보도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보수언론 등 상당수의 언론은 사실 관계를 보도하는 것조차 인색했고, 언론이 궁금증을 풀어주지 못하다 보니 국민들도 뚜렷한 견해를 갖기 어려웠다. 결국 국민 전체가 집단으로 무지의 영역에 빠진 것은 아닌지 되새겨 볼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2015년 11월 23일에 경남 창원대학교에서 이색적인 세미나가 열렸다. “4대강 사업 언론보도를 진단한다”는 주제를 두고 대한하천학회와 부산울산경남언론학회가 공동으로 연 세미나에서 원숙경.문종대 동의대학교 교수가 영남지역 6개 신문(부산일보, 국제신문, 경남신문, 경남도민일보, 영남일보, 매일신문)을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발표에서 분석대상은 2008년 1월부터 2015년 9월까지 사설 300건, 내부컬럼 77건, 외부컬럼 69건으로서 총 446건의 기사를 분석하였다.

신문사별로 보면 경남도민일보가 143건으로 제일 많았고, 부산일보가 116건, 국제신문 86건, 경남신문 53건, 매일신문 36건, 영남일보 12건이었다. 경북지역 언론들의 사례가 적은 것은 "4대강 자체를 프레임화하지 않거나 이슈 자체를 축소한 것"이라고 두 교수는 분석하고 있다. 나머지 부산·경남 쪽에서는 경남도민일보, 부산일보, 국제신문은 4대강 보도에 한결같이 부정적이었다. 경남신문은 대운하 추진기와 4대강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까지는 긍정적인 논조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4대강 평가기에 들어가면서 부정적인 논조가 급격히 늘었다고 두 교수는 분석하였다.

▲ 2014년 7월10일 오전 4대강 조사단이 경기도 여주시 남한강 이포보 상류에서 발견한 큰빗이끼벌레. ⓒ 연합뉴스
원숙경 교수는 "4대강 사업의 출발점이었던 지역 경제와 관련된 프레임이나, 지역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지역-중앙 갈등, 지역민 피해 프레임은 그 사례가 극히 적었다"며 "주로 현상 비판에만 머물거나, 서울지역 종합지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지역 언론으로서 가치를 상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컨대 어민 피해보도가 어디에도 없었다는 사실이 대표적"이라며 "이는 지역 언론이 문제만 제기하거나, 서울 종합지 흉내만 내다가 끝났다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4대강 사업에 대해서 방송의 보도는 공정했는가? 방송의 4대강 사업 보도를 분석한 자료는 희소하기 때문에, 방송 보도에 대해서는 2010년 3월 16일자 경향신문의 기사 전문을 소개한다.

기사제목: 지상파 3사, 4대강 보도 ‘침묵의 카르텔’

친여·보수 신문이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가운데 지상파 방송 3사의 ‘침묵의 카르텔’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 50% 이상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이 첫 삽을 뜨자마자 ‘중금속 퇴적토 발견’ ‘대규모 침수 피해 우려’ ‘졸속설계’ 등의 문제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음에도 방송사들은 이를 외면하거나 축소하는 데 급급하고 있다. 특히 지난주 방송은 4대강 사업의 중단을 촉구하는 천주교 사제단 1104명의 공동선언문을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고 천주교 최고의결기구인 주교회의 반대입장도 간추린 단신으로 처리했다.

◇ ‘김길태 사건’에 묻혀버린 천주교 반대성명=지난 12일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는 “4대강 사업이 자연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이라며 정부의 일방통행식 4대강 사업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우리나라 천주교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주교회의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의제에 이처럼 선명하게 입장을 밝힌 것은 1980년대 민주화운동 이후 거의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KBS와 MBC 9시 뉴스는 부산 여중생 살해사건을 시시콜콜 중계 방송하는 데만 열을 올린 채 주교회의 반대성명은 뉴스 말미에 단신으로 소개하고 넘어갔다. 특히 KBS는 주교회의 성명을 ‘이명박 재단(청계재단)의 장학생 선발소식’ ‘보수단체, 친북인사 100명 명단 공개’보다도 뒷부분에 배치했고 SBS는 아예 단신조차 내보내지 않았다.

