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 인터넷 설치기사들이 하청노동자 안전 문제에 묵묵부답인 원청을 직접 찾아가 책임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설치기사 전신주 추락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났음에도 제대로 된 재발방지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조(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SK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험을 외주화하는 다단계하도급 구조를 전면 폐지하고 무분별한 실적압박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조(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는 11월23일 오전 서울 중구 SK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험을 외주화하는 다단계하도급 구조를 전면 폐지하고 무분별한 실적압박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이들은 지난 9월27일부터 원청인 SK브로드밴드와 하청업체인 서비스센터에 노사 면담을 요구해왔다. 9월27일은 SK브로드밴드 의정부홈고객센터 인터넷 설치기사가 비가 오는 날씨에 전신주 작업을 하다 감전·추락으로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날이다. 지난 6월23일엔 삼성전자서비스 에어컨 수리기사가 2층 주택에서 추락사하는 등, 통신·전자 서비스 기사들의 사망사고는 끊이지 않아 왔다.

신희철 희망연대노조 조직국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두 달 동안 제대로 된 대책 마련도, 책임있는 노사 대화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9월30일, 11월11일 등 수차례 면담 요청 공문과 재발방지 요구안을 발송했지만 원청은 이에 답하지 않았다.

SK브로드밴드 원청은 재발방지 대책으로 지난 10월18일경 “우·설천시 작업 업무 지연 가능하며, 이 경우 해당 센터는 원청 평가에서 제외한다”고 하청 센터에 공지했다. 노조는 하청에 대한 전반적인 지표 압박과 실적 중심의 수수료 임금체계가 개선되지 않는 한 실적 압박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히 신 조직국장은 지난 10월5일 태풍 차바가 남부지역을 덮쳤을 때도 제대로 된 안전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도시에 물이 넘치는 상황에서 조합원들이 작업중지를 요구했지만 울산홈고객센터는 ‘센터 사무실도 물이 넘쳐 경황이 없다’며 2~3시간 동안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면서 “태풍이 부는 데도 전신주 작업을 한 기사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해조 지부장은 발언에 나서 “(9월27일) 사망사고 전 진주에서도 사람이 또 떨어져 척추를 다쳤다. 그러나 그 누구도 조사와 재발방지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면서 “(사망자는) 산재처리도 못 받았다. 그들이 왜 산재처리도 못 받고 가야 하나. 우리는 ‘개인 사업자’ 줄여달고 수도 없이 얘기했다”고 말했다.

▲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는 위와 같은 실적압박이 일상적으로 이뤄진다고 주장한다. 사진=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희망연대노조 제공

이들은 원청에 ▲건당 수수료 임금체계 폐지 및 고정급으로 전환 ▲불합리한 하청업체 상대평가 중단 ▲하청업체에 고소작업차(사다리차) 지급 ▲하청업체 안전관리 감독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원청을 비롯해 정부와 국회 모두에 ‘위장도급 폐지’를 요구했다. 노조는 “SK브로드밴드가 홈고객센터와 위수탁계약을 체결해 진짜 책임자로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으며 “(기사들은) 노동권과 산업안전 사각지대의 개인도급으로 위장해 산재처리도 받지 못하는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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