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도널드 트럼프에게 우호적인 가짜 뉴스의 확산을 막는데 실패한 탓에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바뀌었다는 주장이 나오며 ‘페이스북 책임론’이 불거졌다.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페이스북을 떠도는 거짓 정보들과 위험성을 언급하자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는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잘못된 정보에 대해 대응해나가겠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가짜뉴스가 SNS에 어떻게 퍼지는가’란 주제의 기사를 통해 팔로워가 50명도 채 안 되는 한 남자의 오해로 시작된 트윗이 트럼프 당선인과 그 지지자들로 하여금 트럼프 반대 시위가 미디어의 사주를 받은 조직적 움직임이라고 믿게 하기까지 24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해당 트윗은 36만 회 가량 공유되었으나 우파 성향 미디어들의 보도로 영향력은 더 컸을 것이란 지적이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44%가 페이스북을 통해 뉴스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미디어’로서 페이스북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다.

▲ 페이스북. ⓒ텔레그레프
마크 주커버그는 일련의 우려와 관련, “잘못된 정보와 그 책임에 대한 진지한 자세를 통해 지금까지 많은 성과를 이뤄왔다”고 밝히면서 △오류 탐지 기술 강화 △사용자 신고 편의 도모 △서드파티 검증체계 도입 등의 프로젝트를 이미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보의 정확성을 판단하고 검열하라는 요구에 대해선 “기술적으로, 철학적으로 모두 복잡한 문제”라고 밝혔다.

주커버그는 “우리는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목소리를 내는데 가치를 두기에, 의견 공유를 막거나 실수로 올바른 내용을 제한하지 않도록 조심해야한다”며 스스로 검열자가 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19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소셜네트워크(SNS) 상 가짜 뉴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실제론 복잡한 속내를 갖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저커버그의 거짓 뉴스 방지책과 관련해 “페이스북은 누군가를 공격하는 합법적인 정치풍자와 같은 콘텐츠를 검열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전하며 “스스로를 언론이 아니라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여기는 페이스북에 이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IT전문 미디어 테크니들(techNeedle)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와 정제된 컨텐츠 제공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플랫폼적인 고민이 자칫 본의 아닌 검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페이스북은 언론일까. 테크니들은 “페이스북은 여전히 스스로가 미디어임을 부정하고 있지만 콘텐츠를 유통하고 광고로 돈을 버는 것은 과거의 미디어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며 알고리즘 설계라는 활동을 통해 결국 편집권을 행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심지어 파급력은 더 크다”며 페이스북이 사실상 언론으로서 수익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의 고민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테크니들은 “페이스북이 단순히 미디어 회사라 인정해버리면 지금과 같은 다분히 개인적 콘텐츠 생산 및 공유 활동이 점차적으로 둔화될 수 있다. 전통적 미디어와 달리 진정성과 자연스러움을 차별화 포인트로 두는 소셜 네트워크로서는 존망이 걸린 문제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처럼 페이스북을 통한 뉴스소비 습관이 늘어나고 있는 한국사회도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페이스북의 ‘잘못된 정보’가 시비거리로 떠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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