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최순실씨의 공범으로 규정하고 피의자로 정식 입건했다.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로 규정된 것은 초유의 일이며, 피의자 신분임에도 물러나지 않는 것 역시 초유의 일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21일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추진을 공식 결정했다. 바야흐로 탄핵 정국이다.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이면 탄핵안 통과가 가능하다. 야3당과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을 합한 171명에 새누리당 이탈표 29명이 있으면 된다.
주요 신문은 지면을 통해 지체 없는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22일자 사설에서 “피의자 신세가 된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모든 권위를 상실했다”며 여야가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끌어낼 총리추천과 탄핵을 지체 없이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중앙일보는 “탄핵은 박 대통령이 시간을 벌고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자청한 꼼수란 지적도 있지만 대통령의 범죄행위가 명백히 드러난 이상 국회의 탄핵은 당연한 의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역시 “박 대통령 탄핵 절차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해야한다”고 주장하며 “국회는 아무리 늦어도 12월 전반기에는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표결해 결론을 내려야한다”며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 헌법재판소를 향해서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결정에 64일이 걸렸던 점을 언급하며 “최대한 심리를 집중해 국정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선 역시 동아와 마찬가지로 “탄핵 절차마저 지지부진하게 만들면 국민의 염증은 야당으로도 향할 것”이라며 야당에게 날을 세웠다.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야당에도 ‘사정’이 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야당을 하나로 묶어보기가 어렵다. 지금 국면은 대권경쟁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어서 큰 틀에서 (야권주자들이) 방향은 맞을 수 있으나 세부적 합의를 만들어내기 어려운 정치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야 3당만으론 탄핵 의결 정족수가 부족해 탄핵 부결이란 역풍을 피하기 위해선 비박계의 강한 호응이 필요해 이를 기다리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결과의 불확실성과 소요시간도 탄핵에 대한 부담 요소다.
물론 탄핵 발의 자체로 대통령에게 압박을 주며 사퇴를 이끌어내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한국일보는 “청와대가 대통령의 명백한 범죄 혐의에도 헌법재판소까지 가보자고 나선 마당에 더 이상 정파마다 다른 이해타산에 빠질 계제가 아님이 분명해졌다”며 “검찰조사 결과로 법적 요건이 갖춰진 만큼 탄핵안 발의시기를 재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즉각적인 절차돌입을 강조했다. 그러나 탄핵절차 돌입 이후 향후 몇 개월간 벌어질 갖가지 변수는 다들 ‘가지 않은 길’이어서 어두컴컴하다.
경향신문은 19일 사설에서 “최소한의 명예를 지키며 퇴진할 기회는 지금이 마지막이다”라며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으며 22일 사설에선 “국무회의도 주재할 엄두를 못 내는 그 자리의 쓸모는 오직 하나, 당분간 수사를 피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을 비판했다. 현재 박 대통령이 “제 발로 나가지 않을 테니, 나를 끌어내릴 수 있으면 해보라며 생떼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생떼’가 멈추려면 한줌의 ‘5% 지지율’을 붕괴시킬 주권자들의 힘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는 국정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