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업샷’의 개표 시작 전 마지막 업데이트에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은 85%,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은 15%였다.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한 언론사나 여론조사 기관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러나 트럼프가 미국 45번째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모든 언론은 낙종했다. 유례가 없는 일이다. 언론은 ‘멘붕’에 빠졌다. 뉴욕타임스 미디어 칼럼니스트 짐 루텐버그(Jim Rutenberg)는 트럼프 당선 직후 뉴욕타임스 기고 글을 통해 “미국 언론은 너나 할 것 없이 빅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례없이 정교한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며 온갖 눈부신 기술을 자랑하기 바빴지만 정작 투표하는 유권자의 마음을 전혀 읽어내지 못하고 민심과 완전히 동떨어진 곳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지적했다.

▲ 뉴욕타임스 화면 갈무리.
▲ 11월8일까지 미국 대선후보 지지율을 드러낸 뉴욕타임스 화면 갈무리.
공화당 전략가인 마이크 머피는 트럼프 당선 당일 MSNBC에 출연해 자신의 예측도 완전히 빗나갔다며 “데이터 기반 분석은 오늘 밤 사망했다”고 말했다. 짐 루텐버그는 “현실을 담아내지 못한 데이터에 휘둘려 사실이 아닌 것을 보도해 실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전하지 못했다면 이는 결국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든 트럼프의 거짓말이나 탈세 의혹, 부당한 경영, 부적절한 개인적 처신 같은 건 아무리 보도해봤자 트럼프 지지자들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였다”고 꼬집었다.

지금껏 트럼프는 등장부터 당선까지 언론의 예측을 번번이 비웃었다. 미국 언론이 굴욕적인 낙종의 충격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을까. 짐 루텐버그는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기득권 세력에 대한 대중의 저항감과 분노를 근본적으로 이해하지 못한 언론의 편협함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금융자본과 이를 두둔하는 워싱턴 엘리트 정치인, 주류 언론까지 유권자들은 나를 대변해줄 세력을 찾지 못해 지쳐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지적은 한국 언론에도 유의미해 보인다.

(이 글은 뉴욕타임스 칼럼을 번역한 ‘뉴스페퍼민트’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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