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로 진격하여 박근혜를 퇴진시킬 것이다"

한 30대 청년활동가의 '청와대 진격 청년 결사대' 모집 소식에 일부 언론들은 당장 '폭력 시위'로 몰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연합뉴스, 조선일보 등은 '과격 논란', '청와대 진격 논란'이라고 상황을 규정하는 한편 모집자가 '통합진보당 출신 30대'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결사항전할 것", “50소대가 50곳에서 약 올리고 5000 결사대가 기습을 할 것” 이라고 페이스북에 올린 모집 홍보문구는 "마치 전쟁을 연상케 하는 다양한 전술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했다.

▲ 청년결사대 모집 포스터.

과격시위로 비춰진 청년결사대의 실상은 호루라기, 손수건, 깃발, 확성기, 그리고 행진이 전부다. 자신을 '청년결사대 총대장'이라 홍보한 김수근씨(33)는 "청년결사대 활동을 위해 어제, 오늘 호루라기 500개, 노란손수건 2000장, 확성기 10개를 준비했고 빨간색 박근혜 퇴진깃발은 지금 만들고 있는 중"이라면서 "언론이 폭력이라고 하는데 어이가 없다. (공권력이) 때리면 맞으면서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박근혜 퇴진을 외칠 것"이라 말했다. 노란손수건은 세월호참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뜻하는 '무기'다.

김씨는 지난 8일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퇴진시키기 위한 청년 결사대 모집을 시작해왔다. 주요 활동은 퇴진 구호를 외치면서 청와대까지 행진하는 것이다. 결사대 본부는 현재 서울 중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200m 들어간 지점에 설치돼있고 한 달 동안 청와대 인근 청운동 동사무소까지 행진 신고를 해놓은 상황이다. 김씨는 남녀노소 언제든 함께 할 수 있는 결사대를 기획하고 있다.

자신을 향한 언론의 색깔론 프레임에 그는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광화문 사거리에서 박근혜 퇴진을 외치면 청와대가 들을 수 있나. 미국은 백악관 바로 앞에서 집회가 가능해 거기서 '퇴진' 외치면 오바마도 들을 수 있을 정도"라면서 "당연히 청와대로 갈 수 있다. 매번 광화문에서 막아버리는데 막는 차벽과 경찰이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언론들이 자신의 블랙 코미디에 과도하게 응한다며 "나를 이용해서 민중총궐기를 깎아내리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의심했다. 결사대 모집 포스터를 띄운 직후 SNS를 관찰한 그는 "(나를) 국정원에 신고했다는 글이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에 뜨더니 블루투데이라는 보수언론으로 퍼졌고 연합뉴스가 때려버리니 조선일보, 서울신문 등으로 퍼졌다"면서 "나 때문에 (민중총궐기에) 오해가 생기면 안 될 것 같아 어제 급하게 기자회견도 했다"고 말했다.

▲ 지난 11월10일 오후 김수근씨가 서울 광화문 세월호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청년 결사대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수근씨 페이스북

청년결사대를 시작한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청와대에 있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는 '국기문란'을 일으킨 대통령이 변함없이 청와대에서 집무를 보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면서 언제 하야할 지 기다릴 때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사이비 종교 집단'에 나라를 팔아먹는 대통령은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완전히 사유화하고 국가기밀을 유추한 '특급 범죄자'"라면서 "지금 저들은 뒤에서 빠른 속도로 물밑 작업을 해나가고 있는데 즉각 퇴진하도록 비상한 결심을 가지고 싸워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청년결사대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민중총궐기가 열릴 11월12일 정오까지 자진사퇴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지 않을 시 오는 13일부터 퇴진할 때까지 청와대 행진을 매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김씨는 지난 10일 보수단체 '나라사랑 자유시민연합'으로부터 내란 예비·음모·선전 혐의로 형법 제90조를 위반했다며 고발당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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