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가 종합편성채널이 건강정보프로그램을 이용해 홈쇼핑 채널과 담합해 상품을 광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TV조선‧채널A‧JTBC‧MBN의 건강 정보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식품들 중 상당수가 같은 날, 같은 시간대의 홈쇼핑채널의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방통심의위에 따르면 종편의 건강정보프로그램을 통해 아이템을 소개하는 시간대에 홈쇼핑 채널에서 동일한 아이템을 다룬 경우는 전체 종편 방송 횟수의 87.6%를 차지했다.

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 종편4사의 건강 정보 프로그램들이 과장광고 등을 이유로 심의 안건 대상이 됐다. 심의 대상이 된 프로그램은 TV조선 ‘내 몸 사용 설명서’, ‘내 몸 플러스’, 채널A의 ‘TV 주치의 닥터 지바고’, ‘몸신처럼 살아라’, JTBC ‘식품을 탐하다’, ‘이승연의 위드유’, MBN ‘천기누설’이다.

문제는 해당 프로그램들이 다룬 아이템이 같은 날 또 다른 홈쇼핑 채널에서 광고가 됐다는 것. 방통심의위 소위원회는 홈쇼핑 채널이나 건강식품기업체에서 제작비를 받고 방송 아이템을 선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TV조선 ‘내몸 사용 설명서’에서는 7월8일 ‘꽃송이 버섯’에 관한 방송을 내보냈는데 이날 한 홈쇼핑 채널에서는 ‘메이준뉴트리 퓨어 꽃송이버섯’을 판매하고 있었다.

▲ 같은날 방송된 꽃송이버섯 관련 제품 TV홈쇼핑.
7월15일 방송분에서 다룬 생채식도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이롬 황성주생식’의 판매 광고가 방송됐다. 

▲ TV조선 '내 몸 사용 설명서'7월 15일 방송분에서는 생채식을 다뤘다.
▲ 7월15일 한 홈쇼핑 채널에서 생채식 관련 제품을 광고했다.

TV조선의 ‘내몸 플러스’의 경우에도 7월 10일 방송분에서 ‘달맞이꽃 종자유’를 방송했는데 이날 한 홈쇼핑 채널에서 ‘루나랩 달맞이꽃 종자유’를 광고했다.

▲ 7월10일 TV조선 '내 몸 플러스'에서는 달맞이꽃 종자유를 다뤘다.
▲ 7월10일 방송된 '달맞이꽃 종자유' TV홈쇼핑.
24일에는 스피루리나에 대한 건강정보를 방영했고 역시 이날 홈쇼핑 채널에서는 ‘닥터 스피루리나’라는 제품의 판매광고가 방송됐다.

JTBC ‘이승연의 위드유’ 7월4일, 7월18일 방송분에는 출연진들이 함께 파인애플 식초를 만드는 내용이 방송됐는데 각각 또 다른 홈쇼핑 채널에서 ‘파인애플, 식초에 빠지다’라는 제품이, ‘더블유웰 자연발효 파인애플 식초’ 제품의 판매 광고가 방송됐다. 

JTBC ‘식품을 탐하다’ 7월5일분도 ‘핑거루트’라는 다이어트 제품을 다뤘는데 역시 이날 다른 홈쇼핑 채널에서 ‘판도라 UV 다이어트’라는 제품을 다루면서 해당 제품을 광고했다.

채널A ‘TV주치의 닥터 지바고’ 7월4일분에서는 아마씨의 효능을 다뤘는데 같은날 같은 시간대에 ‘플렉스랩 아마씨 세트’가 홈쇼핑 채널에서 판매됐다. 

7월25일에는 ‘카카오닙스’의 효능이 방송을 탔고 또 다른 홈쇼핑 채널에서 ‘마추픽추 카카오닙스’라는 제품이 판매됐다.

▲ 채널A ‘TV주치의 닥터 지바고'에서 다룬 카카오닙스.
▲ 같은날 방영된 카카오닙스 TV홈쇼핑.
MBN ‘천기누설’ 7월3일 방송분에는 깔라만시라는 제품을 다뤘는데 다른 홈쇼핑 채널에서 ‘리얼 깔라민C클렌즈 100’이라는 제품 광고가 방영됐다. 7월17일분에서는 ‘블랙커런트’라는 제품이 나왔고 이날 또 다른 홈쇼핑 채널에서 ‘블랙커런트베리’라는 제품의 판매가 이뤄졌다.

이러한 정황을 두고 하남신 심의위원(여당 추천)은 “방송이 나간 날 해당 제품이 또 다른 채널에서 홈쇼핑 광고로 나가는 것은 누가 봐도 부적절한 전후 사정이 있는 것”이라며 “담합 편성”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 위원은 “오늘 바로 이 프로그램의 제재 수위를 정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홈쇼핑 채널들과 거래가 있었는지 진상조사를 한 후 제재를 해야 한다”라며 “제작자들뿐 아니라 책임자들을 불러서 의견진술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위원은 이날 의견진술을 위해 방통심의위 소위원회에 출석한 각 사 제작PD들에게 “홈쇼핑과 특별계약을 맺었냐”고 물었다. 이에 박영훈 TV조선 보도본부 시사제작부 차장, 조상범 TV조선 보도본부 시사제작부 차장, 박형우 JTBC 외주제작 담당PD, 김건준 채널A 전략기획본부 프로그램 제작 팀장, 김창재 MBN 제작1국 차장 모두 “모른다”고 답했다.

특히 이날 심의 안건에 오른 7개의 모든 프로그램은 외주제작 프로그램이었다. 박형우 JTBC 외주제작 담당PD는 “외주 제작사는 광고주와 광고를 맺을 수 없다”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이에 김성묵 방통심의위 소위원장은 “PD분들이 모두 부인을 하시나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여러 군데에서 발견되는 부분”이라며 “종합편성채널에서 홈쇼핑 업체로부터 제작비를 받고 홍보해준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이러한 프로그램과 연계된 관련 홈쇼핑 광고에 대해서 방통심의위 차원에서 제재를 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이에 하남신 위원은 “이는 새로운 기법의 부정으로 심의 규정상 제재할 수가 없다”라며 “하지만 지금까지 광고제재를 해온 규정에서 근본은 다르지 않으니 이를 제재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조만간 찾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7개 방송프로그램에 방통심의위 소위원회는 모두 ‘주의’ 이상의 중징계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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