지난 8일 1104명의 천주교 사제단이 4대강 사업 반대 공동선언문을 냈을 때도 조선·중앙·동아 등 친여·보수 신문사들의 외면 속에 지상파 3사는 약속이나 한 듯 보도하지 않았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블로그를 통해 “천주교단 사제의 4분의 1이 넘는 숫자가 참여한 전대미문의 사제 선언문이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다면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라며 비판했다.

◇ 첫 삽 뜨자마자 사라진 4대강 리포트=4대강 사업에 대한 방송사들의 침묵은 지난 해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은 정치논리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난 뒤 뚜렷해졌다. KBS의 경우 지난 해 11월까지만 해도 ‘4대강 환경영향 평가 협의 졸속 논란’(11월8일), ‘착공은 불법, 4대강 반발 잇따라’(11월10일), ‘오염 준설토 처리 어떻게’(11월22일) 등 찬반 양론에 대해 최소한의 균형을 맞추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11월27일 이 대통령이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사업 강행의지를 밝힌 후 KBS는 뉴스해설을 통해 “이제 4대강 사업은 하느냐 마느냐를 넘어 어떻게 하면 부작용 없이 수행하느냐는 차원으로 접어들었다”며 일방통행식 보도를 예고했다. 특히 KBS 9시뉴스는 대통령 특보 출신의 김인규 사장이 지난해 11월24일 취임한 이후 최근까지 100일이 넘도록 정치권공방 외에 4대강 사업의 문제점에 접근하는 리포트를 단 1건도 내보내지 않았다. KBS 9시뉴스가 김 사장 취임 후 4대강 사업의 안전성 문제를 처음으로 거론한 것은 지난 12일 ‘4대강 보 수리 모형실험’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고 난 뒤였다.

SBS 8시 뉴스도 지난해 11월까지는 한 달 사이 4대강과 관련한 5건의 리포트를 내보냈으나 그 이후 석 달 동안 4대강 관련 리포트는 단 2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SBS는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해오던 박수택 환경 담당 기자를 지난 1월 초 논설위원실로 석연찮은 발령을 냈고 밴쿠버 동계 올림픽 보도에 ‘올인’하던 지난 2월 중에는 단 1건의 4대강 관련 기획 보도도 내보내지 않았다.

MBC 9시뉴스는 지난해 11월 10건, 12월 2건, 올 1월 1건, 2월 4건 등 다른 방송사에 비해 꾸준히 4대강의 문제점을 짚는 태도를 유지해왔으나 지난달 26일 김재철 사장이 취임하고 난 뒤 4대강 기획은 자취를 감추었다. MBC 9시뉴스는 지난 12일 천주교 주교회의 성명까지 단신으로 처리했다가 종교계 비난여론을 의식한 듯 뒤늦게 지난 15일 ‘4개 종단 환경단체, 4대강 사업 반대’ 소식을 뉴스 말미에 집어넣는 모습을 보였다.

언론개혁연대 김영호 대표는 “4대강 사업의 진실이 외면되고 있는 것은 정권 창출에 앞장섰던 인물들이 언론사 상층부를 장악한 데 따른 필연적 결과”라며 “환경재앙을 막지 못하면 언론도 같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대 김승수 교수도 “올림픽이나 김길태 사건 과잉보도에서 보듯이 최근 언론이 사회적 문제를 회피하고 ‘개인적 성취’ ‘개인적 잘못’을 부각시키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공적인 가치와 공동체 의식이 사라지면서 우리사회의 기본 틀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4. 4대강 보도 언론의 두 가지 틀(frame)

4대강에 관한 언론 보도를 분석해 보면 언론이 특정 세력을 보호하거나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고자 할 때에 자주 등장하는 계책으로서 프레임(frame)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프레임이란 어떤 특정 언어와 연상되는 사고의 체계를 의미한다. 프레임이란 우리 말로는 ‘틀’이라고 번역되는데,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을 ‘빨갱이’라고 말해 버리면 그 사람의 모든 행동과 말은 빨갱이와 연상되어 그 사람의 언행은 더 이상 들어보거나 따져 볼 필요가 없이 ‘나쁜 것’이라고 평가되고 만다.

