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고영주 이사장이 “촛불집회 참석자는 동원된 사람이며 시민이 없었다”고 망언을 내뱉으며 또 다시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공안검사 출신 고영주 이사장은 지난 17일 열린 방문진 정기이사회에서 MBC 취재진이 최근 집회현장에서 쫓겨난 사건에 대해 “만약 JTBC가 애국단체 집회에 간다면 그 곳에서 똑같이 쫓겨날 거다. 성향이 안 맞는다고 쫓아내는 사람이 잘못된 것”이라 주장하며 각종 망언을 내뱉었다.

여당 추천 김광동 이사는 같은 날 “MBC는 시국에 지나치게 휩쓸리거나 왜곡된 내용이 없어 공영방송의 역할에 충실하다”고 말했고, 권혁철 이사는 “나를 5% 소수라고 한다면, 자랑스럽게 소수를 할 거다. 이에 대해 뭐라고 하지 마라”고 강변하기도 했다. 5%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긍정 평가하는 비율(한국갤럽)을 의미한다. 공영방송을 감독하는 이사들이 스스로 시민 절대다수의 대통령 퇴진 요구를 무시하는 5%의 기득권 소수로 남겠다며 反공영을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이치열 기자
이를 두고 전국언론노조(위원장 김환균)는 18일 성명을 내고 “청와대가 왜 이들을 방문진 이사에 임명했는지가 분명히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꼬집은 뒤 “이들은 공영방송의 공정성, 정치적 독립성, 공익성 따위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오로지 자신을 임명해 준 권력에 대한 보답과 충성밖에 모른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100만 촛불 민심 앞에서도 끝까지 청와대를 감추고 물타기 하려는 MBC 보도 행태는 현재 방문진과 경영진 체제 하에서는 한 마디로 ‘답’이 없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새누리당이 기를 쓰고 언론장악방지법 개정을 반대하는 것은 공영방송에 남아있는 한 줌도 안 되는 충성부대를 지키고 싶어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5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여야 간사단은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법안의 법안심사소위원회 상정 여부를 논의했지만 새누리당이 거부해 결렬됐다. 법안은 특별다수제 도입을 통해 사장임명과정의 정파성을 최소화하고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구성 등을 통해 제작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 11월12일 민중총궐기 현장에서 MBC로고를 떼고 리포트하는 MBC기자의 모습.
이와 관련 한국언론학회, 한국방송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 소속 언론학자 484명은 지난 17일 시국선언문을 내고 “최근 일부 언론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시작했지만, 작금의 국정농단과 국정마비 사태에 언론이 상당한 책임을 가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며 “한국 언론이 본분에 소홀했던 주요 원인으로 방송의 왜곡된 지배구조를 꼽을 수 있다. 정권에 장악된 공영방송은 국민의 입과 눈이 되기보다는 권력의 호위병으로 기능했다”며 의회가 지배구조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학자들은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는 언론, 조롱거리가 되는 공영방송이 현재 한국 언론의 민낯이 되고 말았다”며 “사회적 공기로서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는 언론을 올바로 세우고, 권력의 코드 맞추기로 작동되는 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우선 탈정파적 공영방송사 사장 선임, 편집권 독립 보장 등을 위한 언론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 덧붙여 거리로 쫓겨난 해직 언론인들의 복귀 역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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