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대통령의 시크릿’편 방송당일 청와대가 공개한 박근혜 대통령의 2014년 4월16일 7시간 행적이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설득력도 없고 진정성도 없는 행적 해명에 더해 ‘전원구조’ 오보를 난데없이 끌어들여 정부의 늑장대응이 언론 탓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지난 18일 개설한 청와대 ‘오보 괴담 바로잡기! 이것이 팩트입니다’ 코너 역시 국정농단의 본질을 흐리려는 물타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SBS 방송의 성과는 청와대가 ‘세월호 당일 이것이 팩트입니다’란 제목의 타임라인을 통해 박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 행적을 공개하게 압박했다는 점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오전 10시 국가안보실로부터 세월호 구조인원 수와 구조세력 동원 현황 등이 담긴 서면보고를 처음 받았는데 이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는 공개된 바 없다. 이와 관련 세월호 유가족이 주축이 된 4·16연대는 입장을 내고 “보고내용은 상당한 위기상황이 담겨있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박근혜의 즉각적인 지시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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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전혀 상황파악을 못했거나, 또는 대통령이 실제 지시를 하지 않았거나 둘 중 하나로 심증이 좁혀지는 이유다. 경향신문은 “대통령은 안보실과 정무수석실 교육문화수석실 등으로부터 오전 10시36분부터 오후3시30분까지 14차례에 걸쳐 서면·유선 보고를 받았지만 추가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앞선 청와대 주장의 근거다. 조선일보는 청와대 해명을 두고 “주장만 있고 관련된 증거 자료는 공개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예컨대 대통령은 10시36분, 10시40분, 10시57분, 11시20분 서면보고를 받고 11시23분 안보실로부터 유선보고를 받았다는데 증거는 공개하지 않았다. 11시28분 11시34분 12시5분 12시33분 1시7분 서면보고도 마찬가지다. 주장만 있다. 2시57분 박 대통령은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구조인원 혼선에 대한 질책을 했다는데 정확한 워딩은 확인할 길이 없다. 한국일보는 “오전 10시 첫 보고 이후 4시간50분간 대통령이 승객 구조와 관련한 추가 지시가 없었던 점도 해명이 안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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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10시30분에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에게 전화로 해경특공대 투입 지시”라고 언론에 발표한 대목도 이상하다. 4·16연대는 “대통령과 해경청장이 전화를 하는 중인데 대변인이 그 내용을 브리핑 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정상적인 지시였다면 3함대가 코앞에 있었으니 군․경 합동작전을 지시했어야 했지만 대통령은 엉뚱하게 특공대 투입을 명령했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논란은 대통령이 이날 출근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청와대는 “세월호 사고와 같이 분초를 다투는 업무는 현장의 지휘 체계와 신속한 구조 활동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회의 준비를 위해 여러 사람이 움직여야 하는 경내 대면회의 대신 (관저 집무실에서) 20~30분마다 직접 유선 등으로 상황보고를 받고 업무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당장 4·16연대는 “이것을 해명이라며 ‘관저 집무도 집무’라 주장하는 청와대의 변명은 분노를 자아낼 뿐”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관저 집무실을 이용했다는 건 출근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청와대는 “대통령은 모든 시간이 근무시간”이라고 반박했지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경향신문은 “그 난리 상황에 박 대통령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다면 불가피한 이유가 있었을 텐데 청와대는 이에 관해 아무런 설명이 없다”고 꼬집었고, 한국일보는 “평일에 촌각을 다투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는데도 5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본관 집무실을 두고 장시간 관저에 머문 데 대한 합리적 설명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종일 관저에 머물며 회의 한 번 소집하지 않은 것을 자인하면서도 그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아, ‘7시간’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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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청와대는 언론의 오보 때문에 대응이 늦어졌다며 당일 ‘전원구조’ 오보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세계일보는 “여론과 동떨어진 아전인수식 해명”이라고 비판했다. 예컨대 이날 11시1분 전원구조 오보 이전의 ‘거의 다 구조’ 오보나 ‘순조롭게 구조’ 오보의 경우 해경이나 중대본이 출처였다. 오전 11시1분 MBC와 MBN의 전원구조 오보 이전 해경-청와대 핫라인(오전 10시 52분경) 대화 녹취록을 보면 청와대는 승객 대부분이 배안에 있었다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
현재 야당은 △오전 8시50분 최초 신고가 접수된 지 1시간40분이 지난 10시30분에야 박 대통령이 해양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인원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한 이유가 뭔지 △10시36분부터 국가안보실과 정무수석실로부터 10차례(서면 8회, 유선 2회)나 보고를 받고도 왜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지시한 시간이 오후 2시11분이었는지 △오후 3시에 방문을 지시해놓고 5시15분에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은 이유가 뭔지를 놓고 청와대의 명확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순실, 최순득이 박근혜의 주사제를 대리처방 받아 청와대로 반입했다는 의혹 △박근혜가 가명으로 차움 병원에서 미용시술과 관련된 주사제를 맞았다는 정황 △참사 당일 오전 국군 간호장교가 청와대 출입했다는 보도는 대통령의 7시간과 연관되어 여전히 각종 의혹을 낳고 있다. 4·16연대는 “10시15분부터 17시 경 7시간까지 9시간 동안 박근혜의 얼굴을 봤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청와대의 설득력 있는 해명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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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청와대는 지난 18일 다급하게 ‘오보 괴담 바로잡기! 이것이 팩트입니다’ 코너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응도 회의적이다. 조선일보는 “청와대가 내건 ‘해명’들은 최순실씨의 정부 인사·사업 개입이나 이권 취득, 이에 대한 박 대통령의 공모 등 수사가 진행 중인 핵심 사안들과는 거리가 있는 단편적인 보도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하며 “청와대는 그간 나온 다른 수많은 보도 중 맞는 내용에 대해선 맞다고 확인해주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선일보는 “청와대 오보 대응은 검찰 수사를 앞둔 상황에서 사안의 본질을 흐리기 위한 여론전이란 비판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