에코큐레이터라는 필명의 한 네티즌은 종합 일간지 4개(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와 경제 전문지 2개(한국경제, 매일경제)를 대상으로 4대강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8년 12월부터 2014년 9월 초까지 175건의 사설(논설위원 데스크 컬럼 및 기자 컬럼 포함)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를 보면 4대강 사업과 관련하여 언론사들이 구축하려 했던 프레임은 두 가지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첫 번째 프레임은 4대강 사업 반대는 ‘정치적 목적의 반대이며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프레임이다. 이러한 프레임은 조사 대상 언론사 모두에게서 나타났는데, 전체 175건의 사설 중 52건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프레임을 사용하였다. 4대강 사업의 핵심인 MB와 그 측근들도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프레임을 강조한 바 있는데, 주요 언론들은 이러한 프레임을 통해 4대강 반대론자들을 근거 없이 국가정책을 흠집 내면서 괴담을 유포하는 집단으로 몰아세우고자 했다.

동아일보는 전체 38개의 사설 중에서 18개를 ‘반대를 위한 반대’ 논설에 할애하면서 가장 강력하게 이러한 프레임을 국민들에게 전파시켰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4대강 사업의 초기에는 보다 더 소통하고 신중하게 사업을 추진할 것을 주문한 것과는 달리 동아일보는 처음부터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을 ‘반대를 위한 반대’로 몰고 갔다. 동아일보는 2008년 11월 28일 자 사설에서 “4대강 치수사업 정쟁화 말라”고 주장하더니, 2010년 7월 1일자 컬럼에서는 “야당이 청계천처럼 4대강 성공을 두려워 반대한다”는 억지 주장을 폈다.

많은 언론사들은 4대강 반대 운동에 대해서는 아예 막말 수준으로 평가하였다. 한국경제는 2011년 7월 19일자 사설 ‘4대강 저주하던 자들은 지금도 말이 많고’에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성과가 입증됐다”면서 “홍수기에 두고 보자며 4대강 꼬투리 잡기에 몰두해온 사이비 자연 정령 숭배자들은 지금도 반성은 커녕 사소한 문제들을 침소봉대하며 거짓을 전파하기에 여념이 없다”고 폄훼했다. 4대강 사업 준공식을 바로 앞둔 2011년 9월 14일자 조선일보는 ‘4대강 난리 난다던 사람들의 침묵’이라는 데스크 컬럼에서 “4대강 반대가 약해졌다”며 이는 “좌파의 치고 빠지기”로서 “국가 백년대계를 좌우할 4대강 논쟁도 결국 이념 싸움으로 흐른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다른 언론 컬럼에서는 4대강 반대운동이 북한의 지령으로 움직였다는 뉴앙스로 다루기도 하였다.

4대강 보도에 관한 두 번째 프레임은 ‘4대강 사업은 만능’이라는 프레임이다. 4대강 사업은 홍수를 막고 가뭄을 대비하고 수질을 개선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기를 부양하는 사업이며, 더 나아가서 기후변화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주장이다. 이처럼 다목적이며 꼭 필요한 4대상 사업을 반대하는 것은 국가 발전을 저해하려는 좌파들의 상투적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프레임을 철저히 대변한 매체는 문화일보였다. 문화일보는 전체 27건의 사설과 컬럼 중에서 15개를 ‘4대강 사업 만능’ 프레임에 치중했다. 문화일보는 2008년 12월 12일자 기자 컬럼에서 “강 정비는 일반 건설사업보다 경기 부양 효과가 커서 경제 위기 타개에 가장 좋은 공공투자사업”이라고 주장했다. 문화일보는 “4대강도 국가의 미래를 위한 백년대계(2010.6.7. 사설)”, “4대강 사업은 치수를 통해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주민의 생활환경 개선을 지향하는 국책사업(2010.10.27. 사설)”, “4대강 사업은 공사의 질을 떠나 반드시 해야 할 국가 치수사업(2013.1.23. 컬럼)”이라면서 끝까지 4대강 사업은 반드시 해야 할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일자리 창출, 수질오염 개선, 가뭄 극복에 대비할 수 있는 사업이 4대강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나머지 언론사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같은 프레임을 구사하였다.

이처럼 두 가지 프레임을 적절히 구사하면서 4대강 사업으로 모든 걸 다 이룰 수 있다고 국민들을 설득하고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환경단체를 꾸짖던 언론들은 4대강 사업이 준공된 이후에 4대강 곳곳에서 녹조가 발생하여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가 생겼어도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동아일보의 보도를 보면 “녹조라떼 논란, 언제까지 4대강 탓만(2012.8.13. 기자 컬럼)”, “모든 게 이명박 때문?(2012.8.14.)”, “환경장관, 녹조 원인 데이터로 제시해야(2013.8.9. 사설)” 등에서 녹조는 4대강 사업 때문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조선일보도 “4대강 녹조 지금대로 그냥 놔두라는 환경장관(2013.8.10. 사설)”에서 녹조는 낙동강 중류에서 이전부터 있었다면서 4대강 탓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2014년 9월 2일자 컬럼 “올해도 거듭되는 4대강 탓”에서 “4대강 사업으로 유수성 어종은 줄고 정수성 어종은 느는 등 생태계가 급변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4대강에서 일어나는 생태계 변화를 몽땅 4대강 폐해로 몰아가면서 목소리부터 높이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 되지 않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주장하였다. 환경단체에서 4대상 사업 이후 현실로 나타난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무책임한 선동이라는 주장이다.

5. 국가기관과 언론의 역할

4대강 사업을 신봉했던 정치가와 학자들은 4대강 사업이야말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전지전능한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4대강 사업만 완공되면 단군 이래 반복되어온 홍수와 가뭄 피해는 사라지고 녹색성장이 가능하고 강이 살아나고 지역이 발전하고 국가가 발전하고 기후변화에 대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불행히도 국가기관과 언론은 이러한 과장된 주장을 전달하고 확대하는데 일익을 담당하였다.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을 벌였던 김종남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우리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90도로 꺽인 운동장에서 싸웠다”고 말했다. 국책사업에서 국가가 갈등 대상자가 되면, 정보력과 조직력이 우세한 국가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 때 국정원은 4대강 반대 운동 진영을 '종북세력', '내부의 적'으로 규정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국정원의 4대강 사업에 대한 간섭을 경험한 바 있다.) 다른 사정기관들도 4대강 사업의 호위무사를 자처했다. 총리실에 신설된 공직윤리지원관실은 2009년 8월 내부 문건을 통해 4대강 사업 반대자를 '불순세력' 등으로 표현하였다. 감사원은 2011년 1월 제1차 감사 결과 발표에서 “4대강 사업의 타당성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하여 독립기관의 위상을 스스로 떨어뜨렸다. 검찰은 4대강 사업을 비판한 특정 환경단체 대표를 상대로 표적수사를 벌여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경찰, 선관위 등은 4대강 사업을 비판하는 시민단체의 일상적인 기자회견도 딴죽을 걸었다.

국회에서는 하천법, 환경영향평가법, 국가재정법 등을 4대강 사업을 위해 왜곡하거나 개정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누가 봐도 뻔한 대형 건설사들의 4대강 사업 담합을 방관하다가 MB 정권 말기에 이르러서야 마지못해 적발했지만,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쳤다. 민간이 참여하는 각종 4대강 관련 위원회에서는 비판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사들을 아예 배제했다.

언론은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비판을 생명으로 해야 한다. 국민에게 진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권력의 독주를 막는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가 잘못할 때에는 호루라기를 불어야 한다. 그런 일을 하는 것이 언론으로서의 존재 의미이다. 그러나 대다수 언론은 4대강 사업의 맹목적 지지자를 자처했다.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서는 ‘타당성 검증’과 ‘국민적 합의’를 강조하면서 비판적이었던 언론사들은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속도전을 주문했다. 언론사들은 4대강 사업에 문제가 있다면서 반대하는 사람들을 국가 발전을 가로막는 방해자라고 비난했다.

언론의 기사가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내용이었다면, 그 기사를 쓴 기자는 개인적으로 4대강 사업을 찬성했을까? 해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이기는 해도 단서를 찾을 수는 있다. 김영동 한겨레신문 기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자 개인으로 보면 보수언론이든지 진보언론이든지 충분히 4대강 사업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알고 있었다. .... 결국 신문의 논조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런 부분에서 뾰족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는 “종합지든 지역지든 밥벌이를 하게 해주는 자본의 논리 안에서 자율성이 없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차라리 전국이든 지역이든 매체에 대한 기대를 깔끔하게 접는 게 속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명박 전 대통령
그렇다면 주류 언론들은 왜 4대강 사업을 찬성했을까? 이 질문 역시 해답을 찾기 어렵지만 단서를 찾을 수는 있다. 수원대 이원영 교수는 대부분의 언론이 4대강 사업에 대해서 침묵하는 것은 토목 광고 때문이라고 지적하였다. 거대 신문사의 주요 광고주 가운데 하나가 대형 건설사들인데 4대강 사업에는 어마어마한 이권이 걸렸기 때문에 눈치만 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원영 교수는 “IMF 이후 많은 건설사들이 큰 타격을 입었고 신문 광고도 크게 감소할 수 밖에 없었다”며 “이명박 정권이 등장해 건설 시장이 살아나는데 이를 비판할 수 있었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에 대형 건설업체 고위 간부로부터 ”지금이 단군 이후 최대의 호황이다“는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언론의 4대강 사업 보도를 분석하여 발표한 이철재 대한하천학회 연구위원은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가 주 역할인 언론이 4대강 사업에 대해 맹목적·암묵적이고 교묘하게 찬동했던 것은 언론으로서의 책임을 방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6. 결론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기간 동안 주류 언론의 왜곡된 모습이 대한하천학회의 연구를 통하여 들어났다. 주류 언론에서는 4대강 사업에 관한 진실을 제대로 보도하지도 않았고 문제점을 비판하지도 않았다. 주류 언론은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들에게 ‘종북좌파’ 또는 ‘반대를 위한 반대자’라는 프레임으로 낙인찍으면서 합리적인 비판의 목소리마저 차단하려 했다. 이러한 보도 행태는 언론 스스로 언론이기를 포기한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4대강 사업을 통하여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거대 자본 앞에서 무력한 언론의 민낯을 볼 수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언론은 아직도 변하지 않은 것 같다. MB의 말을 따라서 ‘4대강 사업은 대운하가 아니다’라고 보도했던 언론들은 2013년 7월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은 대운하를 염두에 두었다’는 평가를 내린 이후에도 아직도 이를 부정하거나 외면하고 있다. 왜곡된 언론 보도의 후유증이 심각하다. 국민이 식수로 사용하는 4대강에서는 매년 여름마다 녹조가 극심하고 독성 물질이 관찰된다. 4대강에서 큰빗이끼벌레 등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생물종이 창궐해도 주류 언론에서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 주류 언론사들의 '침묵의 카르텔'은 4대강 사업이 끝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대한하천학회 주관으로 2015년 6월 4일에 서울 프레스 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4대강 왜곡 언론 조사 결과 발표 기자 회견”을 열었지만 이 사실을 보도한 언론은 뉴스1, OBS, 노컷뉴스, 미디어오늘, 미디어스, 그리고 경향신문 등에 불과하였다. 주류 언론과 방송사는 기자회견 자체를 보도하지 않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 대부분도 대한하천학회의 기자 회견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언론이 4대강 사업을 왜곡했다”는 사실마저도 대다수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 참고 자료 ]

“조중동 4대강 언론보도, ‘묻지 마 찬동해 놓고 책임은 몰라라’”  2014년 09월13일

“이명박 4대강 재앙 1.2등 공신 문화.동아일보” 2015년 06월04일

“4대강 사업 보도, 지역 신문 제 역할 못했다” 2015년 11월23일

“지상파 3사, 4대강 보도 ‘침묵의 카르텔’” 2010년 03월16일

“언론, 4대강 침묵은 토목광고 때문” 2010년 05월12일

“4대강 앞장선 이들, 아직도 훈장 달고 활개” 2015년 08월31일

“4대강 왜곡 언론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 2015년 06월04일

※ 첨단환경기술, 2016년 6월호에 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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